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가끔은 한 골이 승리와 비슷한 감동을 줄 때가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참가국 중 최약체인 파나마는 24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잉글랜드와 한 G조 2차전에서 1-6으로 졌다. 2연패를 당한 파나마는 16강 진출을 꿈꿀 수 없게 됐지만,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파나마는 0-6으로 뒤지던 후반 33분 프리킥 상황에서 필리페 발로이가 골을 터뜨렸다. 아빌라가수비벽 앞으로 차준 프리킥을 슬라이딩하며 슈팅으로 연결해 잉글랜드 골망을 갈랐다.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없는 골이었으나 울림은 컸다.

 

월드컵 도전 40년 만에 본선에 오른 파나마는 사상 첫 승점을 목표로 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승점도 꿈에 가깝다. 잉글랜드, 벨기에, 튀니지는 모두 파나마보다는 좋은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파나마는 이미 벨기에와 잉글랜드에 모두 패했다. 튀니지와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점을 얻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인 목표인 득점도 쉽지 않아 보였으나 결국 발로이가 골을 넣었다. 그것도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득점을 했다. 경기장에 붉은 물을 들인 파나마 팬들이 바라던 일이 현실이 됐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나온 골에 팬들은 마치 이긴 것처럼 환호했다. 설마 했던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파나마는 이번에도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다음 월드컵 본선을 기약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파나마 선수나 팬들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지니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발로이가 터뜨린 골이 최소 향후 4년, 아니면 더 오랫동안 파나마 축구를 설명하는 골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팀 내 최다득점자이자 베테랑인 루이스 테하다는 대회 전 한 인터뷰가 한 말은 파나마가 월드컵 본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 동안 넣은 모든 골을 러시아 월드컵에서 넣을 단 한 골과 바꾸고 싶다.”

 

테하다는 아직 골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파나마 사람들은 꿈을 하나 이뤘다. 발로이가 넣은 골은 잉글랜드가 넣은 6골보다 의미는 더 클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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