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브카시(인도네시아)] 김완주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에는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16강 이란전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은 이제 우즈벡과의 악연을 끝내러 나선다.

27일 인도네시아 브카시의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맞붙는다. 한국은 우즈벡을 넘고 4강에 올라야 한다. 승리한다면 중요한 고비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우즈벡에 복수를 할 수도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와일드카드가 3명까지 합류 가능하지만 주축을 이루는 건 1995년 이후 출생 선수들이다. 현재 대표팀에 있는 1995~6년생 선수들은 우즈벡과 싸워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경험이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진 않다.

이란과의 16강전이 끝나고 김학범 감독은 “도리어 8강에서 (우즈벡과)잘 붙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23세 1월 대회에서 1-4로 졌고, 이번 연령대 16세 대회에서도 패했다. 선수들한테 이 부분에서 빚진 걸 되갚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이번 연령대 선수들은 우즈벡에 여러 차례 패했다. 가장 최근에 당한 패배는 불과 7개월 전이다.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했던 한국은 4강에서 우즈벡을 만났다. 결과는 1-4 패배였다. 한국을 꺾은 우즈벡은 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현재 선수단 중 지난 1월 대회에 나섰던 선수들은 모두 5명이다. 황현수와 장윤호는 선발로 뛰었고, 김문환과 조유민은 교체로 투입됐었다. 골키퍼 송범근은 벤치에 앉아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5명 모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16강에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들이다.

장윤호는 다른 선수들보다 우즈벡전을 대하는 자세가 더 진지하다. 그는 지난 맞대결에서 후반 29분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한국은 장윤호의 퇴장 이후에도 선전했지만, 결국 연장에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장윤호는 “내가 우즈벡전에 퇴장을 당해서 큰 점수차로 지게 됐다”라며 “개인적으로나 대표팀에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이번에 되갚아줄 생각”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귀중한 동점골을 넣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던 황현수도, 장윤호 퇴장 이후 교체 투입됐던 김문환과 조유민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현우의 부상으로 선발 출전이 유력한 송범근 역시 복수와 명예회복을 동시에 노린다.

 

1월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황인범과 황희찬은 더 오래 전에 아픔을 경험했다. 6년전 우즈벡에서 열린 ‘2012 AFC U-16 챔피언십’ 4강에서 우즈벡을 만나 승부차기까지 접전 끝에 패했다. 두 선수 모두 당시 팀의 핵심 멤버였다. 황인범은 최문식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고, 황희찬은 최전방을 책임졌었다.

당시 한국은 먼저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후반 추가시간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동점골을 넣은 선수가 바로 황희찬이었다. 연장 승부에도 양팀은 승패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동점골을 넣으며 영웅으로 떠오르는가 싶던 황희찬은 승부차기를 실축했고 우즈벡이 결승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다. 4강에서 탈락한 한국은 U-17 월드컵 출전도 무산됐다.

우즈벡전 패배를 경험해 본 선수들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주장인 손흥민은 이란전을 앞두고 우즈벡에 1-4로 패한 경기를 언급하며 선수들을 자극하고 정신력을 끌어올렸다. 김진야의 경우는 2015년 킹스컵에서 한국 선수가 우즈벡 선수에게 폭행 당한 경기를 보며 받은 충격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강상우에게 날라차기를 해 퇴장당했던 자롤리딘 마샤리포프는 와일드카드로 우즈벡 대표팀에 합류해 주전 왼쪽 윙어로 뛰는 중이다.

지난 패배들을 되돌려주겠다는 생각이 지나치면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적당한 복수심은 선수들의 동기를 자극해 정신력 무장에 도움이 된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우즈벡에 대한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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