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9/2020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브루누 페르난데스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1월 이적시장에서 찾아낸 ‘월드 클래스’다. 현재 맨유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꼽는다면 만장일치로 페르난데스가 선정될 수밖에 없을 정도의 활약상이다.

맨유는 1일(한국시간) 영국의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에서 28라운드 원정 경기를 갖고 에버턴과 1-1 무승부에 그쳤다. 맨유가 승점 1점이라도 따낸 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페르난데스 덕분이었다.

맨유는 아예 페르난데스를 살리기 위해 포메이션을 4-3-1-2로 바꿨다. 이번 시즌 처음 쓴 포메이션이다. 수비력 갖춘 미드필더 3명을 우겨넣었고, 공수를 잇는 역할은 페르난데스에게 모두 맡겼다. 풀백 공격력이 정상급에 못 미치는 맨유 사정을 감안할 때, 윙어도 없다는 건 페르난데스에게 그만큼 큰 짐을 지우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었다.

초반은 오히려 에버턴의 흐름이었다. 전반 3분 다비드 데헤아의 실수를 틈탄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선제골을 넣었다. 최근 상승세를 탄 칼버트르윈이 에버턴의 속공을 주도하며 맨유를 흔들었다. 에버턴은 이후 주도권을 조금씩 잃어버렸지만, 경기 최종 슛 횟수 역시 16회 대 14회로 앞섰다.

이때 페르난데스의 개인기량이 빛났다. 전반 30분 경기장 중앙에서 맨유가 압박으로 공을 따냈을 때, 페르난데스가 완벽한 위치 선정으로 수비 방해 없는 자리에 파고들었다. 네마냐 마티치의 원터치 패스를 받은 페르난데스가 공의 흐름을 살려 몸을 돌린 뒤 단 한 번의 터치도 없이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슛 타이밍, 궤적, 강도 모두 완벽했다.

페르난데스는 맨유의 슛 14회 중 6회를 혼자 날렸고, 유효슛은 5회 중 3회를 혼자 책임질 정도로 날카로웠다. 키 패스(동료의 슛을 이끌어낸 패스) 1회, 드리블 2회 등 공격 전반에서 돋보였다.

전방 압박도 열심이었다. 공 탈취 횟수는 페르난데스가 5회로 두 팀 통틀어 1위였다. 공 탈취 시도 역시 9회나 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에버턴 선수들에게 달라붙고, 높은 확률로 수비를 성공시켰다.

경기 중 페르난데스의 플레이를 동료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볼 수 있는 순간이 종종 연출됐다. 후반 15분의 경우, 맨유가 모처럼 완벽한 속공 기회를 잡았는데 페르난데스가 패스를 받지 않고 절묘하게 흘리면서 단번에 메이슨 그린우드에게 연결했다. 그린우드가 공을 몰고 에버턴 골문으로 돌진할 때, 가장 슈팅하기 좋은 위치로 파고든 선수도 페르난데스였다. 그러나 그린우드는 페르난데스를 향한 패스 경로를 찾지 못하고 공격을 무산시켰다.

개인기를 통한 명장면도 있었다. 후반 16분 페르난데스가 왼쪽 측면부터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페르난데스가 오른발 바깥쪽으로 공을 툭 치며 유연하게 방향을 전환하자 수비수 지브릴 시디베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페르난데스의 맹활약은 이 한 경기에 그치지 않는다. 맨유 이적 후 6경기 중 5경기에 선발 출장(유로파리그 포함)해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선발 1회당 한 골씩 꼬박꼬박 만들어냈다.

세부기록을 봐도 페르난데스는 맨유에 합류하자마자 공격의 핵심 1순위로 올라섰다. 페르난데스의 데뷔 이후 맨유의 최다 슛 시도, 최다 어시스트 기록, 최다 기회 창출 기록 모두 페르난데스가 갖고 있다. 슛도 어시스트도 1등이다.

페르난데스는 어린 시절 모국 포르투갈을 떠나 이탈리아세리에A로 진출했다. 세리에A에서 23세까지 고군분투했으나 준수한 선수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리고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CP에서 2시즌 반을 뛰었는데, 이때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2018/2019시즌 미드필더로서 20골을 넣을 정도로 공격력이 만개했으며, 이번 시즌 전반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PSV에인트호번을 상대로 2골 2도움을 몰아치기도 했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며 초대 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세리에A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 없는 선수지만, 2년 반만에 다시 빅 리그로 진출한 페르난데스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현재 페르난데스의 기술, 지능, 득점 창출 능력은 맨유 동료들을 압도하고 있다. 맨유는 페르난데스 데뷔 이후 중위권 경쟁팀을 연달아 상대했는데, 첼시전 승리를 비롯해 2승 2무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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