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시티, 아스널 등을 모두 잡아내면서 강팀들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리버풀의 벽은 넘지 못했다.
토트넘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에서 리버풀에 1-2로 졌다. 토트넘은 승점 25점에서 제자리걸음하며 2위를 기록하게 됐고, 리버풀은 3점을 추가하며 28점으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시즌 개막전에서 에버턴에 패한 뒤 리그 11경기 무패 행진을 했다. 그동안 쟁쟁한 라이벌들을 잡았다. 4라운드에서 맨유를 6-1로 꺾었다. 9라운드 맨시티전(2-0 승), 10라운드 첼시전(0-0 무), 11라운드 아스널전(2-0 승)까지 지옥의 3연전 역시 좋은 성적으로 통과했다.
공통된 전술이 있었다. 우선 수비를 단단하게 펼친다. 공격이 풀리지 않는 상대가 수비 라인을 올리며 밸런스를 무너뜨리길 기다린다. 그리고 손흥민과 케인을 중심으로 역습을 펼쳐 배후 공간을 공략한다. 많은 이들이 주제 무리뉴 감독의 '플랜A'라고 알고 있는 전술이었다. 그럼에도 효과적이었다.
리버풀과 맞대결에서도 토트넘이 취한 전략은 큰 틀에서 같았다. 리버풀을 괴롭히기 위한 장치들을 조금 더했다. 포메이션은 4-4-2에 가까웠다. 미드필더론 스티브 베르흐베인-지오바니 로셀소-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무사 시소코를 배치했다. 평소 중앙에 배치되던 시소코의 측면 배치가 눈에 띈다. 중앙 쪽을 도우면서도 역습 땐 빠른 발과 저돌적인 몸 싸움을 갖춘 시소코를 측면에서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 몇몇 선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긴 하지만, 덕분에 수비는 강하게 하면서도 역습 땐 더 힘을 실을 수도 있었다.
토트넘은 맨유, 맨시티, 첼시, 아스널까지 모두 무너뜨렸던 '큰 그림'이 리버풀엔 왜 먹히지 않았던 것일까.
우선 토트넘이 쓰는 선 수비 후 역습의 한계는 확실하다. 주도권을 내준 경우가 많아 득점 기회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토트넘은 9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맨시티, 첼시, 아스널을 상대하는 동안 모두 기대 득점(xG)이 채 1골이 되지 않았다.
xG는 시도한 슈팅들마다 기대되는 득점을 점수로 환산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20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까지 페널티킥의 xG값은 약 0.79다. 48번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38번을 성공했다. 페널티킥을 100명이 차면 보통 79명이 넣는다는 뜻이다.
토트넘은 공격 기회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문제점을 선수 개인의 골 결정력으로 해결했다. 토트넘은 맨시티전에서 4개 슈팅을 시도한 결과 xG값 0.76을 기록했다. 1골을 넣으면 잘한 경기였다. 첼시전에서 5개 슛을 시도해 0.23, 아스널전에서 6개 슈팅을 시도해 0.39였다. 3경기에서 만든 찬스의 질을 고려하면 1.5골 정도 넣을 수준인데, 토트넘은 무려 4골을 넣었다.
가장 돋보인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맨시티전에서 전반 4분 xG값이 0.29인 슈팅을 마무리했다. 아스널전에선 xG값이 0.02인 슈팅을 전반 12분 만에 넣었다. 이 두 득점은 모두 선제골로 토트넘에 리드를 안겼다. 이른 시점 리드를 잡은 덕분에 토트넘은 더 유리한 위치에서 경기 운영이 가능했다.

반면 리버풀전에선 부정적 요소가 겹쳤다. 우선 '선 수비 후 역습'에서 중요한 선제골이 리버풀 쪽에서 나왔다. 전반 25분 터진 모하메드 살라의 골은 수비에 굴절되면서 토트넘의 수비진도 막을 수가 없었다. 전반 32분 손흥민이 항상 그래왔듯 수비 배후 공간을 무너뜨리며 득점했지만 균형을 다시 맞춘 것뿐이었다.
리버풀의 전술적 지향점도 토트넘엔 까다로웠다. 강력한 전방 압박은 토트넘의 역습을 제어하는 좋은 카드였다. 90분 경기의 단 17%만 리버풀 진영에서 전개됐고, 중원과 토트넘 진영에서 경기의 대부분인 83%가 진행됐다. 애초에 토트넘이 공격 기회를 잡는 횟수 자체가 적었다.
토트넘이 맨시티와 9라운드, 아스널과 11라운드에서 모두 수세에서 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당시엔 손흥민의 이른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뒤였다.
결정적인 차이는 골 결정력에서 찾을 수 있다. 해리 케인과 베르흐베인의 찬스가 결정적이었다. 케인은 후반 18분 헤딩 슛(xG 0.43)을 놓쳤다. 베르흐베인은 전반 종료 직전(xG 0.34), 후반 17분 골대를 맞힌 슈팅(xG 0.28) 모두 좋은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반면 리버풀은 팀 전체의 xG값이 1.22에 불과했지만 2골을 터뜨렸다. 높은 골 결정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두 팀 감독의 분석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토트넘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그저 우리가 큰 기회를 맞았을 때가 아니다. 리버풀이 곤란에 빠졌을 때, 최악의 순간에 있었을 때도 있었다. 우리는 그때 끝을 냈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을 놓쳤다"고 평가했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도 손흥민, 케인, 베르흐베인의 해결 능력에 기대를 걸었지만 실패했다는 뜻이다.
이어 무리뉴 감독은 "이런 경기에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승점 1점만 따내면서 그 값을 치르는 것 같았지만, 결국 1점도 챙기지 못했다.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구상한 대로 흘러갔다는 뜻이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톱클래스 팀을 상대로 3점을 따낼 자격이 있었다. 팀적으로 상대하기 아주 어려운 팀이다. 토트넘의 역습이 매섭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경기가 아주 맘에 든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리 케인을 90분 내내 막을 순 없다. 손흥민과 베르흐베인의 속도는 믿을 수 없이 빠르다. 하지만 이번엔 경기의 대부분을 주도했다. 계속 집중했고 역습에 대비한 압박도 잘 펼쳤다. 우리의 패스도 좋았고 물론 골을 넣으려는 노력들도 대단했다. 하지만 더 좋은 찬스들을 만들어야 했다"면서 역습 통제엔 만족감을, 좋은 찬스를 만들지 못한 것엔 약간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xG값이 낮았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볼 수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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