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평창] 한준 기자= 11일 오후 3시, 강원도 평창에서 처음으로 K리그클래식 경기가 열렸다. 강원FC는 K리그챌린지에서 보낸 지난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건립된 스키점프대 경기장을 시즌 중 새로운 홈 경기장으로 삼고 몇몇 경기를 치렀다. K리그클래식으로 복귀한 2017시즌에는 평창알펜시아스키점핑타워 스타디움에서 모든 홈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는 교통 접근성 등 몇몇 우려에 대해 “강원도 내 다른 경기장은 오래전에 지어져 시설이 좋지 않다. 팬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실제로 강원은 이날 주요 터미널 등지에 강원 지역 팬들이 경기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2013년 강등 이후 4년 만의 K리그클래식 복귀 무대. 관중 동원은 예상보자 많지 않았다. 5,098명이 운집했다. 경기장 분위기는 좋았다.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구단 상품과 새 유니폼 등을 입고 기대감 속에 경기를 즐겼다. 10,633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경기장이기에 경기장의 주요 지역은 대부분 꽉 찬 모습을 보였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가 가까워 열기가 뜨거웠다.

문제는 잔디였다. 경기장에 들어온 순간 푸르름을 느낄 수 없었다. 얼핏 맨땅 운동장으로 보일정도로 열악했다. 서울 공격수 데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건 축구장이 아니다”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믿을 수 없었다. 평창에서 2018 동계올림픽 열리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경기를 하기 어려웠다.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냄새도 이상했다. 강원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강원 선수들에게서도 잔디 상태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데얀은 “잔디 외에는 다 좋았다. 스키점프대 풍경도 좋았고, 산에 있다보니 공기도 상쾌했다. 그라운드 컨디션만 제외하면 축구를 하기엔 최적의 상태였다. 경기장은 아름다웠다”고 했지만, 축구경기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잔디 상태가 준비되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경기 내내 공을 불규칙하게 굴렀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튀어오르거나 가속이 붙었다. 전반전에 양 팀 선수들 모두 기술적인 실수가 발생했다. 공격 연결 과정에 자꾸 끊겼다. 높은 수준의 경기를 보여주기 어려웠다. 선수들이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후반전에 들어서야 플레이가 정밀해졌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 롱볼을 특별히 사용할 정도는 아니였다. 정상적으로 경기했다”며 잔디 상태로 인해 경기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경기 전에도 “우리도 이틀 전에 한번 해봤다. 잔디아 안자라서 볼의 스피드가 빠르다. 맨땅에서 구르듯 빠르게 오간다”고 했다. 강원은 지난 시즌에도 이미 이 경기장을 사용한 바 있다. 당시에는 가을에 사용해 잔디 상태가 좋았다. 평창은 최근까지 눈이 내렸다. 경기 당일 아침까지도 그라운드가 얼어있었다. 

최 감독은 “승리했다면 구단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려 했다. 2주 내내 작업을 하엽서 굉장히 고생하셨다 구단분들이 많은 눈을 치웠고, 어제까지도 작업을 하면서 얼음을 깼다. 잔디 상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으시겠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이날 잔디 사정에 대한 뒷이야기를 밝혔다. 

식전 공연과 세련된 디자인의 구단 상품, 기대감을 안고 찾아온 팬들,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들의 분투와 멋진 플레이까지 강원의 클래식 안방 복귀전은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열악한 잔디 사정으로 인해 내용과 결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 아쉬움은 진하게 남았다. 

잔디 사정이 조금 더 좋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었다. 평창의 잔디는 날씨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강원은 곧바로 18일 오후에 포항스틸러스와 리그 3라운드 경기를 홈에서 치른다. 그때까지 잔디 상태를 최대한 회복하고, 현 잔디 상태에서 잘 할 수 있도록 적응해야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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