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토트넘홋스퍼)의 한국인 잉글랜드 무대 첫 해트트릭은 확실한 ‘필살기’에서 비롯됐다.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리시FA컵’ 8강전에서 토트넘이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홋스퍼는 손흥민의 맹활약에 힘입어 리그1(3부) 구단인 밀월을 6-0으로 대파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손흥민의 잉글랜드 진출 후 첫 해트트릭이자 한국인의 잉글랜드 첫 기록이다. 손흥민은 국가대표팀에서 한 번, 독일분데스리가에서 두 번 해트트릭을 달성한 바 있다. 잉글랜드로 무대를 옮긴 뒤 이번 FA컵 해트트릭이 최초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선배인 박지성, 설기현 등이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아시아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가가와 신지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시절인 2013년 EPL에서 최초 해트트릭을 달성한 바 있다.

손흥민의 해트트릭 세 골은 각각 기시감을 불러왔다. 손흥민이 과거에 기록했던 중요한 골들과 비슷한 과정, 비슷한 능력에서 나왔다. 손흥민의 전형적인 득점 루트가 총망라된 경기다.

전반 41분 첫 골은 손흥민의 가장 큰 특징인 왼발 사용 능력에서 비롯됐다. 퍼스트 터치가 불안해 공격 템포를 끊었지만, 오른쪽 측면부터 중앙으로 성큼 파고든 뒤 왼발로 절묘하게 감기는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터치가 부정확할 때 화를 냈던 델레 알리는 잠시 후 손흥민이 실수를 스스로 만회하자 다가가 축하를 전했다.

양발을 모두 잘 쓰는 건 동료 해리 케인이 강조한 바 있는 손흥민의 가장 큰 특징이다. 양발로 가벼운 패스만 잘 하는 수준이 아니라 두 발이 모두 특급 골잡이의 슈팅력을 갖고 있다. 이 특징 때문에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다 오른발 슛을 날리는 플레이뿐 아니라 반대 플레이도 가능하다. 상대 수비로선 손흥민이 어느 쪽으로 치고 나갈지 예상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함부르크 시절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상대로 유독 강해 ‘양봉업자’라는 별명을 얻을 때 비슷한 명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당시 넣은 4골 중 2골이 중앙으로 파고들다 왼발슛을 날리는 패턴이었다.

손흥민의 밀월전 두 번째 골도 특기를 잘 보여준 득점이다. 후반 9분, 키에런 트리피어가 롱 패스를 시도했다. 손흥민은 수비 배후로 침투한 뒤 등 뒤에서 날아오는 공을 오른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하는 고난이도 동작을 보여줬다.

윙어보다 원톱으로 많이 뛰었던 함부르크 시절 자주 시도한 공격 패턴이다. 18세 때 넣은 분데스리가 데뷔골과 비슷했다. 당시 손흥민은 수비 배후로 침투한 뒤 다가오는 골키퍼를 피해 공을 가볍게 띄웠고, 왼발로 마무리했다. 빠른 스피드에서 나오는 배후 침투 능력, 공중에 뜬 공도 자유자재로 다루는 볼 컨트롤 능력이 결합된 플레이들이다.

두 번째 골과 후반 추가시간에 넣은 쐐기골 모두 발리슛이었다. 발리슛은 이번 시즌 손흥민의 새로운 특기다. 스완지시티를 상대한 지난 12월 경기에서 더 어려운 자세에도 불구하고 발리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쐐기골은 상대 골키퍼가 정면으로 날아온 공을 놓치는 행운이 따랐다. ‘필살기’에 행운까지 겹쳐 잉글랜드 첫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날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기 때문에 손흥민의 득점력은 토트넘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앞으로 케인 대신 뛰어야 할 빈센트 얀센이 골맛을 본 것도 손흥민의 도움에서 비롯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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