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이 나이에 유럽을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웃음)”

 

고명진(32, 슬라벤코프리브니카)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카타르 리그 알라얀에서 4년 동안 활약한 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유럽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는 크로아티아리그 소속 슬라벤코프리브니카와 1년 계약을 맺었다. K리그와 J리그 그리고 호주 A리그 팀에서도 관심을 받았으나 유럽 도전을 택했다.

 

고명진은 1988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32살이다. 일반적으로 유럽 도전을 노릴만한 나이가 아니다. 슬라벤이 내민 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슬라벤 최고 대우라고 해도 K리그 팀들이 내민 연봉보다는 낮다. 고명진은 선수 생활이 끝나기 전에 유럽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만을 봤다.

 

“은퇴하기 전에 유럽에서 뛰어보는 게 꿈이었다. 여기가 그렇게 큰 리그 아니어도 유럽에서 축구한다는 자체가 좋은 것 같다. 사실 경기장이나 시설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시설이나 경기장은 한국이 더 좋다.”

 

슬라벤은 작은 팀이다. 고명진은 통역도 없다. “그래도 카타르에서 지내며 영어 공부를 했던 게 다행이었다. 거기서도 영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 생활이 두 번째라 많이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적하자마자 경기에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고명진도 유럽 데뷔전을 이렇게 빨리 치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데뷔전에서 경고도 받았다. 그는 “살아남으려고 태클도 하고 똑같이 거칠게 하느라 그랬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고 한다”라며 웃었다.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는 한국보다 못할 수 있지만, 훈련이나 경기는 정말 진지하게 한다. 동유럽이나 체격을 앞세운 경기를 할 줄 알았는데 패스 플레이를 하더라. 바로 유럽에 온 실감이 났다. 밖에서 볼 때와 직접 경기할 때와는 다르더라. 밖에서 볼 때는 조금 어설퍼 보이기도 하는데 직접 들어가서 하니 쉽지 않다. 선수들이 체격이 좋으니 힘도 좋고 거친 면도 있다.”

 

고명진은 크로아티아에 온 뒤 FC서울에서 함께 뛰었던 절친한 동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이)청용이와는 통화를 했고, (기)성용이하고도 이야기를 했다. 다들 서른 넘어서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다고 좋게 이야기해주더라. 청용이가 유럽 생활이 은퇴 이후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고 말하더라. 직접 와서 해보니 유럽에 오래 있는 선수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계속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와보니 왜 유럽에서 뛰어야 하는지 알겠더라.”

 

서른 넘어 꿈을 이룬 고명진은 자신에게는 유럽에서 뛰는 자체가 성공과 실패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시는 안 올 시간이다. 후회 없이 하고 어떻게 되든 이 길을 따라 가보겠다. 사실 상상도 못했었는데 현실이 돼서 좋다. 모든 일에는 성공 실패가 있지만, 이번 유럽 도전에는 성공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했다.”

 

고명진은 1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다시 한 번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입단하면서도 팀과 겨울에 거취를 다시 한 번 논의하기로 했다. 팀에 잔류하거나 다른 유럽리그로 갈 수도 있고, 아시아 무대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는 “일단 3달 동안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다음 일은 그 다음에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고명진 소속팀 슬라벤은 오는 21일 고리차와 리그 9라운드 경기를 한다. 8라운드 현재 슬라벤은 리그 8위다. 

 

사진= 슬라벤, 고명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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