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멕시코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가장 전술적으로 다양한 팀이다. 한국이 멕시코에 맞춰 견제 전략을 짜기란 쉽지 않다.

한국은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위치한 로스토프아레나에서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을 치른다. 1차전에서 스웨덴의 장점을 봉쇄하기 위한 4-3-3 포메이션을 썼다가 실패한 한국은 1패를 안은 상태로 멕시코를 만난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전술적으로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팀이다. 18일 독일전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1-0 승리를 거뒀다. 멕시코는 전통적으로 스리백 기반의 공격 축구가 발달한 나라다. 여기에 자국 감독이 아닌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을 선임한 것이 현재까지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오소리오 감독은 멕시코 전통적 축구가 아닌 4-3-3 등을 도입했고, 원래 수싸움에 능했던 멕시코는 더 다양한 카드를 갖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경기 중 선수들의 실제 위치를 바탕으로 15분마다 달라지는 6개 포메이션을 제공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일전에서 두 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한 모든 멕시코 선수를 정리했다.

엑토르 에레라는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전 내내 이 역할을 맡다가 후반 13분 섀도 스트라이커 카를로스 벨라가 수비형 미드필더 에드손 알바레스로 교체되자 에레라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그러다 로사노 대신 라울 히메네스가 투입된 후반 21분부터 공격형 미드필더 없는 5-4-1 포메이션을 쓰면서 에레라가 다시 중앙 미드필더로 돌아갔다.

알바레스는 후반 13분 투입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다가 멕시코가 더 수비적인 전략을 쓰기 시작하자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했다. 알바레스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수비수뿐 아니라 센터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수비형 풀백’으로 경기를 시작한 살시도는 풀백과 센터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살시도는 라이트백으로 뛰다가 포메이션이 5-4-1로 바뀐 뒤 스리백의 오른쪽 스토퍼로 역할을 바꿨다.

스리백 혹은 파이브백으로 수비 포진을 바꿈에 따라 두 명으로 센터백을 구성했던 우고 아얄라와 엑토르 모레노가 조금씩 왼쪽으로 이동해 각각 스위퍼와 왼쪽 스토퍼 역할을 맡았다. 아얄라는 명목상 스위퍼였지만 뒤로 쳐지지 않고 다른 스토퍼들과 같은 라인을 유지했다. 왼발잡이 센터백 모레노는 포백과 스리백에서 모두 넓은 활동반경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라 이와 같은 전술 변화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경기 초반 15분과 막판 15분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고 같은 포지션, 같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가 4명에 불과했다. 최전방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오른쪽 윙어 미겔 라윤, 레프트백 헤수스 가야르도,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였다. 나머지 선수 중 3명은 교체됐고 4명은 포지션이 바뀌었다.

꾸준히 한 포지션을 소화한 선수 4명 중 2명도 한국전에서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 라윤은 원래 풀백으로 경력을 쌓아 왔고, 멕시코 대표팀에서 라이트백뿐 아니라 레프트백까지 소화한 경험이 있는 선수다. 가야르도는 왼쪽 윙어까지 맡을 수 있는 공격적인 측면 자원이다. 중도에 교체된 선수 중에서도 섀도 스트라이커로 뛴 카를로스 벨라 역시 섀도 스트라이커뿐 아니라 좌우 윙어를 모두 맡을 수 있다. 멕시코가 섀도 스트라이커 없는 스리톱 전술로 나올 경우 벨라는 윙어로 이동할 수도 있다.

결국 멕시코는 붙박이 스트라이커 에르난데스, 골키퍼 오초아만 빼고 모든 선수가 멀티 포지션 능력을 갖춘 셈이다. 형식적인 차원이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가 경기 중 위치를 바꿔가며 뛸 준비가 되어 있고, 실제로 독일전에서 전술적 유연성을 보여줬다.

멕시코는 3-4-3, 4-3-3 등 공격 자원이 세 명인 축구를 주로 해 오다가 라윤을 독일의 토마스 뮐러처럼 공간 침투 담당으로 활용하는 변칙적인 선수 배치로 4-2-3-1 포메이션을 썼다. 경기 중 원래 쓰던 3-4-3과 비슷한 5-4-1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선수들이 위치와 역할을 유연하게 전환했다. 멕시코 선수들의 위치와 역할을 함부로 예상하기 힘들다. 구자철도 “예선 영상을 바탕으로 분석한 멕시코와 독일전의 멕시코는 달랐다”라고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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