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UEFA 유로파리그(UEL)의 결승 진출팀이 모두 결정됐다. 레알마드리드, 리버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올랭피크드마르세유가 마지막 트로피를 놓고 싸운다. 모든 팀은 결승전에 얽힌 사연이 있고, 꼭 우승을 차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아직 응원할 팀을 정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편을 정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드린다.
▲ 우승은 레알이 제 맛
이기던 팀이 또 이기면 재미없다고? 그건 편견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지네딘 지단, 레알마드리드가 UCL에서 세 시즌 연속으로 우승하는 걸 보는 건 그 어떤 약자의 반란보다 더 특별한 일이다. 레알이 또 우승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축구 역사가 창조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함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슬램덩크’의 정대만 친구 영걸이처럼 외치며 레알을 응원해도 좋다. 나가자! 새 역사 창조의 건아들아!
▲ 숫자로 보는 레알과 결승전
- 레알은 결승에 가장 많이 오른 팀이며, 이번이 16번째 결승이다. 두 번째로 많이 오른 팀은 11회를 기록한 AC밀란이다.
- 레알은 3회 이상 결승에 오른 10팀 중 가장 승률이 높은 팀이다. 앞선 15차례 결승전에서 12회 우승, 3회 준우승을 기록해 80% 승률을 기록했다. 참고로 10팀 중 가장 승류리 낮은 팀은 2회 우승, 7회 준우승을 기록한 유벤투스다.
- 한 팀이 3회 연속으로 결승에 오른 건 이번이 7번째다. 앞선 6회 모두 각 리그 우승팀만 참가하던 시절의 사례이며, 현재처럼 본선 32팀 규모로 확대된 뒤엔 이번이 처음이다.
- 한 팀이 3회 연속 결승 진출을 두 번 이상 달성한 건 레알이 처음이다. 레알은 초대 대회였던 1955/1956시즌부터 5회 연속으로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한 바 있다.
- 레알은 최근 6차례 결승에 진출해 모두 우승했다. 레알이 결승전에서 패배한 사례를 찾으려면 1980/1981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이때 상대팀이 하필 리버풀이었다는 점은 불길한 요소다. 당시 레알에는 비센테 델보스케와 울리 슈틸리케가 소속돼 있었다.
▲ 왜 가장 매력적인 팀인가
3연속 우승은 시대의 지배자를 상징하는 훈장이다. 특히 미국에선 더 그렇다. 랩 가사나 제목에서 스리핏(3-peat, 3연속 우승)에 비유해 래퍼 자신을 과시할 정도다. 과거엔 비교적 흔했지만, 프로 스포츠가 고도로 발달할수록 연속 우승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전 유럽의 축구 팀 중 우승자를 뽑는 UCL은 그 중에서도 가장 연속 우승이 어려운 대회다.
야구과 농구를 보면 미국프로야구(MLB)에서 1998~2000년 뉴욕양키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2000~2002년 LA레이커스가 달성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훨씬 팀 수가 적은 단일 리그에서조차 2000년대에는 3연속 우승팀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UCL에서는 연속 우승조차 보기 힘들었다. 마지막 연속 우승이 1988~1990년에 걸쳐 2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한 AC밀란이었다. 이 밀란은 최초의 현대 축구를 구현한 팀으로 불린다. 즉 축구 역사가 현대로 들어선 뒤로는 3연속은커녕 2연속 우승조차 레알이 처음이다.
이토록 난이도가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레알의 3연속 우승 여부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호날두와 지단은 ‘축구계의 마이클 조던’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 누굴 위해 우승해야 할까
레알이 우승한다면 훌렌 로페테기 스페인 대표팀 감독이 씩 웃지 않을까. 여전히 스페인은 레알 선수들이 주축인 팀이다. 특히 이스코, 마르코 아센시오, 루카스 바스케스 등 장점만큼 단점도 큰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지단이 먼저 예시를 보여주는 셈이다. 불안요소라면 ‘UCL 결승을 치르고 온 선수들은 체력이 고갈돼 월드컵에서 부진에 빠진다’는 속설 정도인데, 레알은 워낙 선수들의 출장 시간을 잘 조절하는 팀이기 때문에 그럴 염려도 딱히 없다. 레알의 젊은 공격 자원들이 UCL 우승의 기세를 몰아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건 퍽 인상적인 광경이 될 것이다.
▲ 알아둬야 할 표현
“할라 마드리드.” 가장 유명한 응원 구호이자 응원가 제목이다. “가자 마드리드”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레알을 응원할 생각이라면 미리 응원 도구 하나쯤 사 뒀다가, 결승이 열릴 27일 새벽에 꺼내들고 TV 앞에서 “할라 마드리드”를 외치자.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