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신욱이 전북현대 관중 앞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골을 넣고 큰절을 올렸다. 공격의 핵심이 떠나지만, 김신욱과 다른 곳에서 두 골을 더 넣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전북이 일시적으로 1위에 복귀했다. 전북은 7일 홈구장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9라운드에서 성남FC를 3-1로 꺾고 승점 41점(12승 5무 2패)에 도달하며 선두에 올랐다. 19라운드를 9일에 치르게 되는 울산현대가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1위를 내주게 되고, 울산이 무승부나 패배를 당할 경우 전북이 1위를 지킨다.

전북은 완전히 다른 세 가지 득점 루트로 성남을 꺾었다. 첫 골은 전반 16분 이주용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김신욱이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23분 성남의 에델이 멋진 중거리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북은 전반 34분 문선민이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내준 공을 침투하던 손준하고 마무리해 다시 앞서나갔다. 후반 38분에는 로페즈가 속공 상황에서 특유의 빠른 돌파를 성공시킨 뒤 내준 공을 이동국이 가볍게 차 넣어 마무리했다. 각각 크로스, 중앙에서 침투하는 선수에게 피딩 해준 공, 속공 상황 등 다른 방식으로 골이 만들어졌다.

한 팀이 3골 이상을 기록했는데 골과 도움이 모두 다른 선수인 경우는 이번 시즌 세 번째(앞선 경우는 5월 18일 전북, 28일 FC서울)다. 세 차례 중 두 번이 전북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공격 자원을 구비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김신욱에게만 의존하지 않아도 전북이 강하다는 걸 역설하는 듯한 경기였다. 이날 공격 포인트를 올린 선수 중 김신욱, 이동국을 제외한 네 명은 6월에 침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북은 6월에 가진 4경기 중 3경기에서 단 1득점에 그쳤고, 그중 두 경기는 1-1 무승부였다. 이 기간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탈락하기까지 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여러 선수의 회복세가 눈에 띄었다. 손준호는 문전 침투와 득점 가담을 요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역할을 종종 어색해했지만, 이날은 뛰어난 킥력을 골 결정력으로 연결시키는데 성공했다. 로페즈는 최근 부상 복귀 이후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에서 돌파만 고집하며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는 경기가 있었지만, 첫 도움을 통해 회복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윈쪽 수비수 이주용은 동갑내기(27세) 주전 김진수와 경쟁할 수 있을 만한 공격력을 경기 내내 발휘했다.

김신욱이 사실상 고별전을 치른 가운데, 다양한 선수가 공격력을 보여줬다는 건 희망적이다. 김신욱은 최근 ‘은사’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 상하이선화 이적이 유력하다. 골을 넣고 관중들에게 큰절을 하며 일종의 작별인사를 했다. 경기 후 조세 모라이스 감독은 “선수 의사를 존중한다”며 이적이 곧 성사될 분위기라는 걸 인정했다.

전북은 안 풀리는 경기에서 김신욱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 김신욱의 경기력이 최상으로 올라온 가운데, 위협적인 제공권을 잘 활용하는 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공격 루트가 롱킥 위주로 단순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김신욱은 9골 3도움으로 득점과 공격포인트 모두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리그를 떠난다. 최다득점팀 전북 입장에선 큰 손실이다.

일단 남은 선수들이 김신욱에게 다소 의존했던 전반기와 달리 다양한 공격루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신욱과 출전시간을 나눠가졌던 이동국은 41세 노장 공격수다. 매 경기 선발로 쓸 수는 없다. 세 번째 공격수였던 이근호는 일찌감치 제주유나이티드로 임대됐다. 스타급 새 공격수를 수급해야 한다고 모라이스 감독이 공언했지만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서 적응기간이나 컨디션 회복 기간을 무시할 수 없다. 아슬아슬하게 전개되는 선두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당분간 기존 공격 자원들이 힘을 내야 한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합류한 국가대표 센터백 권경원이 벤치에 앉아 간접적으로나마 복귀전을 치렀다. 전북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큰 손’이 될 것이 유력하지만 당장 믿어야 할 것은 기존 공격 자원들의 힘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