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티히(폴란드)] 김정용 기자= 한국 U20 월드컵 대표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예상 밖 전술에 당황했지만 하프타임을 통해 전술과 마음가짐을 모두 정비한 뒤 경기 양상을 뒤집을 수 있었다.

29일(한국시간) 폴란드의 티히에 위치한 스타디온 미예스키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F조 2차전을 가진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24분 수비수 김현우의 헤딩 결승골이 터졌다.

 

남아공의 롱볼 전략에 휘둘린 한국

한국은 앞선 포르투갈전의 수비적인 3-5-2 포메이션을 버리고, 공격적인 4-2-3-1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남아공은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되 미드필더 루부요 페와를 전방에 배치해 4-4-1-1에 가까운 포진을 구성했다.

한국은 초반에 공격을 잘 풀어가나 싶었지만 곧 남아공의 페이스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수비수 이재익은 “남아공이 원래 그런 팀이 아닌데 롱볼을 많이 때려서 분위기를 빼앗겼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남아공이 낮은 패스 위주로 경기할 것을 예상하고 전방 압박을 준비했다. 그러나 남아공 수비수들이 롱 패스를 하면, 전방압박을 위해 전진한 한국 선수들은 수비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남아공은 신체조건이 그리 크지 않은 팀이지만 일단 한국 진영 쪽으로 롱볼을 날린 뒤 거기서 세컨드 볼을 다투겠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

남아공의 경기 콘셉트는 효과적이었다. 남아공 선수들은 키가 작아 헤딩슛을 날리긴 힘들었지만, 뜬 공을 경합한 뒤 공이 한국 진영 어딘가에 떨어지면 재빨리 달려들어 따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깔끔한 공격 마무리는 잘 되지 않았지만 코너킥을 유도한 뒤 세트피스도 위협적이었다. 한국은 이광연 골키퍼의 선방에 힘입어 전반전을 간신히 버텼다.

한국 공격 전개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조영욱과 이강인이었다. 조영욱은 공격형 미드필더 중 유일하게 수비진까지 내려가 공 쟁탈전에 참여했고, 직접 공을 따낸 뒤 빠른 드리블로 속공을 이끌어냈다. 이강인은 일단 패스를 받으면 빼앗기지 않는 볼 키핑 능력을 경기 내내 보여줬다.

 

‘세컨드 볼’ 쟁탈 위한 한국의 전술 변화

한국은 후반전 들어 전방압박의 비중을 줄였다. 대신 선수단 전체의 공수 간격을 좁히고 후방에 선수가 더 많이 배치되도록 위치를 조정했다. 그 결과 남아공의 롱 패스 이후 떨어지는 공을 따낼 확률이 높아졌다.

전반전에 전방 압박과 역습을 위해 공격진에 머무르던 오른쪽 윙어 엄원상은 거의 공을 잡지 못했다. 반면 후반전에는 엄원상 스스로 수비진까지 내려가 공을 따내는 데 참여했다. 그 결과 한국은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엄원상은 전방으로 달려가며 패스를 받아 드리블 능력을 보여줬다. 풀백 최준과 황태현의 측면 공격도 더욱 활성화됐다.

전반전에 미드필더 정호진과 김정민 역시 부진했다. 후반전에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한결 부담을 덜고 공 탈취와 빌드업 모두 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경기력이 살아났다.

 

한국은 체력 준비가 잘 돼 있었다

득점이 날 즈음부터 한국은 남아공을 체력 측면에서 압도했다. 남아공 선수들은 후반 막판 들어 활동량과 민첩성이 모두 눈에 띄게 떨어졌다. 세컨드 볼 쟁탈전에서 한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다. 한국이 남아공 진영으로 전진해 점유율을 유지하며 공격하는 동안 남아공은 제대로 된 압박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날씨도 한국 편이었다. 전반전 중반부터 하프타임까지 장대비가 쏟아졌다. 경기를 관전하던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은 하프타임에 “아프리카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비를 더 싫어한다.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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