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과 경기력에서 차이 보인 해외파 평가 보고서

[풋볼리스트=안산] 문슬기 기자= 기성용과 이청용은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데 반해 김진수는 아직 아쉬운 경기력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7차 레바논전에 나설 명단을 발표하면서 “솔직히 몇몇 선수들은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간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 팀 활약이 좋은 선수들만 대표팀에서도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팀을 꾸렸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이 호출한 선수 중엔 김진수(호펜하임), 박주호(보루시아도르트문트), 홍정호, 구자철(이상 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 석현준(FC포르투) 등이 유럽 클럽에 몸담고 있다. 그중 레바논전에 선발 출장한 유럽파는 김진수,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이었다. 김진수는 왼쪽 풀백으로,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구자철은 2선 공격수로, 이청용은 좌우 측면을 번갈아 가며 윙포워드 역을 맡았다. 구자철을 제외한 세 선수는 최근 소속팀에서 전력 제외되거나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의 핵심 자원이다. 기성용은 ‘2015/2016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를 치르면서 총 26경기(선발 20경기, 교체 6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지난 2월엔 머리 다쳤고, 3월엔 발목 통증을 느꼈다. 아무래도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선발로 나와도 풀타임 출장하기 어려웠다. 부상 이후 나선 네 경기서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기성용도 이 점을 우려했다. 그는 소집 첫 날 훈련을 마친 뒤 “부상으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해 불안한 게 있다. 대표팀은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제 컨디션을 가지고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자리다. 나 역시 소속 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던 만큼 대표팀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성용의 실력은 여전했다. 전반전엔 좀 더 수비적으로 위치해 있다가 후반전엔 서서히 올라갔다. 기성용의 위치가 바뀌면서 더욱 다양한 공격 루트가 만들어졌다. 특유의 슈팅력과 드리블 실력도 여전했다. 이정협과 석현준 등이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된 이후엔 날카로운 패스까지 찔러주면서 도움을 기록했다. 레바논 진영에서 흐른 볼을 잡은 기성용은 상대 수비수 세 명을 제끼고 골대 정면에 있는 이정협에게 패스했다. 한국의 선취 결승골이 터질 수 있었던 핵심 장면이었다.

기성용과 함께 이청용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청용은 크리스털팰리스에서 좀처럼 기회를 못 잡고 있다. 올 시즌 리그에선 총 11경기 출전이 전부다. 최근 여섯 경기엔 아예 나서지도 못했다.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 우려됐다.

그러나 대표팀에선 출중했다. 경기 시작 시점엔 왼쪽 측면 날개로 활약하다 공격이 풀리지 않자 이재성과 자리를 바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위치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는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 가며 다양하게 움직였다. 덕분에 한국은 보다 많은 공격 활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반면 김진수는 아직 부족했다. 소속 팀에서 최근 8경기 째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는 김진수는 레바논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경기를 잘 마쳐야 한다. 나에게 매우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한계가 느껴졌다. 레바논 공격진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세우는 게 어려워 보였다. 그나마 후반 2분 장점인 공격력을 살려 슈팅을 때렸으나 볼이 골대를 크게 빗나가 위협적인 장면으로 연결하진 못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과 김진수에 대해 평가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과 김진수의 차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청용은 자주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명단에 들면서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김진수는 아예 명단에도 들지 못하면서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선 안정감이 떨어졌다. 볼키핑이나 패스 미스 등의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 5~6주 동안 명단에 들지 못한 차이가 이렇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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