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K리그가 스페인 라리가 등에서 쓰고 있는 인건비 제한 정책을 도입한다. K리그 구단들이 애용해 온 거액의 승리수당은 금지된다. 또한 프로 2군이 하부리그 1군과 경쟁하는 '유럽형' 운영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5일 8차 이사회를 열어 '구단 경영 효율화 방안'을 의결했다. 세 가지 제도가 도입된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승리수당 상한선을 설정한다. 과도기가 지나면 2023년부터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와 로스터 제도가 실시된다.
프로연맹 측은 세 제도 모두 구단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구단 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 샐러리캡이라기보다 '한국형 FFP'
비율형 샐러리캡은 스페인 라리가에서 시행하는 제도다. 선수단 인건비가 구단 총 수입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한다. 인건비를 기준보다 많이 쓴 팀은 사치세를 낸다. 이 돈은 각 구단에 재분배된다.
이름은 샐러리캡이지만 농구 등에서 시행되는 '금액형' 샐러리캡과는 다른 제도다. 금액형 샐러리캡은 모든 구단에 같은 연봉 총액이 적용된다. 리그 내 평준화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가 위축되거나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비율형은 이와 달리 구단 총수입과 연동해 구단별 연봉 상한액이 달라지게 된다. 수입이 많다면 선수단에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번 만큼 인건비를 쓴다'는 점에서는 이름만 샐러리캡일 뿐, 한국형 재정적페어플레이(FFP) 규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우려는 타국과의 재정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이적시장이 연결됐다는 것이 축구의 특징이다. K리거가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으로 더 큰 연봉을 좇아 이적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연맹은 이 점에 대해 대안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FFP가 모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것과 달리, K리그는 모기업 혹은 지자체의 지원금을 수입으로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대전 하나시티즌처럼 모기업이 돈을 푼다면 앞으로도 막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한 폭도 크지 않은 수준이다. K리그가 당장 라리가를 따라 예산의 60%를 인건비 한도로 설정한다면, 대부분의 K리그 팀은 그 이하다. 또한 연맹은 국내 실정에 맞는 한도를 정하기 위해 스페인 라리가에 자문을 구하며 2년간 연구를 거칠 예정이다. 당장 인건비를 절감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일부 구단이 무리한 비용을 선수단에 쓰려 한다면 여기 제동을 걸기 위한 상한선이다.
비율형 샐러리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균형 잡힌 예산 집행이다. 성적을 위해선 당장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구단 시설·사무국·마케팅·유소년 등에 사용될 예산을 모두 잡아먹는 경우가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제한해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취지다.
현장의 목소리도 긍정적이다. 시도민구단 고위 관계자 A는 "인건비 제한을 만들어도 큰 지장은 없다. 지금도 기업구단에 비해 시도민구단이 씀씀이가 작은 것은 마찬가지다. 돈을 많이 쓰면 성적을 내기 쉽지만, 방법이 그것 하나는 아니다. 이미 프로연맹에서 같은 취지로 22세 이하 선수 기용과 유소년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각 구단별 예산엔 차이가 존재하고 그 와중에도 경쟁은 벌어지고 있다. '비율형 샐러리캡'이 경쟁을 크게 위축시키진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 '베팅' 철폐, 구단들이 먼저 원했다
K리그 구단 대부분은 기본급, 출전 수당에 더해 승리 수당을 지급한다. 많게는 500만원에서 적게는 2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번 개정에서 문제시된 것은 계약서와 별개로 지급하는 수당이다. 흔히 '베팅'이라는 은어로 불린다. 순위 결정, 파이널A 진출, 강등 싸움 등 중요한 고비에선 1인당 1,000만 원이 넘는 거액이 걸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하기로 했다. K리그1은 경기당 100만원, K리그2는 경기당 50만원을 승리수당의 상한선으로 정했다. 여기에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추가수당(베팅)은 전면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는 구단에 대해서는 K리그1 최대 10억원, K리그2 최대 5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하고 이적시장 1회 동안 신규 선수 등록 금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중징계다.
