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세계 최고라 일컬어지는 이들이 일찍 퇴장했다. 대신 정상급으로 분류되지만 '넘버 원'이라고는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4강에 진출했다.

프랑스, 벨기에, 크로아티아, 잉글랜드. ‘2018 러시아월드컵’ 정상에 도전할 팀이 4팀으로 추려졌다.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하던 독일, 명예회복을 노린 브라질과 스페인 모두 기대보다 이른 시점에 짐을 쌌다. 네이마르, 리오넬 메시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였다. 이들의 자리는 새로운 선수들이 메웠다.

‘2014 러시아월드컵’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왜 자신이 최고라 불리는 지를 증명하는 대회였다. 메시는 조국 아르헨티나를 결승에 올려놓았고, 마누엘 노이어는 수많은 선방을 펼치며 독일의 우승 주역이 됐다. 이번 대회 시작 전에도 유럽 축구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이 월드컵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모아졌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축구계를 양분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메시, 이들의 뒤를 잇는 네이마르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렸다. 골잡이뿐 아니라 다비드 데헤아와 노이어 등 최고 골키퍼들도 기대를 모았다.

 

최고 골키퍼의 조기 퇴장, 새롭게 부상한 수문장들

기대와 달리 각 포지션 넘버원들은 조기 퇴장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골키퍼 자리를 놓고 1, 2위를 다투는 데헤아와 노이어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물러났다. 데헤아는 2017/2018시즌 소속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유럽 최고 수준의 선방률을 보이며 환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조별리그 첫 경기 포르투갈전에서는 치명적인 실수를 포함해 호날두에게 3골을 내주며 무너졌고, 러시아와의 16강전에서는 승부차기에서 단 하나의 슈팅도 막지 못한 채 쓸쓸하게 돌아갔다.

지난 대회에서 최고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노이어 역시 명성에 걸맞지 않은 실수를 하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노이어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후반 막판, 골문을 비우고 공격에 가담했다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들의 빈자리에 새로운 골키퍼들이 등장했다. 4강 진출팀의 주전 골키퍼인 위고 요리스(프랑스), 티보 쿠르투아(벨기에), 다니엘 수바시치(크로아티아), 조던 픽포드(잉글랜드)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고르 아킨페예프(러시아), 카스퍼 슈마이켈(덴마크),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 등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4강 진출팀의 주전 수문장들은 8강에서 팀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요리스는 우루과이와의 8강전에서 골과 다름 없던 나히탄 난네스의 헤딩 슛을 손끝으로 처냈다. 요리스의 선방은 우루과이 수문장 페르난도 무슬레라의 실수와 맞불려 더 부각됐다. 벨기에의 쿠르투아는 브라질의 유효슈팅 9개를 막아내는 엄청난 선방쇼를 펼쳤다.

수바시치와 픽포드는 승부차기에서 빛났다. 수바시치는 덴마크와의 16강 승부차기에서 3차례 선방을 기록하며 팀을 8강으로 이끌더니, 8강 승부차기에서도 러시아의 첫 번째 키커 표도르 스몰로프의 킥을 막아냈다. 수바시치는 이번 대회에서 80%의 선방률을 보이고 있다. 1994년생 젊은 골키퍼 픽포드는 잉글랜드와 함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16강 콜롬비아를 상대로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승부차기 승을 견인했고, 스웨덴과의 8강에서도 유효슈팅을 모조리 막아냈다. 마르쿠스 베리가 문전에서 때린 왼발 슛을 손으로 쳐내는 장면은 반사신경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메날두' 빠진 월드컵, 아자르와 모드리치의 것

메시와 호날두는 지난 10년간 발롱도르를 나눠가지며 세계 축구계를 주름 잡았다.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이들 뒤를 이어 세계 최고에 등극하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다. 셋 모두 월등한 개인기술을 앞세워 경기를 주도한다. 그러나 이들은 월드컵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을 홀로 이끌며 고군분투했지만 16강에서 좌절했고, 메시는 지난 대회에서 보여준 영향력을 이번 대회까지 끌고 오지 못해 역시 16강에 그쳤다. 네이마르는 엄살왕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고 8강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최고는 아닐지언정 정상급으로 평가 받아온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는 이번 대회 최고의 드리블러로 등극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서 벨기에 공격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특히 8강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드리블 돌파 10번을 시도해 모두 성공시키는 엄청난 능력을 보여줬다. 브라질 수비진은 아자르의 드리블에 맥을 못 추고 무너졌다.

레알마드리드에서 동료 호날두에 가려 주목을 덜 받던 루카 모드리치도 이번 대회를 통해 재평가를 받고 있다.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 중원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다. 크로아티아 선수 중 가장 많이 뛰고, 가장 많은 패스를 연결하고, 가장 많은 키패스와 태클을 시도한 선수 모두 모드리치다. 메시와 호날두가 조기 탈락한 상황에서 특출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모드리치가 새로운 발롱도르 수상자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프랑스의 킬리앙 음밥페는 이제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선수가 됐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경기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놓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의 16강에서는 프랑스가 넣은 4골 중 3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메시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음밥페는 이날 2골을 넣으며 펠레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한 경기 2골 이상을 넣은 10대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역시 음밥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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