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세리에A 데뷔 후 두 경기에서 아직 골을 넣지 못했다. 그러나 키에보에 3-2 승리를 거둔 세리에A 1라운드 데뷔전(19일), 라치오를 2-0으로 꺾은 2라운드(26일)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빠르게 새 리그와 새 팀에 적응 중이다. 두 경기 동안 세 가지 전술을 실험했고, 호날두는 골 대신 어시스트 하나를 얼떨결에 기록했다.

 

호날두 중심의 세 가지 전술 실험

1라운드에서 호날두는 최전방 공격수로 세리에A 데뷔전을 치렀다. 수비 밸런스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알레그리 감독다운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4-2-3-1은 유벤투스의 기본 포메이션이며, 알레그리 감독은 양쪽 윙어의 수비 가담을 중시한다. 더 수비력이 좋은 더글라스 코스타, 후안 콰드라도를 기용하기 위해 호날두는 윙어가 아닌 최전방에 배치됐다.

1라운드 경기 후반 19분부터 호날두는 왼쪽 윙어로 이동했다. 코스타가 교체돼 빠지고, 호날두가 왼쪽 윙어로 이동했다. 최전방에 투입된 선수는 마리오 만주키치였다. 한 골 차로 뒤진 채 만주키치를 투입한 유벤투스는 이후 두 골이 연달아 터져 승리하며 호날두가 최전방보다 윙어에서 더 강하다는 걸 확인했다.

호날두를 윙어에 배치하는 동시에 수비 밸런스까지 잡고 싶었던 유벤투스는 2라운드에 4-3-3 포메이션을 꺼냈다. 호날두가 윙어, 만주키치가 스트라이커로 선발 배치됐다. 미드필더 세 명 중 가장 왼쪽에 있는 블래즈 마튀디가 중앙과 측면을 폭넓게 커버하며 호날두를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유벤투스는 1라운드보다 더 어려운 상대인 라치오를 무실점으로 꺾으며 한결 나은 공수 밸런스를 보였다.

알레그리 감독의 취향과 철학에 더 맞는 경기는 2라운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벤투스는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을 바꾸지 않았다. 오른쪽 윙어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를 코스타로, 수비형 미드필더 미랄렘 퍄니치를 엠레 찬으로, 미드필더 자미 케디라를 로드리고 벤탄쿠르로 바꾸며 매번 같은 자리에 투입했다. 경기 시작할 때의 포메이션을 끝까지 유지했다는 건 감독이 전술에 큰 불만이 없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유벤투스 공격이 아주 매끄러웠던 건 아니지만, 강호 라치오를 상대로 답답한 경기 가운데 충분히 우세를 보였다. 슈팅 횟수 16회 대 9회로 더 높은 기록을 남겼다. 슛의 질을 보면 유벤투스가 더욱 앞섰다. 수비수 몸에 맞은 슛 5회 대 1회, 유효 슈팅 7회 대 2회로 유벤투스 슛이 훨씬 골문 가까운 곳에서 위협적으로 날아갔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왼쪽 콤비네이션 플레이

호날두는 최다 슈팅(6회), 최다 유효 슈팅(4회), 최다 드리블 성공(2회), 심지어 팀내 선발 선수 중 최고 패스 성공률(90%)까지 기록했다. 공을 적게 잡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답게, 풀타임을 소화한 유벤투스 멤버 중 볼 터치, 점유율 모두 두 번째로 적었다.

유벤투스는 레알만큼 화려한 멤버들이 호날두를 뒷받침하는 팀이 아니다. 호날두가 라치오 페널티 지역 안에서 받은 패스가 전반전에 단 2회, 후반전에 단 1회에 불과했다. 심지어 후반전은 코너킥을 받은 상황이었다. 골대 근처에서 슛을 하기 힘들어지자, 호날두는 페널티 지역 밖에서 중거리 슛을 세 번 날렸다.

호날두에게 결정적인 득점 기회는 딱 한 번 제공됐다. 후반 30분, 오른쪽 측면 공격이 완벽하게 적중했고 주앙 칸셀루의 땅볼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했다. 호날두는 헛발질을 했다. 호날두의 두 발을 번갈아 맞고 떠오른 공을 만주키치가 괜히 멋진 동작으로 차 넣었다. 호날두는 얼떨결에 어시스트를 한 셈이 됐다.

라치오전에서 호날두가 편안한 환경을 제공받지 못한 이유는 왼쪽 측면 공격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호날두는 윙어 자리에 있지만 자유롭게 중앙으로 침투하며 슈팅 기회를 잡고 싶어 하는 선수다. 호날두가 측면을 떠나면, 그 자리를 레프트백이나 근처에 있던 미드필더, 공격수가 메워줘야 한다. 레알마드리드에서 손발이 가장 잘 맞을 때는 마르셀루, 앙헬 디마리아, 카림 벤제마가 이 역할을 했다.

유벤투스의 레프트백 알렉스 산드루, 미드필더 마튀디, 스트라이커 만주키치 모두 왼쪽 측면으로 빠지며 호날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는 레알 시절과 이론상 비슷한 구성이다. 다만 공격의 효율이 아직 부족했다. 산드루는 폭발적인 신체 능력을 활용할 만한 오버래핑 타이밍을 잡지 못해 평소에 비해 답답한 경기를 했다. 마튀디는 충분히 측면으로 빠지지 못했다. 만주키치는 종종 호날두와 자리를 바꾸며 윙어 위치로 이동했지만 그 뒤에는 딱히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없었다.

 

디발라는 어떻게?

이날 아예 출장하지 못한 파울로 디발라의 활용법 역시 문제다. 디발라는 지난 시즌 리그 22골을 넣은 최다 득점자였고, 호날두보다 8살이나 어려 유벤투스를 더 오랫동안 끌고 갈 핵심 공격수다. 디발라 없는 포메이션을 ‘플랜 A’로 끌고 갈 수는 없다. 호날두가 있는 한, 헌신적인 만주키치가 먼저 기회를 잡는 것도 사실이다. 유벤투스는 만주키치가 골을 넣은 세리에A 22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알레그리 감독은 “기술적 측면, 균형, 신체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선발 라인업을 짜야 한다. 벤치에 앉은 선수들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수는 11명뿐”이라며 멤버 구성의 고충을 밝혔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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