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는 K리그 홈 경기에서 무패,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홈 경기에서는 무승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대회 운영은 K리그와 달랐다.

제주는 11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ACL H조 4차전에서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에 1-3으로 패배했다. 경기 전 조 2위였던 제주는 애들레이드와 1승 1무 2패로 승점 동률이 됐고, 상대전적에서 밀려 3위로 내려갔다. 조 4위 감바오사카(1승 3패)까지 세 팀이 조 2위를 두고 싸우는 구도가 됐다. 제주로선 유리할 것도 불리할 것도 없는 정면 승부 두 경기가 남았다.

제주는 K리그 클래식 1위, 애들레이드는 호주A리그 10팀 중 9위에 머물러 있다. 제주의 전력이 명백하게 우위인 것처럼 보였다. 애들레이드가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세비야에서도 뛰었던 공격수 바바 디아와라, 미드필더 김재성을 보강하며 한결 강해지긴 했지만 최소한 홈에서는 제주의 우위가 점쳐진 경기였다. 그러나 두 차례 맞대결 결과는 애들레이드가 우위다. 제주는 애들레이드 원정에서 3-3 무승부에 그친 바 있다. 

경기 내용에서도 제주가 앞선 상황이 더 많았다. 제주는 조금만 결정력을 발휘하면 되는 상황을 여러 차례 놓쳤다. 이창민과 호흡을 맞추며 문전까지 돌파한 안현범이 슛 하기 직전 수비에 저지당했고, 혼전 상황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은 알렉스의 힐킥은 골문을 빗나갔다. 진성욱과 이찬동은 골문 안으로 차기만 하면 넣을 수 있는 상황에서 슛이 빗나갔다. 이창민이 멋진 프리킥은 선방에 막혔다.

조성환 감독은 앞선 원정 경기를 바탕으로 애들레이드를 분석해 맞춤형 변칙 전략을 들고 나왔다. 선수 배치는 평소 쓰는 3-5-2처럼 하되 왼쪽 윙백 박진포에 비해 오른쪽 윙백 안현범을 자유롭게 공격에 가담할 수 있도록 했다. 안현범이 미드필더로 올라간 변칙 포백이었다. 측면 수비가 약하다는 스리백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포백의 성격을 더했다. 조 감독은 “그 전술은 의도한대로 됐는데…”라며 더 아쉬워했다.

제주의 실수가 겹치며 애들레이드는 쉬운 득점을 이어나갔다. 애들레이드의 선제골, 경기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결승골이 그랬다. 선제골 상황에서 김재성이 중거리슛을 날릴 때 이창근 골키퍼의 시야가 가려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승골 상황에서는 오반석과 이창근의 실수가 겹쳐 막을 수 있는 코너킥에서 헤딩골을 허용했다.

주전 미드필더 권순형의 공백은 문상윤이 어느 정도 메웠고, 제주 경기력은 K리그와 근본적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화려한 과정은 실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호주 축구가 K리그보다 저돌적이라는 스타일 차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경기 운영을 해 줄 조용형, 권순형이 모두 빠진 제주는 에너지를 낭비하며 경기했다. 조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일본, 중국, 호주 선수들을 상대로 경험을 쌓으면 나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판정 불운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경험 부족이 아쉬웠다. 제주의 중요한 공격 루트인 멘디의 제공권이 교묘한 반칙성 플레이에 여러 번 막혔지만 주심은 휘슬을 아꼈다. 반면 애들레이드의 라일리 맥그리가 쐐기골을 넣을 때 공이 손에 맞았다는 항의가 있었지만 역시 주심은 무시했다. 그러나 제주는 멘디를 향한 패스가 잘 통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비슷한 패턴을 시도하고 있었다.

조 감독이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건 패색이 짙어진 뒤에도 한 골을 만회하기 위해 거세게 달려드는 제주의 모습이었다. “긍정적인 건 이기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장쑤 원정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하겠다.” 제주가 남은 두 경기에서 16강 진출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 자세다. 제주는 25일 장쑤 원정, 5월 9일 감바오사카와 홈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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