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 라이두니(튀니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이사 라이두니(튀니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맞는 튀니지의 상황은 한국과 똑같았다. 튀니지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승리는 따냈지만, 행운이 따라야 하는 16강 진출은 실패했다.

1일(한국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D조 최종전 두 경기가 동시에 진행됐다. 튀니지가 조 최강 프랑스를 1-0으로 꺾었고, 호주는 덴마크에 1-0 승리를 거뒀다.

그 결과 16강에 오른 팀은 2승 1패 프랑스, 같은 전적의 조 2위 호주였다. 튀니지는 1승 1무 1패로 조 3위에 그치며 탈락했다. 덴마크는 1무 2패로 떨어졌다.

D조의 최종전 직전 구도는 한국이 속한 H조와 똑같았다. 그 중에서도 조 최하위 튀니지의 상황이 한국과 비슷했다. 최종전을 앞두고 2승 프랑스가 16강행을 확정한 상태였고 호주가 1승 1패로 2위, 덴마크와 튀니지가 모두 1무 1패인 가운데 각각 3, 4위였다. 그런 가운데 최종전에서 튀니지는 프랑스에 도전하고, 덴마크는 호주에 도전했다. 튀니지와 덴마크 모두 반드시 승리하고 다른 구장 상황을 봐야 했다.

이런 D조 구도는 H조와 같았고, 그 중에서도 조 최강자를 상대로 이겨야만 하는 튀니지가 한국과 같은 처지였다.

그리고 튀니지는 조 최강자를 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프랑스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큰 폭으로 가동한데다, 약점인 포지션이 풀백이기 때문에 특히 이 위치의 대안을 모색하고 주전 선수의 부상 확률을 낮추기 위해 큰 폭의 실험을 했다. 그래서 유일한 레프트백 테오 에르난데스 대신 미드필더 에두아르도 카마빙가가 배치되는 포지션 파괴가 일어났다. 오른쪽 수비수는 악셀 디사시였는데 이 자리를 소화할 수는 있지만 본업은 중앙 수비수인 선수다. 또한 베테랑 골키퍼지만 월드컵에서 거의 기용되지 못했던 만년 후보 스테브 망당다에 대한 예우로 선발 기회를 줬다.

이처럼 프랑스가 전력 약화를 감수하고 느슨한 경기를 한 반면 튀니지는 앞선 두 경기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튀니지는 경기 초반부터 프랑스를 밀어붙였다. 그 결실이 선제골이었다.

프랑스는 실점 이후 아드리앙 라비오, 킬리안 음바페, 앙투안 그리즈만, 우스만 뎀벨레를 차례로 투입하면서 갈수록 주전 라인업을 구축했다. 튀니지는 한 골을 넣은 이상 오히려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고, 안정적인 교체 카드를 택했다.

하지만 튀니지는 자력진출이 가능한 입장은 아니었다. 같은 시간 호주는 덴마크 상대로 수비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튀니지가 골을 넣은 순간, 튀니지가 조 2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호주도 공격에 나섰는데 변화를 주자마자 매튜 레키의 골이 바로 터지면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는 프랑스 1위(승점 6), 호주 2위(승점 6), 튀니지 3위(승점 4)가 됐다.

이제 튀니지는 골을 더 넣어도 의미가 없었다. 리드를 지키고 경기를 마치는 동시에, 덴마크가 골을 넣어 호주와 무승부를 만들어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호주가 먼저 승리한 채 경기를 끝냈고, 이 상황을 모바일 기기로 실시간 확인하던 튀니지 벤치는 이미 16강 진출이 불가능해졌다는 걸 알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튀니지는 승리로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그리즈만이 추가시간에 골을 넣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퇴장당하는 극적인 과정도 있었다.

튀니지의 사례는 한국도 충분히 포르투갈을 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동시에 다른 구장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16강에 갈 수 있다는 씁쓸한 현실도 확인시켰다. 하지만 승리를 거두며 대회를 마친 튀니지 선수들의 표정은 마냥 어둡지는 않았다. 조 순위는 운에 맡기되, 1승은 스스로 쟁취한 자들의 얼굴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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