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루이프. 게티이미지코리아
요한 크루이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허인회 기자= 역대 축구 전설 '줄 세우기'의 최종판이라 할 만한 발롱도르 드림팀이 선정됐다. 그러나 최종판이 되기에는 구멍이 크다.

발롱도르 주관사 ‘프랑스풋볼’은 15일(한국시간) 발롱도르 드림팀을 발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상식을 개최하지 않으면서 진행한 특별한 행사다. 지난 10월 포지션별 후보 10명씩 공개한 뒤 전 세계 140여명의 기자가 투표한 드림팀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역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나란히 스리톱의 좌우 측면을 맡았다. 중앙 공격수는 호나우두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 수비형 미드필더는 로타어 마테우스와 차비 에르난데스다. 스리백은 파올로 말디니, 프란츠 베켄바워, 카푸로 이뤄졌다. 골키퍼는 ‘검은 문어’ 레프 야신이다.

함께 발표된 2위 팀과 3위 팀에도 전설적인 인물들이 다수 포진돼있다. 2위 팀은 잔루이지 부폰, 카를로스 알베르투, 프랑코 바레시, 호베르투 카를로스, 프랑크 레이카르트, 안드레아 피를로, 알프레드 디스테파노, 지네딘 지단, 가린샤, 크루이프, 호나우디뉴다. 3위 팀은 마누엘 노이어, 필립 람, 세르히오 라모스, 파울 브라이트너, 요한 네스켄스, 지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미셸 플라티니, 조지 베스트, 마르코 판바스턴, 티에리 앙리다.

투표 자체는 다국적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은 집약체지만, 주최측이 후보 포지션을 세분했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했다. 요한 크루이프가 최전방이고 펠레가 미드필더인 것이 옳은지, 티에리 앙리는 왜 윙어에 있는지 등등 의문이 일었다. 게임의 규칙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에게 의견을 물었다. 한 위원은 ‘EBS 한준희 소준일의 축구축구’ 를 통해 역대 전설을 비교하는 작업을 가장 꾸준히 해 왔다. 이번 명단을 비롯한 전설 '줄 세우기'에 대해 가장 꾸준히 탐구해 온 국내 전문가다.

한 위원 역시 앙리, 호나우지뉴, 마누엘 노이어 등이 다소 고평가받았다는 세간의 비판에 동의했다. “앙리가 3위 팀에 들어간 건 예상보다 고평가를 받은 것 같다. 호나우지뉴의 경우 재능에 있어 최고점 임팩트만 보면 이상할 건 없다. 다만 전성기가 짧다는 약점이 있어 아리송하다. 노이어는 만족해야 된다. 피터 슈마이켈, 제프 마이어, 디노 조프 등을 제쳤기 때문이다. 10년을 지난 뒤 평가했을 땐 모르겠으나 지금은 논란이 있을 법하다.”

라모스의 경우 선정 자체는 이상할 게 없으나 센터백 포지션 자리가 너무 협소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라모스는 다재다능한 수비수다. 다섯 손가락 안에 뽑을 수 있다. 운동능력, 빌드업, 공격가담이 뛰어나다. 득점력은 말할 것도 없다. 레알마드리드와 스페인대표팀에서 획득한 트로피도 많다. 라모스가 선정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한 포메이션에 센터백 자리가 하나뿐이라는 게 논란을 키웠다. 다시 말해 베켄바워가 드림팀 자리를 차지하면 나머지 전설들은 다 물먹는 셈이다. 바레시, 바비 무어 등이 아쉬울 법하다."

포지션별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한 위원은 "축구 역사를 존중해서 해당 포메이션을 구성했을 수도 있다. 3-2-2-3은 흔히 WM 대형이라고 부르는데 현대 축구를 시작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3-2-2-3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를 짐작했다.

가장 큰 의문은 포지션별 선수 선정이다. “후보 선정 단계부터 포지션 배치에 문제가 있다. 펠레와 마라도나가 모두 미드필더 후보에 있으니 지단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뮈엘 에토는 직접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 많이 뛰지도 않았는데 날 왜 그 자리에 뒀나?’라고 불만을 밝힌 바 있다. 포메이션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크루이프, 디스테파노 같은 선수들이 드림팀에 뽑혔을 수도 있다. 이번 발롱도르 드림팀 선수들 모두 위대하나 여러 역대 베스트11 중의 하나로써 재미있게 보면 될 것이다." 한 위원은 이때 웃음을 터뜨렸다.

한 위원이 드림팀에 들지 못해 가장 아쉽다고 말한 선수는 크루이프다. “크루이프는 무덤에서 분노할 것 같다. 생전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베켄바워가 뽑혔는데 내가 없어?’라고 한 마디 하셨을 것이다."

또한 올해 발롱도르가 취소된 것 역시 의문이라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본인이 가장 억울할 것이다. 올해 발롱도르가 예정대로 진행됐으면 수상했을 선수다. 나도 발롱도르 수상을 취소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 각국 리그가 조기종료 또는 중단됐으나 전체적으로 비슷한 조건이었다. 발롱도르를 하나 앗아간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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