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그리즈만(프랑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앙투안 그리즈만(프랑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앙투안 그리즈만이 로날트 쿠만 바르셀로나 감독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자신의 위치가 중앙이 아닌 측면이라는 것, 플레이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그리즈만은 프랑스 대표팀의 3연전 일정을 마치고 소속팀 바르셀로나로 복귀한다. 지난 15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원정에서 골을 터뜨리며 프랑스의 승리를 이끈 그리즈만은 의미심장한 인터뷰를 남겼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나를 어디에 배치할지 잘 안다”는 발언이었다.

데샹 감독의 인터뷰에 대한 화답이다. 데샹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소집하면서 “그리즈만은 바르셀로나 오른쪽에 배치되곤 한다. 그 자리는 그리즈만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걸 쿠만 감독에게 말해줬다. 그리즈만은 경기의 한가운데 있을 때 효과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리즈만을 3경기에 모두 기용해 2골을 넣게 이끌어주면서 자신의 말을 증명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무득점에 그친 것과는 딴판이다. 그리즈만은 현재까지 스페인 라리가 3경기를 치르면서 골과 도움 모두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9, 10월 소집을 통해 총 5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두 감독의 그리즈만 활용법은 포진도만 봐도 다르다. 프랑스에서 그리즈만은 4-3-1-2 포메이션이나 3-4-1-2 포메이션의 ‘1’ 자리에 기용된다. 섀도 스트라이커다. 대선배 지네딘 지단처럼 이 자리에서 동료들을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는 아니지만, 속공 기회가 생기면 효율적인 공격을 전개한다. 공격진 3명 중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 4경기에 붙박이로 기용된 선수는 그리즈만뿐이다. 투톱은 4명이 돌아가며 맡았다. 킬리앙 음바페, 올리비에 지루, 앙토니 마르샬, 위삼 벤예데르가 번갈아 테스트됐다.

반면 바르셀로나에서는 3경기 모두 오른쪽 윙어였다. 쿠만 감독은 4-2-3-1 포메이션과 한 가지 공격 조합을 고수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 메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필리페 쿠티뉴, 오른쪽 윙어 그리즈만, 왼쪽 윙어 안수 파티다.

현재 바르셀로나 전술의 최대 수혜자는 3골을 넣은 유망주 파티다. 메시는 팀 공격을 통째로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벗고 뛰며 1골을 기록했다. 쿠티뉴는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바르셀로나가 3경기 8골로 좋은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공격진 중 그리즈만 한 명만 골이나 도움을 전혀 기록하지 못했다.

포지션이 측면이라도 자주 공을 만지며 팀 공격을 주도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그리즈만은 현재 소외돼 있다. 프랑스 소속으로 뛴 UNL에서는 경기당 44.3회 패스를 기록한 반면 바르셀로나에서는 경기당 21.3회 패스에 그쳤다. 팀 전체로 볼 때는 바르셀로나(590)가 프상스(459)의 경기당 패스 횟수를 크게 웃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그리즈만의 역할 차이가 수치로도 드러난다.

쿠만 감독은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에 부임해 팀 전체의 경기력을 그럭저럭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의 고른 상승세와 달리 그리즈만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즈만은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자신을 중심으로 전술을 짰을 때 월드컵 우승을 팀에 안겨줄 수 있다는 걸 이미 증명했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서 5시즌 동안 뛰며 라리가 15골에서 22골 사이를 꾸준히 기록한 특급 득점원이다. 바르셀로나는 1년 전 1억 2,000만 유로(약 1,609억 원)를 지불하며 그리즈만을 영입했다. 메시가 33세인데다 1년 뒤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즈만은 네 살 어린 29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서히 그리즈만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그러나 현재 쿠만 감독이 그려놓은 설계도에서 그리즈만은 작은 부품에 불과하다.

짧은 패스를 자주 주고받는 바르셀로나 전통과 달리 그리즈만은 볼 키핑 능력이 부족하다. 속공 상황에서 자신과 동료의 득점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바르셀로나에 합류할 때부터 잘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고, 1년 넘게 해법을 찾지 못했다. 쿠만 감독에게 남겨진 숙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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