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에 팬들이 화났다

라구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달린 이승우 팬들의 댓글들.

[풋볼리스트] 정일오 수습기자= "인스타로 이승우를 인종차별했다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 이승우(헬로스베로나)의 팬들이 그의 팀 동료 안토니오 라구사에게 잔뜩 화가 났다. 라구사는 1990년생 2선 공격수로 올 시즌 사수올로에서 베로나로 임대 이적해 온 선수다. 라구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하룻밤 사이 100개가 넘는 ‘악플’이 달렸다. 이승우 팬들이 몰려가 댓글 ‘폭격’을 가한 것이다. 하나같이 그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승우 팬들이 이처럼 분노한 것일까. 

발단은 라구사가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글이었다. 라구사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승우의 사진을 올리면서 ‘Sono Giapponese!!’라 적었다. 이탈리아어인 이 문장은 한국어로 ‘나는 일본인입니다’로 번역된다. 분위기상 친한 팀동료 사이에 주고 받는 일종의 장난으로 보였지만, 이 표현이 인종차별적 도발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확산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에서는 ‘Sono Giapponese’가 동양인을 비하하는 일종의 인터넷 밈(meme), 즉 우리 식으로 치면 ‘짤방’을 포함하는 인터넷 유행 ‘드립’으로 통한다. 과거 이탈리아의 한 TV 방송에 등장한 일본인이 리포터의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Sono Giapponese’라고 답한 것이 인터넷 ‘밈’이 됐고, 이후 ‘Sono Giapponese’는 이탈리아어를 못 알아듣는 동양인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용도로 이용된다는게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문제 제기의 주요 내용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밈’이라고 봐야 옳다. 실제로 이탈리아 내에서는 이 표현에 여러 사진과 영상을 합성한 ‘짤방’이 유행처럼 인터넷 공간에 활용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된 인스타그램 스토리. 라구사 계정에 올라온 이 사진과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국의 이승우 팬들은 라구사가 이승우를 비하하고 인종차별적으로 조롱했다며 라구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폭풍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이후, 라구사는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다. 라구사가 인종차별이 아닌 이승우와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 올린 게시물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문장이 만들어진 배경을 고려했을 때 인종차별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라구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댓글로 ‘폭격’한 이숭우 팬들의 분노가 다소 과하게 표출된 측면도 없지 않지만, 라구사의 적절한 해명이 없다면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진 않을 것 같다.

아래사진=문제의 발단이 된 인스타그램 스토리. 라구사 계정에 올라온 이 사진과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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