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9/2020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뜻밖의 선수에게 거액을 털어 넣기 직전이다. 맨유는 스포르팅CP 미드필더 브루누 페르난데스 영입에 근접했다. 이적료 줄다리기 끝에 스포르팅이 요구한 8,000만 유로(약 1,036억 원)를 맞춰주며 초대형 거래가 됐다. 다만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 여럿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 이적료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빅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 없는 선수에게 쓰는 돈치고는 거액이다. 페르난데스는 유소년 시절 이탈리아로 진출해 세리에A에서 4시즌 동안 활약했다. 그때도 준수한 선수였으나 눈에 띄는 활약상은 없었다. 모국 포르투갈의 명문 스포르팅으로 이적한 뒤 급성장한 페르난데스는 2017/2018시즌 11골, 2018/2019시즌 20골을 터뜨리며 완전히 스타 반열에 올랐다. 스포르팅 이적을 계기로 포르투갈 대표로 데뷔했다.

현재까지 페르난데스가 가장 활약한 대회는 초대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다. 포르투갈이 1회 챔피언이 되는 과정에서 페르난데스가 큰 기여를 했다. 페르난데스는 결선 토너먼트 4강 스위스전, 결승 네덜란드전 모두 선발로 활약했다. 포르투갈 미드필더 중 유일하게 대회 베스트일레븐 미드필더 부문에 뽑혔다. 동료 윌리암 카르발류, 다닐루 페레이라보다 페르난데스의 비중이 높았다는 공인을 받은 셈이다.

자국리그는 이미 정복했다고 볼 수 있다. 정규리그 우승은 놓쳤지만 2시즌 동안 FA컵 1회, 리그컵 2회 우승을 차지했다.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로도 선정됐다. 지난 시즌 20골 13도움으로 득점 및 도움 모두 2위를 기록했다.

페르난데스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공격적인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팀 전술에 따라 측면 미드필더까지 맡을 수 있는 선수다. 맨유에서는 스타가 부족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가능성이 높다.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은 이번 시즌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운영했는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던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제시 린가드, 후안 마타 중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한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페르난데스는 오른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는 조금 특이하게 오른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즐긴다.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중앙도 측면도 아닌 그 사이 구역)로 이동하면서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고, 마지막 스루패스나 중거리 슛을 날린다. 이런 동선은 맨체스터시티의 케빈 더브라위너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더브라위너만큼의 압도적인 패서는 아닌 대신 더 기술적이고 좁은 공간에서 발재간을 부릴 줄 안다.

프리킥과 코너킥을 모두 전담할 자격이 있는 오른발을 가졌다. 약간 뻣뻣해 보이는 자세로 킥을 구사하는데, 묵직하게 골문 구석을 찌른다. 페널티킥, 프리킥, 코너킥을 모두 뻣뻣한 자세로 처리한다. 오른발 슛이 여의치 않으면 왼발로도 상당히 정확한 마무리를 구사하는 경우가 있다.

‘달리는 플레이메이커’라는 점은 속공을 중시하는 맨유 공격에 잘 맞는다. 페르난데스는 공을 오래 끌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다. 동료 공격수가 공을 잡았을 때 전방으로 침투하며 스루 패스를 받아내고, 적절한 시점에 빈 동료에게 내주는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창의성을 과시하느라 공을 끌기보다 효율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성향을 지녔다.

이번 시즌에도 페르난데스는 포르투갈 리그에서 17경기 8골 7도움을 기록했고, UEFA 유로파리그에서는 단 5경기 만에 5골 3도움을 올리며 활약을 이어나갔다. 특히 지난해 11월 유로파리그에서 네덜란드 강호 PSV에인트호번을 꺾을 때 2골 2도움으로 4골을 모두 만들어낸 활약상은 압도적이었다. 맨유 이적을 확정하면 페르난데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나니, 베베, 조엘 카스트로 페레이라, 디오구 달로트에 이어 6번째 포르투갈 국적의 맨유 선수가 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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