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감독(FC서울). 서형권 기자
김기동 감독(FC서울).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구리] 윤효용 기자= 잠시라도 '멍' 때리면 김기동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FC서울의 훈련장 풍경이다.

23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GS챔피언스파크에서 FC서울 오픈 트레이닝이 열렸다. 김기동 감독 부임 후 두 번째로 열리는 오픈 트레이닝이다. 서울은 지난 1월 김기동 감독의 첫 훈련을 취재진에게 공개한 바 있다. 

‘김기동호’ 서울의 첫 출발은 좋지 않았다.  원정 개막전에서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에 0-2로 패했고, 이어진 홈 개막전에서는 5만 관중 앞에서 졸전을 펼치며 인천유나이티드와 비겼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포항스틸러스 시절 보여줬던 경기력이 나오지 않으며 서울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행히 A매치 휴식기 직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주말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 리그 3라운드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2골이 터졌던 전반전에는 김기동 축구의 색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재문과 최준의 합류로 중앙과 측면 플레이가 살아났고, 기성용의 공격적인 기용도 효과를 봤다. 

김 감독은 이번 A매치 휴식기를 최대한 활용해 상승세를 노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감독은 제주전 후 기자회견에서 “주닝요 코치와 이야기를 했다. 한 단계 스텝업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라며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훈련에 진심이었다. 이날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와 훈련장 잔디 상태를 체크했다. 관리인에게 “골문 앞 쪽이 특히 안 좋죠. 포항 때도 그랬어요”라며 이야기를 나누며 훈련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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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된 뒤에는 김 감독이 큰 소리로 선수들을 지휘했다. 특히 공격 상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 선수들의 위치를 강조했다. 선수들의 미니게임을 지켜보며 조금만 압박이 늦어도 “또 가만히 있지!”라며 호통을 쳤다. 김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선수들의 집중력도 점점 높아졌고, 경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볼 다툼이 진행되기도 했다. 

훈련은 예상보다 길었다. 당초 서울은 오전과 오후로 훈련을 두 번 진행하려고 했지만, 현재 선수들의 몸상태를 고려해 오전 훈련만 진행했다. 그 대신 훈련량을 조금 더 늘려 ‘두 번 같은 한 번’의 훈련을 마쳤다. 

훈련 직후 인터뷰에 나선 김 감독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계속 고함을 치며 선수들을 지휘한 탓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계속 소리를 치고 와서 목이 좀 잠겼다”라고 말한 뒤 “우리가 축구를 너무 편하게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볼을 소유하면서 수비에 대한 반응, 전환이 느슨했던 거 같은데, 제가 추구하는 축구를 따라오려면 그런 걸 바꿔야 한다”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김기동 축구는 이제 시작이다. 김 감독의 말대로 서울은 조금씩 변화하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색이 드러나는 시점은 4월로 예상했다. 그전까지는 김 감독의 목소리는 늘 쉬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서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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