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고명진, 태국전 출전 가능성 높아

[풋볼리스트=안산] 한준 기자= “실험은 친선 경기에 하는 것이 맞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3월 A매치 일정을 앞두고 레바논전은 결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이미 결과에 관계없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예선전은 예선전답게 치르겠다고 헸다. 다만 27일 태국 원정 경기는 친선전의 의미를 살려 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23명의 소집 선수 중 두 명에 대해선 사정에 따라 태국 원정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해다. 골키퍼 김진현은 소속팀 세레소오사카가 선수단의 집단 감기 증세로 골키퍼 자원이 부족해져 조기 복귀를 요청했다. 레바논전에 김진현을 선발 출전 시킨 슈틸리케 감독은 태국과의 한 경기에 세 명의 골키퍼가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라며 김진현을 돌려보내주기로 했다. 부상이 아니라 근육이 올라온 정도였던 구자철은 예방 차원에서 일찍 돌려보내주기로 했다.

태국전은 레바논전에 뛰지 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고, 실력을 점검할 기회로 삼을 생각이다. 이동 일정도 빠듯하다. 선수들이 회복할 시간이나 추가적인 훈련을 하기에 일정이 여유롭지 않다. 이날 출전한 선수 상당수가 벤치로, 벤치에 있던 선수 상당수가 선발로 자리를 바꿀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올림픽 대표 와일드 카드 선발을 추진한 공격수 손흥민을 소집하지 않았다. 그 동안 대표팀 공격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왼쪽 공격수 손흥민의 공백은 적지 않았다. 그가 정상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그 밖의 다른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을 대비해야 한다. 그런 기회는 친선 경기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대표팀에 막강한 존재감을 보이는 선수는 손흥민 만이 아니다. 주장을 맡고 있는 미드필더 기성용은 레바논전 승리의 주역이다. 이날 기성용은 그야말로 중원의 만능열쇠였다. 포백 앞에 한국영이 자리했지만, 후방 빌드업을 위해 한국영 자리로 내려와 볼을 배급했다. 이 자리에서 상대 전방 압박을 풀어내고, 또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궂은 일도 했다.

수비적으로는 실제로 전반 25분 레바논의 왼쪽 공격수 마투크가 문전으로 연결한 마무리 패스를 차단하는 결정적 수비에 성공하기도 했다.

기성용의 영향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구자철의 옆자리까지 올라가 2선 공격을 펼쳤다. 골을 넣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왼쪽 측면 공격에 관여했다. 체구에 비해 유려한 드리블 기술을 선보이며 레바논 수비의 허를 찔렀다. 결정적으로 후반 추가 시간 세 명의 레바논 수비를 단독 돌파로 무너트리며 이정협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기성용의 노련한 경기 조율과 마무리 과정의 파괴력은 레바논전 승리의 원천이었다. 만약 기성용이 없었다면 한국의 상황은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기성용이 언제나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6월에 스페인-체코와 유럽 원정 경기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알려졌다. 군사 훈련을 받을 일정이 미리 잡혀 있다. 그 뒤로 9월에 최종예선이 시작된다. 매 경기가 살얼음판 승부다. 기성용이 모든 경기에 나설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부상이나 징계 등 변수는 많다.

태국전은 6월 유럽 원정과 9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기성용 공백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플랜B 점검 무대가 되어야 한다. 이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여름 중국에서 치른 동아시안컵에서 정우영에게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새로운 중원 조율사로 가치를 입증했다.

새로 발탁된 고명진 역시 중원에서 기성용의 공백을 대신할 수 있다. 지동원의 부상으로 대체발탁된 주세종도 마찬가지다. 태국과 경기에선 정우영과 고명진이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가 가진 능력은 기성용과 다르다.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능력을 대표팀 중원에 어떻게 녹아들게 만들지를 지켜보는 것은 태국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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