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존스(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커티스 존스(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같은 라인업으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리버풀은 토트넘홋스퍼를 상대로 왼쪽 집중공략을 택했다. 이를 막아내야 하는 토트넘 오른쪽 수비가 그럭저럭 선전했지만 막판 집중력 저하는 이겨내지 못했다.

17일(한국시간) 영국의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를 치른 리버풀이 토트넘홋스퍼에 2-1로 승리했다. 리버풀이 1위, 토트넘이 2위로 순위가 바뀌었다.

전반 26분 모하메드 살라의 선제골이 나오자, 전반 33분 손흥민이 동점골로 받아쳤다. 무승부로 끝날 듯 보였던 후반 45분에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극적인 헤딩 결승골을 터뜨리며 리버풀 승리를 이끌었다.

▲ 리버풀의 전반전 지배력, 중심은 존스

리버풀은 다치지 않은 주전급 멤버를 박박 긁어모아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9명은 주전급이고, 2명만 유망주였다. 그 중 한 명은 맹활약했고 한 명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맹활약한 쪽은 미드필더 커티스 존스였다. 19세 유망주 존스는 이미 선배들의 부상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우며 이번 시즌 주전급으로 올라선 선수다. EPL에서 1골 1도움, 카라바오컵에서 2골을 기록했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주전급으로 활약해 왔다. 공격적인 재능이 탁월한 중앙 미드필더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선수 교체 없이 다양한 포메이션과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장기다. 평소 같은 4-3-3 포메이션 속에서 보인 특징은 왼쪽 공격에 더욱 무게중심을 실었다는 점이다.

리버풀 공격의 중심은 존스였다. 존스는 시즌 초 왼쪽을 선호하는 조르지뇨 베이날둠,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조던 헨더슨 옆에서 오른쪽 인사이드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그런데 이달 초 치른 UCL 아약스전에서 전반전에 우중간, 후반전에 좌중간으로 이동시켰더니 후반전에 선제결승골을 넣으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클롭 감독은 다음 경기였던 EPL 울버햄턴원더러스전부터 왼쪽 인사이드 미드필더로 존스를 배치했다. 이날은 4-0 대승을 거뒀다.

존스는 오른발잡이 테크니션이 흔히 그렇듯 약간 왼쪽에서 공을 받아 중앙으로 찔러주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데뷔 초에는 베이날둠에게 좌중간을 양보했지만, 갈수록 베이날둠 이상의 공격력을 발휘하며 이 자리를 가져갔다.

레프트백 앤드류 로버트슨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은 리버풀 공격의 핵심이다. 로버트슨의 측면 공격 파트너가 존스였다. 리버풀은 점유율 73.1%를 기록했는데, 로버트슨과 존스가 각각 경기 1, 2위를 기록했으며 두 선수만 더해도 18.6%였다. 토트넘 전체 점유율 26.9%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여기에 베이날둠까지 왼쪽으로 자주 이동했다. 존스와 베이날둠이 모두 왼쪽에 좁은 간격으로 배치, 왼쪽 측면에 매우 힘을 실었다. 헨더슨이 중앙부터 오른쪽까지 폭넓게 커버하며 토트넘 역습에 대비했다.

결국 리버풀의 선제골이 이 공격루트에서 나왔다. 존스가 토트넘 문전으로 파고들었다. 이 공격은 막혔지만, 흘러나가는 공을 살라가 따내 마무리했다.

세르주 오리에(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세르주 오리에(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 그나마 잘 버틴 오리에의 필사적인 수비

주제 무리뉴 감독은 평소 쓰던 4-2-3-1 포메이션 대신 4-4-2로 대형을 바꾸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온 무사 시소코를 오른쪽 미드필더로 보내는 등 변화를 줬다. 그러나 전술 변화가 큰 효과를 봤다고 하긴 힘들었다. 리버풀의 매끄러운 패스워크에 토트넘 수비대형은 자주 흔들렸다. 왼쪽 윙어 사디오 마네를 지원하러 로버트슨, 존스, 베이날둠이 바글바글 몰려들고 여기에 호베르투 피르미누까지 호흡을 맞추면 토트넘 수비는 수적 열세에 처했고, 리버풀 선수 중 한 명이 압박 없는 상태에서 좋은 패스를 찌를 수 있었다.

