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리버풀은 강력한 공격에 비해 늘 수비가 아쉬운 팀이었다. 지금은 EPL 3라운드까지 유일한 무실점 팀이다. 특급 골키퍼 알리손 베케르의 영입과 기존 자원들의 성장, 영리한 영입을 통해 수비진이 안정됐다.

리버풀은 세 경기에서 7득점 0실점으로 무실점한 유일한 팀이다. 그 다음으로 실점이 적은 첼시도 2실점했을 정도로 초반 모든 팀의 수비에 구멍이 있지만, 리버풀만은 예외다. EPL뿐 아니라 5대 빅 리그에서 두 경기 이상 치른 팀 중 무실점은 바르셀로나, 레반테, SPAL 포함 4팀에 불과할 정도도 드물다.

웨스트햄, 크리스털팰리스,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을 상대한 리버풀의 대진이 수월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팰리스와 브라이턴은 각각 1승을 거둔 팀들이고, 특히 브라이턴은 리버풀을 만나기 바로 전 경기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꺾어 화제를 모았던 팀이다. 마냥 대진 덕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경기들이었다.

 

경기장 전역에서 수비, 빼앗자마자 바로 공격

리버풀의 팀 수비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성장했다. 현재까지 리버풀은 경기당 슛 허용 횟수가 6.3회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18회나 허용한 아스널에 비하면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수치다. 이 수비력 덕분에 알리손에게 오는 슛의 빈도가 낮아졌고, 알리손은 적은 상황을 확실하게 책임졌다. 알리손의 경기당 2.0회 선방은 평범한 수치에 불과하다.

리버풀은 경기당 태클(슬라이딩 태클뿐 아니라 수비수가 직접 공을 빼앗은 상황을 통칭하는 용어) 성공 횟수에서 20.7회다. 태클을 많이 성공시키는 팀은 대부분 하위권이지만 리버풀은 특이하게 약팀들과 비슷한 태클 횟수를 기록했다. 점유율을 중시하는 주젭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이나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 식의 주도권 쟁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달려들어 주도권을 빼앗아오는 리버풀의 성향이 잘 반영된 기록이다.

리버풀의 뛰어난 수비 기록은 한두 선수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경기당 태클 성공 횟수 상위 25명 중 리버풀 선수는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팀 태클은 많다. 나비 케이타, 앤드류 로버트슨, 트렌트 알렉산더아놀트 등 5명이 경기당 2~3회 태클 성공을 기록하며 집단적으로 수비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팀 전체가 공 탈취에 참여하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압박 축구가 팀에 더욱 녹아들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모든 선수가 상대 공을 빼앗아올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공격수의 전방 압박이 통해 리버풀의 속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리버풀은 26일(한국시간) 열린 브라이턴과의 경기에서 상대팀과 똑같은 21회 태클 성공을 기록했다. 그중 리버풀은 절반에 가까운 9회를 하프라인 너머에서 기록한 반면, 브라이턴은 하프라인보다 위에서 해낸 태클이 2회에 불과했다.

골 역시 전방 압박에서 나왔다. 전반 21분 브라이턴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가 방심했을 때 리버풀의 제임스 밀너가 달려들어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따냈고, 근처에 있던 리버풀 선수 두 명을 빠르게 거쳐 모하메드 살라의 논스톱 슛이 터졌다. 리버풀의 수비가 골문 근처뿐 아니라 경기장 전체에서 벌어진다는 걸 잘 보여주는 상황이다.

 

이적료 기록 2명, 알찬 영입 3명으로 후방 완성

물론 무실점은 공격수, 미드필더들뿐 아니라 수비수들의 역량이 뛰어나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리버풀은 올해 1월 센터백 이적료 신기록을 경신한 피르힐 판다이크 외에는 수비진에 큰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단 800만 파운드에 영입한 레프트백 로버트슨, 유소년팀 출신 라이트백 아놀트가 빠르게 1군에 정착했다.

화룡점정은 조 고메스다. 고메스는 2015/2016시즌 영입돼 18세 나이로 1군에 정착했으나 단 5경기를 소화한 뒤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다. 지난 2017/2018시즌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고메스는 이번 시즌 판다이크의 파트너로 꾸준히 출장하고 있으며, 한때 ‘제2의 퍼디난드’라고 불렸던 뛰어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골키퍼 사상 최고 이적료를 투자한 알리손 역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알리손은 무실점 방어뿐 아니라 패스 성공률 90%, 경기당 롱 패스 6.0회 등 빌드업에도 능숙하다는 장점을 잘 발휘하고 있다. 상대 공격수의 압박을 드리블로 빠져나가는 플레이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리버풀은 수비수 사상 최고 몸값인 판다이크, 이적 당시 골키퍼 최고 몸값이었던 알리손으로 과감하게 후방을 보강했다. 나머지 자리는 직접 육성하거나 잘 스카우트한 선수들로 실속 있게 채웠다. 아놀트의 본격적인 1군 진입과 고메스의 부상 회복 시기를 감안하면 겨우 1년도 안 되는 기간 사이에 포백과 골키퍼를 모두 바꿔 새 수비진을 만든 셈이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EPL에서 네 번째로 실점이 적은 팀이었고, 팀 순위 역시 4위였다. 수비력 덕을 봤다고 하긴 힘든 순위였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결승에 진출해 놓고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베식타스로 이적)의 실수로 허무하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수비진과 수비 조직력의 보강은 곧 리버풀 특유의 공격 축구를 뒷받침할 확실한 저력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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