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해리 케인은 국제적인 망신을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놓쳤다. 그 좋아하는 득점왕을 할 기회가 더 큰 무대에서 찾아왔다. 축구 역사상 26명에게만 허락된 영광, 월드컵 득점왕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4강부터 결승까지 4경기만 남겨둔 가운데 득점왕 경쟁 구도가 선명하다. 잉글랜드 간판 공격수 케인이 6골로 득점 선두다. 그 뒤를 잇는 4골 득점자 로멜로 루카쿠(벨기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데니스 체리셰프(러시아) 중 살아남은 선수는 루카쿠뿐이다. 3골 득점자 중에는 프랑스의 킬리앙 음밥페와 앙투안 그리즈만이 득점왕에 도전하고 있다.

케인의 득점력은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충분하다. 현재까지 4경기를 소화하며 6골을 득점했다. 남은 두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더라도 경기당 1.0골의 평균 길곡으로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다. 6골은 잉글랜드 대선배 게리 리네커의 역대 잉글랜드 선수 최다골과 동률이다. 한 골만 추가하면 ‘마의 6골’ 벽을 넘어서게 된다. 1978년 이후 7골 이상을 넣은 득점왕은 호나우두(브라질, 2002) 한 명뿐이었다.

케인은 지난 2017/2018시즌 EPL 득점왕 타이틀에 집착하다 웃음거리가 된 바 있다. 당시 33라운드에서 토트넘홋스퍼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슛이 케인의 몸을 스치고 들어갔다. 케인은 “내 딸을 걸고 맹세한다”며 득점왕 타이틀에 집착했다. 이 골이 인정돼 30골이나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32골을 넣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이집트)에게 밀려 득점왕을 놓쳤다.

케인은 이번 대회에서도 실력보다 행운으로 골을 넣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EPL에서 그랬듯 동료의 슛이 케인의 발을 ‘맞고’ 들어간 골이 파나마전에서 나왔다. 케인은 파나마를 상대로 페널티킥 2골 등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16강 콜롬비아전 득점도 페널티킥이었다. 페널티킥은 6골 중 절반이나 된다.

케인의 득점왕 등극을 저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는 루카쿠다. 루카쿠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까지 ‘미완의 대기’에 불과했으나 그동안 큰 성장을 이뤘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감독은 에버턴 시절 루카쿠를 오랫동안 지도하며 서로 특징을 잘 파악했다. 거구의 스트라이커인 루카쿠를 윙어처럼 변칙 활용하는 전술로 브라질을 꺾었다. 루카쿠는 브라질전 골이 없었던 대신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팀 공격에 전방위로 기여했다.

루카쿠는 벨기에 축구 역사상 첫 득점왕에 도전한다. 역대 20회 월드컵 동안 공동수상을 비롯해 득점왕 26명이 배출됐다. 그중 벨기에 선수는 없었다. 루카쿠는 월드컵 통산 5득점을 기록하며 마르크 빌보츠(1998, 2002 득점)와 함께 벨기에의 월드컵 통산 최다골 공동 선두다.

그리즈만, 음밥페는 프랑스의 경기력에 따라 득점왕 수상 가능성이 달라진다. 그리즈만은 3골 중 페널티킥이 2골이나 되기 때문에 프랑스가 많은 반칙을 얻어낼 경우 빠르게 케인을 추격할 수도 있다. 프랑스인 득점왕은 ‘1958 스웨덴월드컵’에서 13골을 넣어 아직도 깨지지 않은 최다골 기록을 세운 쥐스트 퐁텐 이후 없었다. 퐁텐 다음으로 통산 득점이 많은 프랑스인은 티에리 앙리(총 6골)와 지네딘 지단, 미셸 플라티니(이상 총 5골) 등 프랑스 축구를 상징하는 전설적 존재들이다.

최종 득점이 동률일 경우 도움이 많은 선수 순서대로 득점 순위를 산정한다. 현재 루카쿠와 그리즈만이 1도움씩 기록했기 때문에 득점 동률을 만들 경우 더 유리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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