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프로축구의 계절이 왔다. ‘KEB하나은행 K리그 2017’이 힘차게 킥오프했다. 지난 4일과 5일, 전국 11개 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개막전이 일제히 펼쳐졌다. 겨우내 새 시즌을 준비한 팀들은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쏟아냈다. 1라운드부터 볼거리는 풍성했다.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의 ‘동해안더비’, FC서울과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슈퍼매치’ 등 굵직한 경기가 펼쳐지며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K리그의 볼 거리, 즐길 거리는 그라운드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감만족’을 위한 각 구단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풋볼리스트’는 K리그 구단들이 경기 외적으로 팬들을 사로잡기 위해 새 시즌에 맞춰 출시한 ‘대표 상품’들을 소개한다. 첫 주자는 전통의 명문 포항스틸러스의 ‘쇠돌이 20주년 레트로 패키지’다.

‘WE ARE STEEL STRONG’ 포항, 쇠돌이 20주년 레트로 패키지
포항스틸러스의 슬로건은 ‘WE ARE STEEL STONG’(우리는 강철만큼 강하다)이다. 모기업인 포스코의 슬로건과 축구단의 특성을 잘 결합했다. 포항이 직접 꼽은 2017년 대표 상품은 ‘쇠돌이 20주년 패키지’다. 1973년 포항제철축구단으로 창단한 포항은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올드 팬’들이 많고, 진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 

일부 구단이 창단 20주년을 기념할 시기에 포항은 ‘쇠돌이 20주년’을 기념한다. 쇠돌이는 포항의 옛 마스코트다. 지난 마스코트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생기를 불어넣어, 역사를 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포항은 1997년 당시 ‘시안블루’ 색상의 유니폼을 입었고, 최초로 쇠돌이를 유니폼 소매에 부착했다. 포항은 지난 2016년부터 계획에 착수했다. 결과물이 나왔다. 초반에는 쇠돌이만을 기념하려 했지만, 올드 팬들을 위해 당시의 유니폼까지 살려냈다.

당시 디자인을 차용하고, 시안블루 색상의 유니폼을 원정 유니폼으로 채택하는 과감한 행보를 펼쳤다. 한참 동안 포항의 원정 유니폼은 흰색이었다. 시안블루 색상의 유니폼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지만, 팬들의 가슴에는 영일만의 푸른 바다와 함께 남아있었다. ‘쇠돌이 20주년 레트로 패키지’는 팬들의 마음을 읽은 결과물이다. 포항은 당시 메인 스폰서인 ‘파워디지털 017’의 디자인까지 담았다. 단순히 색상 교체가 아니라 당시의 역사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포항은 단순히 레트로 유니폼 출시를 통해 팬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지폐가 빠져나간 지갑에 포항의 팬이라는 자부심을 채워 넣어야 지속가능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됐다. 스포츠용품디자인업체 ‘라보나풋볼’과 협력해 아예 ‘패키지’를 만들었다. 유니폼을 넣고, 쇠돌이의 향수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팬들을 위해 열쇠고리와 인형을 만들었다. 

어쩌면 유니폼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상품은 전현직 선수들의 오습이 담긴 미니 포스터다. 당시 가장 큰 인상을 남긴 레전드 선수들의 사진과 현재 선수들의 사진을 합성했다. 선수단 프로필 촬영시 별도의 시간을 내어 과거 사진과 대칭되는 사진을 촬영했다. 황선홍과 양동현이 환호하고, 고정운과 심동운, 박태하와 김광석이 포효한다. 최문식과 백승철, 이동국 등도 등장해 팬들의 향수를 채운다. 이를 포함한 기념 엽서가 패키지를 구성하고 마무리는 아기자기하게 디자인 된 레트로 박스 포장으로 한다.

포항의 새 시즌 맞이 대표 상품인 ‘쇠돌이 20주년 레트로 패키지’는 200세트 한정 출시됐다. 지난 달 25일 개최된 출정식에서 오프라인 신청이 이뤄졌고, 6일부터 온라인 신청이 진행되어 3일만에 완전 소진됐다. '역사'를 상품으로 만들어 팬들의 욕구 충족에 성공한 것이다. 구매에 실패한 팬들은 추가 제작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한정판 구매 고객을 고려해 추가 제작은 검토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포항은 시안블루 색상이 적용된 올 시즌의 어웨이 유니폼을 주력 판매할 예정이다.  패키지 출시를 총괄 기획한 신주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팬들이 가장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앞으로도 팬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가장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덧붙였다. 

글=김동환 기자
이미지=포항스틸러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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