전반전에 토트넘이 잘 버틴 요인 중 하나는 라이트백 세르주 오리에의 수비였다. 이날 토트넘의 공 탈취 25회 중 무려 10회를 오리에 혼자 기록했는데, 11회 수비 시도 중 돌파를 허용한 건 단 1회였다. 가로채기도 2회 기록했다. 걷어내기 역시 오리에와 토비 알더베이럴트를 합친 오른쪽 라인에서 13개가 나온 반면 벤 데이비스와 에릭 다이어의 왼쪽 라인에서는 9개로 격차를 보였다.

▲ 손흥민 전진을 통한 역습 강화는 성공

4-4-2 전환이 수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으나, 역습에는 도움이 됐다. 무리뉴 감독의 기존 강팀 상대 공식대로라면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에서 로버트슨을 막으며 거의 윙백처럼 후퇴해 있어야 했다. 이날 손흥민은 비교적 수비 부담을 덜고 전방에 머물렀다. 그 결과 중앙 미드필더 지오바니 로셀소가 드리블할 때 보조를 맞추며 전진,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이는 토트넘의 전반전 유일한 슛이었다.

손흥민의 득점은 두 팀 통틀어 가장 경험이 일천한 리스 윌리엄스를 공략하며 나왔다. 19세 수비수 윌리엄스는 컵대회에서 여러 번 선발 출장했지만 EPL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헤딩 경합은 100% 승리했지만, 공을 스스로 빼앗지 못했고 패스 성공률은 수비수로서 아쉬운 77%에 불과했다. 손흥민은 윌리엄스를 수월하게 따돌리고 득점할 수 있었다.

토트넘은 후반적 시작과 동시에 강한 압박으로 연달아 득점 기회를 잡았다. 전반 10분 만에 스티븐 베르흐베인이 1회, 해리 케인이 2회 슛을 날렸는데 모두 압박을 통해 만든 득점 기회였다. 압박이 강해졌다는 건 수치로도 드러난다. 토트넘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합친 6명은 전반전 공 탈취를 7회 시도했다. 후반전에는 12회로 크게 늘었다.

전반전에 리버풀이 쓴 ‘왼쪽 과부하’ 공격 방식은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좌우로 공을 크게 돌릴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다. 토트넘이 웅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압박할 때는 취약했다. 클롭 감독은 이때부터 공격이 덜 날카로워지더라도 정상적으로 선수들을 넓게 펼쳐놓고 공격을 전개했다.

▲ 교체카드 못 쓴 리버풀, 교체카드 잘못 쓴 토트넘

리버풀은 꽤 위력적인 선발 라인업을 구축했으나 줄부상 때문에 벤치는 빈약했다. 특히 공격적인 카드는 지난 시즌부터 부진한 디보크 오리기, 미나미노 다쿠미가 전부였다. 미드필더 나비 케이타와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리버풀은 교체를 한 장도 하지 않은 채 90분을 버텼다.

반면 토트넘은 교체카드를 3장 썼지만 효과가 없었다. 후반 13분 중앙 미드필더 로셀소를 빼고 오른쪽 미드필더 루카스 모우라를 투입하면서, 시소코를 원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돌려보낸 건 상식적인 조치였다. 베르흐베인 대신 원래 레프트백인 세르히오 레길론을 넣은 건 측면 수비 강화책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교체는 아리송했다. 손흥민 대신 델리 알리를 투입했는데, 알리는 부진에 빠져 있어 최근 팀 전력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다. 같은 포지션을 소화하는 주전급 선수 탕귀 은돔벨레, 아예 수비형 미드필더인 해리 윙크스도 벤치에 있었다. 또한 무리뉴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수비수 투입도 가능했다. 결국 별 효과 없는 교체는 추가시간 호베르투 피르미누에게 내준 헤딩 결승골로 돌아왔다.

무리뉴 감독이 후반 추가시간에 실점한 건 긴 EPL 경력을 통틀어 단 3번째다. 막판 선수들의 집중력을 다지고, 필요하다면 수비수를 몇 명이고 넣어 승점을 지키는 것이 무리뉴 감독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리버풀전 막판 조치는 어느 효과도 없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