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지난 밤에 한 경기들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뽑아 매일 아침 배달한다. 한창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잠을 청해야만 했던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풋볼리스트’가 준비했다. 전체 경기를 못 봤더라도 이 장면만은 챙겨두시라, 월드컵 하이라이트. <편집자 주>

러시아에 남을 자들과 떠나갈 자들이 가려지기 시작했다. 우루과이는 개최국 러시아를 대파하고 A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를 꺾고 24년 만에 본선 승리를 거뒀다. ‘아시아 최강’ 이란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1-1로 비기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스페인은 모로코와 힘겹게 비겼다.

 

#우루과이 1-0 러시아 / 전반 10분 / 프리킥도 잘 차는 수아레스, 러시아에 참교육

‘2018 러시아월드컵’ 개최국 러시아는 대회 시작 후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연승을 거두며 주목받았다. 앞선 2경기에서 8골을 넣고 1골만 내주며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를 만나자 와르르 무너졌다. 우루과이는 본선 토너먼트 돌입 전, 러시아를 제대로 혼내줬다.

우루과이표 참교육의 시작은 전반 10분이었다. 우루과이는 상대 페널티박스 바깥쪽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루이스 수아레스. 수아레스는 기술적인 슈팅을 선보이며 프리킥 찬스를 선제골로 연결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선 수비벽을 피해 반대쪽 골문 구석으로 공을 낮게 깔아 찼고, 공은 골키퍼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궤적으로 날아가 골망을 흔들었다. 러시아는 자책골을 헌납하고, 에딘손 카바니에게 추가 득점까지 내주며 조 1위 자리를 우루과이에 양보했다.

수아레스의 프리킥 골은 개인 통산 월드컵 본선 7번째 득점이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부터 출전하고 있는 그는 우루과이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3개 대회에서 모두 골맛을 본 선수가 됐다.

 

#이집트 1-2 사우디아라비아 / 후반 45+4분 / 24년만에 승리 이끈 살렘 알 도사리의 극장골

모하메드 살라의 2경기 연속골도, 45세 백전 노장 에삼 엘하다리 골키퍼의 최고령 기록 작성도 이집트를 기쁘게 할 순 없었다. 후반 추가 시간 극장골을 성공시킨 살렘 알 도사리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선 2번의 경기에서 허술한 경기력으로 연패를 당했다. 외신은 이런 사우디아라비아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1994년 이후 맥이 끊긴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본선 승리는 이번에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전반 22분 살라의 선제골로 이집트가 앞서갔다. 이렇게 사우디아라비아가 또 무너지나 싶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사우디아라비아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슈팅 23개를 때리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막판, 사우이아라비아의 ‘2018 러시아월드컵’ 마지막 슈팅이 첫 골로 이어졌고. 엘도사리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오른발 바깥쪽으로 슈팅을 때렸다. 살짝 빗겨 맞은 공은 낮게 깔리며 득점으로 연결됐고, 이 골로 그들을 24년만에 본선 승리로 이끌었다.

엘도사리는 텀블림 세리머리를 하며 승리를 자축했고, 선수들은 코너플래그 부근에 보여 기도를 올렸다. 1차전에서 러시아에게 망신을 당하며 징계설까지 거론되던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은 이날 승리로 포상금을 받게 됐다.

 

#포르투갈 1-0 이란 / 전반 45분 / ‘아웃프런트 장인’ 콰레스마의 월드컵 데뷔골

포르투갈 윙어 히라르두 콰레스마는 현란한 개인기와 허를 찌르는 아웃프런트킥이 장기인 선수다. 콰레스마는 이란을 상대로도 오른발 바깥쪽으로 수 차례 공을 찼고, 기어코 월드컵 데뷔골을 만들어냈다.

포르투갈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콰레스마는 적극적으로 이란을 공략했다. 전반 중반 이후에는 왼발로 슈팅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슈팅을 때리기도 했다. 다소 무리해보였던 이 슈팅은 곧 이어질 장면을 위한 몸풀기였을까. 전광판 시계가 45를 가리키는 순간, 콰레스마의 발이 빛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안쪽으로 쇄도한 콰레스마의 아드리엔 실바의 힐 패스를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했다. 전매특허와 같은 아웃프런트 슈팅이었다. 콰레스마의 발을 떠난 공은 반대편 골대 구석으로 감겨져 들어갔다. 콰레스마는 34세 272일의 나이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슈팅으로 월드컵 데뷔골을 뽑아냈다.

 

#모로코 2-2 스페인 / 후반 90+1분 / 무적함대 체면 살린 아스파스의 뒤꿈치

비기만 해도 스페인은 16강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가 2연패를 당한 모로코였기에 어려울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선제골을 넣은 건 스페인이 아닌 모로코였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실수가 모로코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이니에스타는 5분 뒤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이스코의 동점골을 도왔다. 스페인은 균형을 맞춘 이후 패스를 바탕으로 공을 점유하며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모로코 수비는 쉽게 뚫리지 않았고, 후반 36분 오히려 추가골을 내줬다.

모두의 예상과는 반대로 되고 있었다. 스페인이 무패로 조별리그를 마치는 것은 이번에도 힘겨워 보였다.

패배 위기의 순간, 교체 투입된 이아고 아스파스가 무적함대의 체면을 살렸다. 코너킥을 짧게 이어받은 다니 카르바할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상대 수비 6명 사이에 홀로 서있던 아스파스는 뒤꿈치를 들어올리며 공을 건드렸고, 골망은 출렁였다. 부심은 오프사이드라며 깃발을 들었고, 주심은 VAR 끝에 득점을 선언했다. 아스파스와 VAR이 스페인을 구했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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