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평창] 한준 기자= “어차피 축구는 찬스를 주고받는 경기다. 냉정하게 결정하는 게 중요하고, 그 부분에서 우리가 강원에 앞선 것 같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11일 강원FC과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2라운드 경기가 팽팽했다고 인정했다. 두 팀의 차이는 마지막 순간 집중력, 그리고 결정력에서 발생했다. 

황 감독은 “스쿼드 보강을 통해 야심차게 올 시즌을 준비한 팀이다.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는 치열했다. 강원이 앞서갈 수 있는 상황도 있었다. 서울에 시즌 첫 승을 안긴 결승골은 후반 33분에 와서야 나왔다. 황 감독은 이날 승리에도 “나도 마찬가지고, 선수들도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라며 향후 상승흐름을 탈 수 있을지는 “몇 경기 더 봐야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챔피언 서울을 맞이한 강원의 계획

상주와 원정 경기로 치른 개막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강원은 챔피언을 상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서울 등 강팀과 경기에는 더 신중한 경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프리시즌 기간 스리백 전환 카드로 준비한 오범석을 미드필드에 배치했다. 오범석은 황진성, 오승범과 중원에서 짝을 이뤘으나 상대가 공을 소유할 때 수비 지역으로 내려가 스리백을 구성했다. 수비 상황에서 강원은 3-5-2 형태로 중앙 지역을 메우고 투톱이 전방을 압박, 스리백이 문전을 커버했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전술이란 상대 강점을 줄이고 우리 강점을 살리는 것”이라며 “서울은 중앙과 포워드를 활용한다. 중앙을 커버하고 측면에서 움직여 공격 루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경기의 변수 중 하나는 의무적으로 선발 출전 시켜야 하는 23세 이하 선수였다. 서울은 수원과 경기에 아쉬운 데뷔전을 치른 김한길을 왼쪽 윙으로 배치했고, 강원도 신인 윙어 임찬울을 왼쪽 공격에 뒀다. 

프리시즌 기간 가장 많은 기회를 받은 선수는 공격형 미드필더 안수민이었다. 최 감독은 “임찬울, 김민준, 안수민 모두 실력은 엇비슷하다. 안수민은 첫 경기인데다 서울을 상대로 중원에서 긴장하고 실수를 할 경우 자칫 위축될 수 있다. 스피드가 빠르고 1대1 능력이 좋은 임찬울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강원의 계획은 전반전에 잘 먹혔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제골에 근접한 기회가 찾아왔다. 미드필더 오승범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시도한 크로스패스가 이근호를 지나쳐 서울 수비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됐지만, 서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장면이었다. 전반 27분에는 황진성의 스루패스를 받은 임찬울이 우측면을 무너트리고 시도한 슈팅이 골키퍼 유현의 선방에 막혀 아쉽게 무산됐다.

강원은 수비시 최대 5백을 구사하며 서울 수비를 틀어막고, 측면을 활용한 역습을 전개했다.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났고, 강원이 우세한 경기를 했다. 후반전에도 초반에는 비슷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후반 중반까지는 교체로 들어온 디에고와 공격수 이근호의 힘찬 플레이로 강원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강원은 후반 23분 라이트백 백종환을 빼고 미드필더 김승용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결정력의 차이 부른 ‘체력 방전’의 이유

그러나 후반 중반 이후 분위기는 서울로 넘어갔다. 결정적으로 후반 33분 강원이 자기 지역에서 서울의 패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윤일록의 패스를 받은 데얀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다. 경기 내내 고립되어 있던 데얀은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했다. 후반 44분에는 윤일록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는데, 골키퍼 이범영의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면했다. 강원은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후반 중반 이후 찾아온 체력 저하를 ‘전술적 실패’라며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 맞부딪히며 공격을 감행하느냐, 아니면 점유율을 내주더라도 상대를 압박하고 지역 방어를 하느냐. 실점을 안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했는데, 서울 선수들의 기량이 좋았고, 빌드업 과정이나 패싱 능력이 뛰어나 애를 많이 먹었다. 공격수들이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강원 역시 마무리가 좋은 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했다. 정조국과 이근호는 검증된 골잡이다. 정조국의 부상으로 투입된 브라질 공격수 디에고 마우리시오도 한 방이 있다. 그 밖에 황진성, 문창진, 김승용 등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면면은 서울과 비교해서 기량적 측면에서 결정력이 뒤지지 않는다. 최 감독은 이 선수들이 지칠 수밖에 없는 전술을 운영한 것이 차이를 발생시켰다고 자책했다.

