[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탈란타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최초로 조별리그에서 3연패를 당한 뒤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12일(한국시간) 메탈리스트 스타디움에서 2019/2020 UCL C조 최종전을 치른 아탈란타가 샤흐타르도네츠크에 3-0 승리를 거뒀다.

아탈란타는 이번 시즌 UCL에 처음 진출한 팀이다. 이탈리아세리에A 중하위권에 오랫동안 머무르다가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의 지휘 아래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 시즌 3위로 UCL 진출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홈 구장 게비스 스타디움이 유럽축구연맹(UEFA) 대회 개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인근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홈 경기를 갖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초반 3연패 역시 UCL에 적응하지 못해 생긴 사태였다. 아탈란타는 첫 경기 디나모자그레브 원정에서 0-4로 대패했다. 샤흐타르와 가진 홈 경기에서 1-2로 패배하며 한결 경기력이 개선되나 했지만, 3차전 맨체스터시티 원정에서 또 1-5로 대패하며 위기에 몰렸다. 세리에A에서 통하던 단순한 전략이 UCL에서는 작동하지 않았고, 유럽대항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허둥거렸다. 리버풀에서 UCL 경험을 쌓은 수비수 마르틴 스크르텔을 영입했으나 대회가 개막하기도 전에 방출하며 경험 부족을 보완하지도 못했다.

아탈란타는 4차전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연속 홈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4차전 맨시티를 홈으로 불러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어 자그레브와 가진 홈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6차전까지 승리하며 2승 1무 3패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승점 7점은 보통 16강에 진출하기 부족한 승점이지만, C조 상황이 절묘했다. 최종전에서 자그레브가 맨시티에 패배했다. 샤흐타르가 승점 6점, 자그레브가 승점 5점에 머무르면서 아탈란타가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내내 조 최하위였던 아탈란타의 대반전이다.

초반 3연패를 당한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아탈란타가 대회 역사상 처음이다. 뉴캐슬이 2002/2003시즌 32강 조별리그에서 3연패 후 3연승으로 16강에 진출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16강 역시 조별리그였기 때문에 토너먼트 진출은 아니었다.

아탈란타의 샤흐타르 원정 경기는 그야말로 아탈란타다운 경기였다. 후반 21분 알레얀드로 고메스가 문전으로 투입한 공을 샤흐타르 수비진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라이트백 티모시 카스타녜가 문전까지 뛰어들어 재빨리 마무리했다. 후반 22분 샤흐타르 수비수 두두의 퇴장으로 아탈란타가 더 유리해졌다.

후반 35분 아탈란타의 특기인 변칙 세트피스가 통했다. 루슬란 말리노프스키가 프리킥을 높게 올리지 않고 땅볼로 깔아찼다. 마리오 파살리치가 니어포스트로 뛰어들었고, 발을 스친 공이 골대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후반 추가시간 샤흐타르의 백패스 미스를 가로챈 로빈 고젠스의 쐐기골까지 나왔다.

아탈란타는 막판 3경기 대역전극을 벌이는 동안 주전 공격수 두반 사파타도 없었다. 대신 파살리치 등 미드필더들이 고군분투했고, 주장이자 에이스인 고메스가 골과 도움을 번갈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기적처럼 16강에 오른 뒤 가스페리니 감독은 “아탈란타는 언제나 믿음을 잃지 않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탈란타는 명문 인테르밀란과 마찬가지로 파랑, 검정 줄무늬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 네라주리(Nerazzurri)라는 별명도 공유하고 있다. 인테르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뜻밖의 탈락을 당한 반면, 아탈란타는 극적으로 생존하며 네라주리의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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