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환(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문환(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연고지인 LAFC는 LA갤럭시와 더비 라이벌이다. 둘 중 LAFC가 시민의 팀, 갤럭시는 캘리포니아 상류층의 팀이라는 상반된 컬러를 갖고 있다. LAFC는 현지 한국계 주민들과 교류하는 ‘친한파’ 구단이기도 하다.

김문환은 부산아이파크에서 LAFC로 이적할 것이 유력하다. 이적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양 구단과 선수가 모두 합의했다. 부산이 만족할 만한 이적료를 받을 수 있으며, 김문환은 샐러리캡 예외 지정선수가 되어 미국프로축구(MLS)에서는 상위권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LA는 한인 교포가 자체적인 문화를 형성한 대표적인 도시다. 나성(로스앤젤레스의 한자 음역)이 한국 지명이라는 농담, ‘LA 아리랑’이라는 한국 시트콤으로 친근하다. LA 교포는 지역 스포츠 구단의 마케팅 타겟 중 하나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LA클리퍼스는 매년 한 차례 홈 경기를 ‘코리안 헤리티지 나이트’로 지정해 태극기를 내걸고 마케팅을 하는가 하면 교포 래퍼 주노플로가 하프타임에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축구에서는 LAFC가 한국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LAFC는 한국 교포만으로 구성된 서포터 그룹이 따로 있다. 이런 구단 문화를 반영해 한글로 된 공식 상품이 다수 발매됐고, 한국 디자인 스튜디오 H9피치와 협업했다. 그래서 LAFC 관중 중에는 한글로 ‘LA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공식 의류를 입은 사람들이 있다.

LAFC는 다양한 인종을 아우르는 ‘시민의 팀’이고, LA갤럭시는 유럽의 스타를 데려오는 ‘부자의 팀’이라는 차이가 있다. 에드워드 카우이시 ‘LA 타임스’ 기자는 영국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LA갤럭시와 LAFC의 더비 관계를 설명하면서 “LA에는 갤럭시를 자신들의 홈 팀이라고 느끼지 않는 지역이 확실히 많았다. 갤럭시 홈 경기가 열리는 카슨은 멀기 때문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많다.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한 뒤 갤럭시는 오렌지카운티, 사우스베이,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집중했다. 반면 LAFC는 처음부터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내(downtown)에 있는 팀이다. LAFC가 더 LA 느낌이 나는 파티 분위기의 팀이며, LA 시민들의 팀”이라고 정리했다.

두 팀의 슈퍼스타를 봐도 각각 다른 성격을 볼 수 있다. LA갤럭시는 과거 베컴, 최근에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현 AC밀란)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 영입을 통해 마케팅을 전개했다. 반면 LAFC의 간판 스타는 멕시코 대표 카를로스 벨라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갤럭시 시절 “벨라와 날 비교하겠다고? 전성기에 MLS에서 뛰는 선수와 나는 큰 차이가 있다”고 무시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더비 경기에서 LAFC 수비수 얼굴을 골절시키는 등 라이벌 의식을 부추기는 행동을 했다.

김문환의 영입에 친한파 구단이라는 성격이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김문환 측 관계자는 “영입 협상 당시 문화적인 배경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오른쪽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데려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단 LA 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LAFC 특유의 문화와 교포 사회가 김문환을 든든하게 지원해 줄 수 있다.

역사가 6년에 불과한 LAFC는 2018년이 되어서야 MLS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갤럭시에 비해 덜 주목받는 팀이었지만 이젠 성적도 뒤집었다. 2019년에는 전체 1위에 올랐고, 올해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에서 준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했다면 김문환의 첫 대회는 클럽월드컵이 될 수도 있었으나 이 기회는 무산됐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H9피치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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