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홋스퍼의 손흥민(가운데 왼쪽)과 해리 케인. 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홋스퍼의 손흥민(가운데 왼쪽)과 해리 케인.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2020-2021시즌의 해리 케인은 더 막기 까다로운 선수가 됐다. 후방으로 자주 움직이면서도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토트넘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크리스탈팰리스와 1-1로 비겼다. 

토트넘은 전반 23분 골문을 열었다. 해리 케인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시도한 오른발 슛이 회전이 걸리지 않으면서 과이타 골키퍼가 공을 흘렸다. 골문 앞에서 바운드되면서 더 막기 까다로운 공이 됐다. 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의 패스가 특별한 패스는 아니었지만, 수비진 쪽으로 침투하며 케인이 슈팅할 공간을 벌어줬다. 두 선수는 벌써 이번 시즌에만 12골을 합작하게 됐다.

무승부를 거두긴 했지만 이번 시즌 내내 케인과 손흥민의 조합은 번뜩이고 있다. 12라운드까지 12골을 합작했다. 1994-1995시즌 앨런 시어러와 크리스 서튼이 블랙번에서 13골을 합작한 기록을 이제 1골 차로 따라붙었다. 시즌이 1/3 정도만 치러졌다는 걸 고려하면 두 선수가 EPL 역사상 최고의 공격 듀오로 기억될 가능성은 아주 높다.

케인의 움직임이 변화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인은 그동안 전형적인 골잡이로 여겨졌다. 힘과 높이를 모두 갖춘 데다가 발목 힘을 살린 슈팅 능력이 장점이었다. 동료와 연계도 가능했지만, 케인은 어디까지나 최전방에 머물며 골을 노리는 선수였다. 케인은 토트넘에서 통산 306경기에 나섰는데 203골을 기록한 반면 도움은 43개만 기록했다.

이번 시즌엔 케인이 움직임에 변화를 줬다. 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후방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형적 '9번'의 임무였다면 이젠 공격형 미드필더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10번'으로도 뛴다. '9.5번' 공격수라고 부를 만하다. 대신 케인이 내려오고 나면 손흥민이 전방으로 향한다. 손흥민의 득점은 크게 증가했고, 케인은 득점력은 유지하면서도 도움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케인은 이번 시즌에만 벌써 13개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토트넘 1군에서 지난 6시즌 동안 기록한 도움은 30개다.

케인이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있지만 득점력은 저하되지 않았다. 동료들이 공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케인 역시 자유를 얻었다. 득점 장면에서도 손흥민의 숨은 공헌이 있었다. 손흥민이 케인에게 내준 패스 자체가 곧장 위협적인 기회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케인에게 패스한 직후 정면으로 침투하면서 최종 수비진이 케인에게 붙지 못하도록 했다. 케인은 슈팅을 시도할 공간을 얻었고, 타고난 발목 힘을 살려 득점에 성공했다. 케인이 후방에 머무르고 손흥민이 전진하면서 만든 장면이다.

케인은 이번 시즌 자타공인 EPL 최고의 선수로 꼽을 만하다. 리그 12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9골과 10도움을 올리고 있다. 무시무시한 페이스다. 리그에서 득점은 3위, 도움은 1위를 달린다. 하나도 받기 어려운 개인 타이틀을 동시에 2개 석권할 가능성도 있다. 

손흥민으로서도 케인의 활약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케인의 활약이 좋아질수록 견제 강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손흥민은 수비의 압박을 덜고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손흥민 역시 10골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왕에 도전하기에 충분한 위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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