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보경, 김승대, 문선민 등은 각각 장점을 지닌 선수들이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홍콩전 전술이 장점을 퇴색시켰다.

11일 부산의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남자부 첫 경기를 가진 한국은 홍콩에 2-0 승리를 거뒀다. 전반 추가시간 황인범, 후반 38분 나상호가 득점했다.

유럽파, 중동파를 차출할 수 없는 E1 챔피언십 특성상 K리그와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전북현대의 김승대와 문선민, 울산현대의 김보경, FC도쿄의 나상호가 공격진을 형성했다. 후반전에는 제주유나이티드의 윤일록, 강원FC의 이영재가 투입됐다.

기대에 부응하는 능력을 보여준 건 기존 대표팀 멤버인 나상호 정도였다. 홍콩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뉴 페이스’는 없었다. 김승대, 김보경, 윤일록의 K리그 막판 컨디션이 나빴다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전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김승대를 최전방에 배치했다. 김승대는 ‘라인 브레이커’라는 별명대로 상대 수비 배후로 침투하는 움직임과 빠른 마무리가 특기인 선수다. 섀도 스트라이커, 때로는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2선 플레이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

홍콩을 상대로 김승대는 마치 장신 스트라이커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홍콩이 수비에 집중해 김승대에게 침투할 공간이 없었다면, ‘가짜 9번’처럼 후방으로 내려가며 공을 순환시키고 상대를 교란하는 것도 가능했다. 김승대가 측면으로 나가 크로스를 돕고 다른 윙어가 침투하며 헤딩을 노리는 등 변칙적인 플레이로 수비를 혼란시키는 것 역시 흔히 쓰는 방법이다. 그러나 김승대는 크로스가 올라올 때 상대 수비수 곤칼베스 엘리우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문전에서 공을 기다렸다. 헤딩슛을 할 기회가 생길 리 없었다.

김보경이 올해 K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이었을 때는 오른쪽 윙어로 배치돼 오버래핑하는 김태환과 함께 상대 측면 수비를 농락하며 공간을 창출하고, 김보경의 중앙 진입이나 김태환의 크로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 때였다. 이날 라이트백이 모처럼 선발 기회를 잡은 김태환이었기 때문에 울산에서 보여준 플레이를 재현하기 용이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김보경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문선민을 오른쪽 윙어로 배치했다. 하필 오른쪽에 있는 선수가 측면과 중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선민이었기 때문에 김보경이 오른쪽으로 빠져 공을 잡을 일은 거의 없었다. 김보경은 위아래로 분주히 움직이며 공을 순환시키려는 시도를 했지만 상대 수비가 밀집된 곳에서만 활동하느라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한국 공격은 김승대가 부상으로 빠지고 좀 더 ‘정통파’ 공격수에 가까운 이정협이 투입되자 한결 개선됐다. 이정협은 상대 센터백들과 몸으로 경합했고, 윙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한결 쉽게 제공했다.

벤투 감독은 단조로운 전술 운용을 반복했을 뿐 김보경, 김승대, 문선민 등의 특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려 하지 않았다. 공격진의 유연한 포지션 체인지와 빠른 방향전환을 추구하지만, 홍콩전에서는 오히려 공격이 느려지고 예측 가능해질 뿐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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