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토마스 투헬 감독이 과거 잉글랜드 축구의 대명사였던 ‘킥 앤 러시’ 부활을 암시했다.

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K조 5차전을 치른 잉글랜드가 안도라에 2-0 승리를 거뒀다. 잉글랜드는 예선 4전 전승을 기록하며 승점 12점으로 K조 선두에 올랐다.

잉글랜드가 최정예에 가까운 라인업을 가동했다. 해리 케인이 스트라이커에 섰고 마커스 래시포드, 에베레치 에제, 노니 마두에케가 뒤를 받쳤다. 데클란 라이스, 엘리엇 앤더슨이 중원을 구성했고 마일스 루이스스켈리, 댄 번, 마크 게히, 리스 제임스가 포백에 배치됐다. 조던 픽포드가 골문을 지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4위 안도라와 전력 차는 분명했다. 압도적인 결과가 예상됐으나 정작 이날 터진 득점은 자책골 포함 2골뿐이었다. 물론 경기 내내 안도라에 슈팅을 두 차례밖에 내주지 않으며 별다른 위기 상황을 겪진 않았다. 그러나 안도라의 밀집 수비를 격파하는 과정에서 잉글랜드의 답답한 전개가 이어졌다.

해리 케인(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해리 케인(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결국 잉글랜드는 세밀한 공격 전개보다 선 굵은 방식을 택했고 유효 슈팅 7개를 생산한 난타 끝에 안도라를 제압했다. 전반 25분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 마두에케가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는 크리스티안 가르시아 머리에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들어갔다. 운 좋은 자책골로 리드를 점한 잉글랜드는 또다시 열심히 골문을 두드렸고 후반 22분 제임스의 크로스를 받은 라이스의 헤더 득점으로 쐐기를 박으며 승리를 챙겼다.

분명 승점 3점은 챙겼지만, 찝찝한 경기력을 일관한 잉글랜드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 투헬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며 열변을 토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국제대회까지의 시간적 제한을 고려해 현대 축구식 짧은 패스 패턴보다 롱볼의 구식 방식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믿었다.

실제로 이날 잉글랜드의 득점은 모두 크로스 상황에서 나왔다. 첫 골은 자책골이기에 배제하더라도 두 번째 득점은 제임스의 크로스가 라이스의 머리를 향하는 나름 깔끔한 공격 패턴이었다. 투헬 감독은 “두 번째 골은 첫 번째보다 더 정통적이었다. 두 번째 골은 사이드라인에서 오른발로 먼 포스트를 향해 올렸고, 그곳에 10번(공격형 미드필더)인 라이스가 도착했다. 롱스로인도 돌아왔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투헬 감독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선 굵은 축구’의 필요성을 짚었다. 과거 잉글랜드 축구의 대명사는 ‘킥 앤 러시’ 전술이다. 말 그대로 후방에서 롱킥을 때려 넣으면 전방에 선수들이 공간으로 달려들어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축구팬들이 주로 사용하는 은어로 쉽게 풀면 ‘뻥축구’다. 

투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이런 모든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롱스로인은 물론 골키퍼의 롱킥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짧은 패스만이 아니다. 우리는 4일간의 훈련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지만, 이런 요소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두고 보자. 나는 코치진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런 패턴들이 돌아왔고, 크로스 전술 역시 돌아왔다”라고 강조했다.

어쩌면 투헬 감독의 발상이 새로운 정답이 될 수 있다. 월드컵 본선은 단기전 토너먼트 성격이 강하다. 게다가 국가대표팀은 클럽 팀과 달리 꾸준한 훈련으로 완성도 높은 전술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순하고 직선적인 패턴이 단판 경기에서 결과를 만드는데 주효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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