승리 수당 관련 논의는 프로연맹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K리그 대표자들이 먼저 요청했다. 거액의 수당은 확실한 동기부여지만, 모든 구단이 앞다퉈 베팅하면서 출혈 경쟁이 벌어졌다. 1990년대 후반 20~30만 원씩 지급하던 승리 수당은 어느새 연봉과 비교해도 상당한 비율까지 증가했다. 기업구단 관계자 B는 "동기부여 측면도 인정하지만 대부분 구단이 폐지 혹은 제한을 두는 것에 동의했다. 어떤 구단들에선 선수들이 수당을 요구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A는 "연봉을 받았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 선수의 의무다. 성적을 목표로 하면서 구단들의 주머니는 말라만 가고 선수들만 풍족해진다. 더구나 구단끼리 수당을 두고 과열된 상황이었다. 잘하면 연봉 협상을 하면 된다. 야구 KBO 리그에서도 처음엔 반발이 많았지만 잘 정착되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른 시도민구단 고위 관계자 C는 "전체적인 취지에 공감해 동의는 했다"면서도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시도민구단과 기업구단은 애초에 연봉 차이가 큰 경우가 있다. 수당을 동기부여 요인이기도 하고, 선수단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법일 수도 있다"며 부분적인 반대 의견을 냈다.
프로연맹 측은 2년 동안 승리 수당을 제한한 뒤, 2023년부터 비율형 샐러리캡이 시행되면 인건비 한도 안에서 승리 수당을 책정할 수 있게 해 동기부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로스터 제도와 B팀 운영, 분데스리가와 라리가 등의 방식
로스터 제도는 등록선수 숫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등록 인원을 줄여 2025년까지 28명까지 줄이고, 2026년 최종적으로 등록 인원을 확정한다. 앞서 언급한 '비율형 샐러리캡'과 연관이 된 제도다.
2017년부터 3시즌 동안 K리그 구단의 평균 등록인원은 연간 41.7명에 이른다. 그 중 한 시즌 6경기 이상 출장한 실제 운용 인원은 약 26명에 불과하다. 남아도는 선수가 많았다.
로스터 제도는 선수단 인원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재정균형을 맞추고, 자체 유소년 선수 및 U22 출장기회 확대 등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로스터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해 프로연맹은 B팀 구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내년부터 각 구단은 R리그(2군 리그)에 참가하거나 별도 B팀을 구성하여 K4 리그에 참가하는 것 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K4리그에 참가하는 ‘프로 B팀’은 11명의 출전선수 중 23세 이하 선수가 7명 이상이어야 하며, 프로 경기에 출장한 횟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B팀 참가가 제한될 수 있다.
이는 R리그보다 효율적인 선수 육성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최근 R리그에선 테스트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사실상 조직력을 다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제대로 된 팀을 꾸려서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는 B팀 운영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흔한 방식이다. 바이에른뮌헨의 유망주였던 정우영은 B팀에서 주로 활약했는데, 이때 2군 리그가 아니라 3부와 4부 리그에서 경쟁했다.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현실적 난관을 넘어야 한다. B는 "고민해볼 문제다. 홈 경기 운영, B팀 전담 코칭 스태프 운영 등 비용적 측면에서 고민할 점이 많다"고 밝혔다.
A 역시 B팀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새로 팀을 꾸리는 것은 어렵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되는 정책인데 예산에 부담이 되는 B팀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적절한 K4 리그 구단과 연계해서 운영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B팀 운영이 어려울 경우 R리그 참가를 선택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전 구단의 R리그 또는 B팀 참가가 의무화된다. 프로연맹은 2023년 로스터 제도 시행을 앞두고 경고누적에 따른 출장정지 기준 완화, 준프로계약 활성화, 프로 B팀 운영 등 보완조치를 준비할 예정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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