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고양]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은 올림픽대표를 상대로 보인 경기력에 만족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점수를 매기는 건 싫다고 말했다.

9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에서 A대표와 올림픽대표가 2-2 무승부를 거뒀다. 코로나19로 국제경기를 갖기 힘든 여건 속에서 두 팀의 전력을 점검하고 대표팀 팬들에게 시청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스페셜 매치’다.

먼저 인터뷰한 김학범 올림픽대표 감독이 “우리 팀에 50점도 줄 수 없다”고 말한 것이 화제를 모은 직후였다. 뒤이어 기자회견을 가진 벤투 감독에게도 김 감독과 비슷한 방식으로 점수를 매겨줄 수 있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특유의 단호한 화법으로 답변을 거부했다.

- 경기 소감은

“축구를 하다보면 어려운 순간이 많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며칠 안 되는 훈련기간 동안 새로운 선수가 많았기 때문에 특히 어려움이 컸다. 조직력을 완벽히 다지기 어려웠다. 그래도 전반전은 후반전보다 확실히 나았다. 전반은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지는 못했지만 경기를 제어했고 상대가 가장 잘 하는 역습 기회를 많이 차단했다. 그러나 후반에 밸런스가 깨졌고, 동점골을 허용한 뒤 침체됐다. 그래서 공을 자주 빼앗겼고 원하는 대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상대의 빠른 공격이 잘 되면서 밸런스가 더 깨졌다. 그러면서 후반에 고전했다. 수비라인과 3선까지 자꾸 내려앉으면서 후반에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됐다.”

- 올림픽대표에서 데려온 원두재, 이동경, 이동준의 경기력은

“우리와 함께 하면서 좋은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려 했다.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왔기 때문에 이를 이어가려 했다. 원두재와 이동준은 처음 합류했다. 원두재 전반전 활약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후반에는 기복이 있었다. 아마 동점골 상황 실책 때문에 흔들린 것 같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니 이해한다. 회복한 뒤에는 다시 본인의 플레이를 해 줬다.”

“이동준은 장점인 공간침투를 잘 해냈다. 한편 우리 팀이 그를 잘 활용하지 못한 면도 있다. 이동준이 뛴 오른쪽 측면으로 공 투입이 원활하게 됐다면 장점을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동준은 어제 합류(무릎 부상으로 인한 휴식)해서 단 하루만에 투입됐으니 자기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동경은 잘 알고 있는 선수다. 소속팀에서 출장기회가 적었는데, 다른 포지션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지 점검하려 했다. 잘 해줬는데, 시즌 내내 못 뛰어서 그런지 몰라도 체력적으로 후반전에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교체했다. 계속 관찰할 것이다.”

- 앞서 김학범 감독은 올림픽대표 경기력에 50점을 줬는데

“죄송하지만 점수는 매기지 않는다. 그건 선호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대답할 수 없다. 나도 경기를 다시 봐야 한다. 그 다음 부족한 것이 뭔지, 잘 한 건 뭔지 파악해서 선수들과 이야기해야 한다. 여기서 정성적인 말씀은 드릴 수 있지만 정량적인 말씀은 드리기 힘들다.”

- 인기리에 한국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던 장소에서 무관중 경기를 가진 느낌은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이 경기도 많은 제약과 어려움 속에서 열리지만, 다시 돌아와 경기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데뷔전 생각도 난다. 물론 지금은 관중을 받진 못하지만 분명 경기를 함으로써 중계라도 팬들께 보여드릴 수 잇다는 건 기쁜 일이다.”

- 올림픽 대표에서 뽑아오고 싶었던 선수가 더 있다고 했는데, 오늘 상대팀 중 눈에 띄었던 선수는

“U23 선수들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 K리그에서도 지켜봤고 올해 1월 AFC U23 챔피언십도 봤다. 이번에 포함된 선수는 거의 다 잘 안다. 이 자리에서 U23 선수 활약을 평가하기보다는 우리 팀에 집중하고 싶다. 이번 소집 이후에도 계속 관찰하고, 기회가 있다면 또 불러들이고 싶다.”

- 다음 경기 준비는 어떻게 할 건가

“다음 경기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회복이다. 보통 A매치 소집 기간에는 예선전일 경우 목요일 다음 화요일 경기를 하고, 평가전일 경우 금요일 다음 화요일 경기를 한다. 이번엔 금요일 다음 월요일이라 회복시간이 유독 짧다. 두 개 조로 팀을 나눠서 훈련이 필요한 선수와 회복이 필요한 선수를 나눌 수도 있다.”

- 이번 2연전이 K리그 막판 순위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팀별 체력안배 생각이 있나

“K리그 일정을 떠나 대표팀에 왔을 때는 100% 헌신해주는 게 좋다. 소속팀으로 돌아갔을 때는 그곳에 100% 집중해주는 게 맞고. 나는 우리 팀에 필요한 것을 생각한다. 거꾸로 생각해서, 선수들이 각자 소속팀에 가 있을 때 대표팀을 배려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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