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중국-시리아전 대비 국가대표팀 명단에서 모두의 예상을 깬 이름은 전남드래곤즈 미드필더 허용준(24)이었다. 상주상무 소속이던 이정협이 발탁되었을 때의 파격과 비슷했다. 이청용과 이재성, 권창훈 등이 제외된 가운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택한 새 얼굴은 허용준이었다. 

“허용준은 이번 시즌 두 경기만 본 것이 아니라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어제도 직접 내려가서 활약상을 지켜봤다. 공을 갖고 있을 때 플레이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끝까지 고민하다가 이재성의 부상으로 발탁했다.” (슈틸리케 감독)

전남 관계자는 허용준이 멀티 능력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라고 했다. 허용준은 전남에서 측면 공격수로 나서고 있지만 2선 중앙과 전방 스트라이커 등 공격 지역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전술 이해력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기술과 스피드를 고루 겸비했다. 

연령별 대표를 거친 허용준은 일찌감치 주목 받던 재능이다. 전남 유스 출신으로 고려대를 거쳐 지난해 K리그클래식에 데뷔해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공격 포인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리그 후반기 한찬희와 더불어 신인 콤비끼리 주전 자리를 꿰차며 상위 스플릿 진출 과정의 숨은 공신으로 활약했다. 

전남은 FIFA U-20 월드컵 출전을 준비하는 한찬희, 슈틸리케호에 선발된 허용준 등 자체 육성한 선수들의 대표 발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찬희랑 저랑 같이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다. 잘 맞추다는 얘기도 많이 하고 연습 때도 많이 맞춰서 좋은 장면 많이 나온 것 같다.” 허용준의 말이다.

전남은 12일 K리그클래식 2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상주상무에 1-2로 졌다. 13일은 휴일이었다. 화제의 인물 허용준과 전화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자주 통화 중이었다. 축하 인사와 인터뷰 요청이 연이어 이어졌다. 허용준은 대표 발탁 사실을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연차가 적다고, 어리다고 주눅 드는 건 옛말이다. “볼이 저한테 왔을 때 자신있게 하는 플레이, 팀 동료를 이용한 연계 플레이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신인 허용준이 곧바로 프로 무대에 적응한 비결은 거침 없는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은 자신의 기술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다. 허용준은 뽑힌 것만으로 영광이라거나, 보고 배우고 오자는 겸손한 자세보다 가서 부딪혀 보겠다는 패기를 숨기지 않았다. 대표팀의 경기 스타일에 적응하고, 자신의 기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말했다. “최종예선 경기를 봐 왔다. 내가 맞춰가야 한다.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나 자신을 믿고 있다.” 

대표팀 도전을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책임감이 따른다”고 했다. 대표 발탁에 부응하는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한다. “더 좋은 모습으로, 나를 유감없이 보여주겠다는 생각 많이 하고 있다.” 허용준은 “자신있게 돌파하는 걸 보여드리겠다”며 공이 자신에게 왔을 때, 차이를 만들겠다고 했다.

물론, 허용준은 프로 무대의 빠른 적응이 혼자 만의 힘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게 딱히 무기는 없다. 노 감독님과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셨고 영민이형 효진이형 영욱이 형이 잘 적응할 수 있게 잘 도와주셨다.” 대표팀에서도 동료들과 조화를 이뤄야 자기가 가진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전남이 2연패에 빠져있지만, 허용준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얻은 게 많았다. 팀 분위기 가라앉지 않았다. 앞으로 많은 경기 남아서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당차고 자신있다. 허용준이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