“데얀이나 서울 공격수들에게 침투되는 공을 방어하기 위해 스리백 내지 파이브백까지 활용했다. 점유는 내줬지만 특별히 찬스를 안줬다. 막판까지 지키지 못하고 내준 게 아쉽다. 점유율을 많이 주다 보니까 뛰는 양이 늘어났다. 특히 공격수들이 공격 보다 수비에 너무 힘을 쏟게 됐다. 내가 우리 선수들을 너무 힘들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첫 경기 뿐 아니라 동계훈련 기간 우리 주포메이션은 포백으로 전술훈련을 했다. 스리백도 간간히 연습했지만 이번 경기는 내가 너무 조심스럽게 준비한 것 같다.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요구대로 잘해줬다. 전반에는 기회를 안줬지만 결과가 나빴기 때문에 내 선택이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강원 입장에서는 불운도 있었다. 전반 42분에 공격수 정조국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정조국은 상주전 이후 근육에 통증이 있었는데, 경기를 앞두고 회복되어 출전했다. 경기 도중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디에고를 생각보다 일찍 투입해야 했다. 디에고는 공을 소유했을 때는 위협적이었으나 공이 없는 순간 수비 가담과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는 미흡했다. 그로 인해 이근호를 비롯한 주위 선수들이 더 많은 양을 뛰어야 했다. 강원 선수들이 후반 중반 이후 더 지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다.

최 감독은 정조국의 부상 이탈을 아쉬워하면서도, 디에고에 대해서는 질책하지 않았다. “정조국 선수가 아무래도 경험이 많고, 선수들을 리드하고, 전체 균형을 잡아주는 선수다. 수비에 너무 힘을 쏟아보니 근육에 문제가 다시 생겼다. 디에고는 합류가 늦었다. 볼을 갖고 하는 능력은 상당히 좋다. 일대일 돌파나 볼터치는 좋은데 수비 범위나 상대와 몸싸움 상황이 부족하다. 선수들과 콤비네이션도 안 맞았다. 적응만 잘 되면 무서운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최 감독은 경기 내내 활발한 포메이션 변경을 시도했다. 투톱과 스리톱, 스리백과 포백, 파이브백이 경기 상황에 따라 춤을 췄다. 라이트백 자리에 들어간 김승용은 경기 막판 왼쪽 윙으로 이동했다. 오승범과 황진성은 중앙 미드필드 지역에서 다양한 위치로 이동해 공수 양면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해야 했다. 새로운 선수들이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고 있다. 체력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 감독은 서울전의 전략 실패를 자책했지만, 앞으로도 경기 중 전술 다변화 카드를 다듬어 경기력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선수들의 능력에 대해선 여전히 신뢰를 보냈다. “경험 있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임기응변이나 변화에 잘 대처했다.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술에 대비해야 한다. 오늘 같은 잘못된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

#노련했던 서울, 아직 배고픈 황선홍

팀적으로 서울은 더 노련했다. 황 감독은 "선수들이 냉정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해줬다. 인내심을 갖고 경기를 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득점 이후 곧바로 교체를 단행했다. 후반 36분 득점자 데얀을 빼고 미드필더 하대성을 투입했다. 서울은 강원의 역습 과정에서 측면을 내준 것 분 아니라 포백 앞지역의 커버도 불안했다. 문창진과 황진성이 중앙 지역에서 움직이는 것을 제어하지 못했다. 

황 감독은 “홀딩 미드필더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차이가 있다. 전방에서 압박이 안되어도 홀드가 있으면 우리 지역의 수비는 탄탄해질 수 있다”며 경기 막판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황 감독은 “사실 하대성을 투입한 것은 경기를 컨트롤하고 싶어서였다. 결과적으로는 수비가 강화됐다”며 실제 의도는 그 보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하대성이 미드필드에서 잘해줬다. 경기력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은 2017시즌 마침내 첫 승을 거뒀다. “ACL에서 당한 연패로 상당히 침체될 수 있었는데, 오늘 경기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플레이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최 감독과 황 감독 모두 열악한 잔디 상황에서 전술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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