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바르셀로나(스페인)] 김동환 기자= 바르셀로나의 성지, 캄 노우에서 ‘별들의 전쟁’이 펼쳐졌다. 6만 8천여 관중들은 전반 11분 우스만 뎀벨레, 후반 40분 루카스 모우라의 득점에 환호하고 좌절했다.

경기장에는 축구공으로 하는 전쟁만 펼쳐진 것이 아니다. 저항과 표현의 자유로 대변되는 또 하나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랜 기간 분리독립을 외쳤고, 지난 해 자치정부의 투표진행 이후 홍역을 겪은 카탈루냐의 처절한 전쟁이 이어졌다.

11일(현지시간) 캄 노우에서 바르셀로나와 토트넘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최종전이 펼쳐졌다. 늘 그렇듯,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는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깃발이 휘날렸다. 팀의 엠블럼에도 자리한 노란색 바탕, 붉은 줄무니의 깃발이다. 캄 노우로 가까이 갈 수록 깃발은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자존심이다. 바르셀로나가 1-0으로 앞서던 전반 17분 14초, 관중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오직 독재자만이 평화로운 정치 지도자들을 감옥에 가둔다. 카탈루냐의 자유를 허 하라’ 

축구 경기장에서 정치적 메시지는 금지되어있다. UEFA 역시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아니었다. 대형 현수막이 경기장을 덮었고, 상당한 관중들도 개인이 손에 들 수 있는 노란색 소형 현수막을 펼쳤다. 메시지는 하나였다. 모두가 카탈루냐의 자유와 독립을 외쳤다. 수 많은 안전요원들이 경기장에 있었지만 반입 단계는 물론 현수막을 펼치는 순간까지 제재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있을 때 마다 중심에 섰다. 지난 해 자치 정부의 투표가 진행될 당시 카탈루냐 출신 선수들은 자신이 투표에 참가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애초 구단은 중립을 내세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며, 카탈루냐 주민들의 목소리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캄 노우를 덮은 정치적 논란 메시지를 아무도 막지 않은 이유다.

이러한 광경이 펼쳐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거의 매 경기 반복되고 있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강제 편입된 1714년을 의미하는 17분 14초 마다 강력한 저항의 의지가 담긴 정치적 메시지가 거대한 캄 노우를 뒤덮는다. 상식적으로 벌금, 무관중 경기 등의 징계가 있을 것 같지만, 바르셀로나는 특별히 UEFA로부터 예외를 인정 받은 모양이다.

한 축구 클럽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과 해석 때문이다. 바르셀로나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역 전체의 정치적 상황이 결코 단순하지 않고, 축구 클럽이 제재할 수 있는 힘을 벗어난 일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바르셀로나 역시 구단 차원에서 제재를 피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했다.

결과적으로 UEFA는 제재를 대신해 수 많은 카탈루냐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로 했다. 제제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억압이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제재가 가해졌을 경우 다른 하나의 불씨가 되어 축구 그 이상의 거대한 불꽃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도 한 몫을 했다. 

캄 노우를 찾는 카탈루냐인들은 평화롭게 행동하기로 했다. 1899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소시오’를 기반으로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성장한 바르셀로나에 걸맞은 결정이다. 자신들의 간절한 요구를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별들의 무대’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내는 일이다. 얼핏 봐도 수십 년 캄 노우를 드나들었을 법한 지긋한 노인부터 모태신앙으로 바르셀로나를 이어받고 있는 고사리 손 아이들까지, 하나의 목소리로 자유와 독립을 외쳤다. 그들에게 전쟁은 따로 있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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