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공항] 한준 기자= 지난 2월 24일 유럽으로 향한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10일 오후 귀국했다. 포르투갈에서 진행한 두 번째 소집 훈련, 그리고 실상 첫 번째 전술 훈련 기간 신 감독은 확신을 갖지 못했다. 5월 20일 개막하는 ‘2017 FIFA U-20 월드컵’을 앞두고 원점에서 선수 선발을 고민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유럽으로 떠났다.

신 감독은 솔직한 인터뷰이다. 10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기대 보다 좋았던 선수는 없었다.” 신 감독의 유럽 방문은 “옆에서 좋은 선수가 있다고 추천을 하는데, 나중에 명단을 짤 때 헷갈릴 수 있다. 내가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 미련 없이 내 머리 안에 구상한 멤버를 정확히 할 수 있다. 그걸 확인하고 왔다.”

신 감독은 2주 간의 유럽 방문 일정에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페인을 다녀왔다. “첫날 프랑크푸르트에서 함부르크로 넘어가 상파울리에 있는 이승원 선수를 봤다. 그 다음 날 벨기에에 가서 투비즈의 이재건 선수를 봤다.” 두 선수에 대한 신 감독의 평가는 냉정했다. 

이승원의 경우 당시 예정된 시합이 우천으로 취소되어 연습 경기에 나선 모습으로 확인했다. “팀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양발을 쓰고, 패스가 좋다고 하는데, 내 눈으로 보기엔 투쟁력 측면에서 부족한 것을 느꼈다.” 이재건의 경우에도 “투비즈에서 시즌 초반에 가서 상당히 좋았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땐 몸이 무겁고, 힘들어 했다. 들은 것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왔다.”

오스트리아 클럽 SV호른에 소속된 수비수 김재우의 경우 제주와 포르투갈 전훈에 합류했던 선수다.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마지막에 부상이 있었다. 그 부분이 완전치 않아 운동에 복귀한 뒤 일주일이 된 상황이었다. 경기를 봤는데 선발에 못 들어가고 후반 10분을 남기고 들어갔다. 크게 눈에 띄지 않았아. 4개국 대회 명단에는 빠질 것 같다.”

신 감독은 김재우의 경우 “내가 기량을 확인한 선수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컨디션이 올라오면, 몸이 좋아졌다고 판단되면 그때가서 봐야한다”며 향후 선발의 여지를 열어뒀다. 하지만 신 감독은 이번 유럽 방문 이후 어느 정도 최종 엔트리에 대한 결심을 굳힌 모습이었다. 

U-20 대표팀의 남은 일정은 얼마 없다. 3월 15일 조추첨 이후 상대국이 결정?? 3월 말 4개국 대회로 실전형 모의고사를 치른다. 4월에 소집해 5월에 대회에 나선다. 더 이상 새 선수를 보기 위해 발품을 팔 시간은 없다. 

신 감독은 이날 “원래 취지는 야스퍼 때문이었다”고 했다. 네덜란드로 입얀된 선수인줄 알았던 야스퍼 킴 테르하이데를 보기 위해 유럽 방문 일정을 잡은 것이다. 야스퍼는 아약스 유스팀 소속 풀백이다. 신 감독이 가장 고민하는 포지션의 선수이며,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 직접 대한축구협회에 추천한 선수다. 

입양아였다면 한국국적 취득이 가능했지만, 알고 보니 그의 부친이 입양아였다. 야스퍼는 네덜란드 태생으로 한국 국적 취득이 어려운 상황으로 드러났다. 유럽 방문의 최대 목적이 무산되었지만, 신 감독은 최대한 알찬 일정을 보냈다. U-20 대표팀에 소집할 수 없게 됐지만 야스퍼도 만났다.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훈련하는 것을 1시간 40분 정도 봤다. 감독과도 얘기하고. 추후 아시안게임이든, 올림픽이든, 대표팀이든, 누가 되든 나한테 물어보면 얘기해줄 수 있으니까. 만나고 왔다.”

유럽 방문길에 신 감독에게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은 바르셀로나 일정에 있었다. “스페인으로 넘어가 마요르카에서 이승우의 유스리그 경기를 봤다. 바르셀로나로 와서 백승호가 훈련하는 것을 참관하고, 구단 유소년 디렉터를 만나 백승호의 스케줄을 공유했다. 다음 날은 이승우의 유스 챔피언스리그 경그를 봤다. 이승우 팀의 감독도 만났다.”

신 감독은 백승호와 이승우가 소속팀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두 선수는 신 감독의 U-20 대표팀에서도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소집 일정 등을 논의했다며 4개국 대회 명단에 합류할 것이라고 미리 알렸다.

“백승호는 경기를 못나오고 있지만 감독고 디렉터 모두 좋은 선수라고 하더라. 올해 경기를 많이 내보내려 했는데 몸이 좋아서 내보내려 하면 한국에 3주 정도 가야 해서 타이밍이 안 좋았다. 상당히 좋은 선수라고 다음 시즌에는 많이 기용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지금 경기에 못나가도 구단에서 인정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승우는 내가 본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뛰었다. 흡족한 기분을 만들어줘서 좋았다. 감독과도 얘기했는데 믿음이 좋았다.”

신 감독은 이 자리에서 바르사 3인방 중 장결희는 U-20 대표팀에서 탈락했다고 공개했다. “전혀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다.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다. 결희는 아직 팀에 자리를 모 잡고 있지 않나 싶다. 솔직히 얘기하면 힘들다. 얼굴이 많이 어두웠다. 20세 팀에서도 자리를 못 잡고, 팀에서도 자리를 못잡다보니. 힘들어하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희를 끌어올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한 선수 때문에 전체가 희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백승호, 이승우에 대한 확신을 얻은 것과 더불어 마지막 일정으로 바르사와 PSG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온 것이 신 감독에겐 큰 영감을 준 것으로 보였다. 신 감독은 “역사적인 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직접 보고, 기분 좋게 들어왔다”며 웃었다. 바르사는 PSG과 1차전에서 0-4로 졌으나, 2차전에서 6-1로 승리해 8강에 올랐다.

“현장에서 바르사 팬들과 흥분하며 봤다. 골드에서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듯이, 축구는 휘슬을 불어여 한다. 3-0에서 3-1이 됐을 때는 분위가가 쌔했다. 팬들도 탈락이라고 생각했다. PSG가 내려 앉아 있다가 한 골을 넣고 나서는 적극적으로 프레싱했다. 바르사가 한 골을 더 넣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3골이 들어갈 줄은 몰랐다. 네이마르의 프리킥이 반전시켰다. 축구는 분위기를 타면 어느 팀이든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술적인 힌트보다 정신적인 힌트를 많이 줬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유럽 방문 일정이었지만 바르셀로나에선 희망의 증거를 찾았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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