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동환 기자= ‘인천아 미안해!’ 성남FC와 홈 경기를 치른 인천유나이티드가 경기에 앞서 내건 메시지다. 재미있는 축구, 통쾌한 승리를 통해 지역 관중몰이에 나서겠다는 인천의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성남과의 경기에서 인천은 정말 미안한 처지가 됐다. 1위 성남에게 아쉽게 패했다. 선수들은 경기 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괜찮아!’를 연호했다.

인천은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성남을 상대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4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선두와 꼴찌의 대결이었다. 3라운드까지 무려 8실점을 허용한 인천은 수비를 안정화하고 점유율을 높이고, 확실한 마무리로 성남을 잡겠다는 각오였다. 인천은 황의조에게만 두 골을 내주며 힘 없이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송제헌의 노련함과 케빈의 결정력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인천의 행복은 2분을 가득 채우지 못했다. 

인천은 경기를 앞두고 인천 인구 300만 돌파에 맞춰 2018년까지 누적 관중 300만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인천은 ‘그간 부족함과 깊지 못했던 고민들을 담아 인천 시민과 팬을 향한 진정성 있는 사과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인천아 미안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사과의 마음을 담은 퍼포먼스는 경기장 안팎에 가득했다. 인천은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관중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경기도 흥미진진했다. 결과가 아쉬울 뿐이다. 

올 시즌 첫 승리를 노린 김도훈 감독은 이윤표, 요니치, 김대중 등 기존 수비라인에 김용환을 더해 수비벽을 쌓았다. 중원에는 김도혁, 김동석, 윤상호가 역삼각형 형태로 섰다. 공격에는 케빈, 송제헌 그리고 K리그에 데뷔하는 벨코스키가 자리했다. 중원 자원들이 공격과 수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효과적으로 소화하고, 미지의 벨코스키가 기존 공격 자원에 잘 녹아 들길 기대했다. 하지만 짜임새 있는 성남 앞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성남은 시즌 초 김두현과 황진성의 동시 기용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황진성의 출전은 커녕 김두현 마저 경기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후반에 교체 투입되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은 측면에서 해법을 찾았다. 티아고와 박용지가 빠른 발을 활용해 상대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결과물이 나오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반 5분 티아고가 상대 왼쪽 깊숙한 곳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는 황의조에게 연결했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실점 후 인천은 위축됐다. 중원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할 주장 김동석이 공격과 수비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최전방에는 벨코스키와 케빈이 나란히 섰지만 첫 호흡인 탓인지 좀처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자기 진영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 인천은 왼쪽 측면 수비 역할을 맏은 김용환이 활발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공격의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공간을 내줬고, 추가실점으로 이어졌다.

성남은 박용지와 곽해성이 상대 오른쪽 측면에서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 곽해성은 중앙으로 빠르고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다. 3명의 수비수가 있었지만, 중앙 최전방을 파고든 티아고의 움직임에 몰두했고, 뒤따라 들어가는 황의성을 놓쳤다. 황의조는 간결하게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김도훈 감독은 전반 37분 김용환을 대신해 김대경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김대경은 김용환보다 더 공격적으로 상대 진영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벨코스키와 송제헌이 라인을 끌어내려 중원을 두텁게 했다. 전반 45분간 인천이 기록한 유효슈팅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전반 42분 케빈의 왼발 슈팅이 상대 수비수의 손을 맞고 페널티킥 판정을 받았다. 송제헌이 그대로 성공시켜 만회골이 됐다.

김도훈 감독이 불러온 변화는 후반에 빛을 봤다. 전반과는 다른 인천의 모습이었다. 주로 케빈을 향한 다소 단조로울 수도 있는 공격 패턴이었지만, 중원에서 점유율을 끌어 올리며 오히려 효과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인천은 후반 20분 벨코스키가 왼쪽에서 연결한 공을 케빈이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고, ‘미안하다’던 인천의 외침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인천의 희망은 2분을 넘기지 못했다. 후반 22분 티아고가 다시 추가골을 기록하며 성남이 앞섰다. 힘이 빠질 법 했지만, 인천의 불씨는 살아있었다. 케빈을 중심으로 벨코스키, 송제헌까지 날카로움을 뽐냈다. 교체 투입된 송시우, 진성욱 김대경도 제 역할을 소화했다. 비록 성남의 육탄방어에 끝내 뚫지 못했고, 시즌 첫 승리에도 실패했지만 인천이 누린 2분의 행복은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충분했다. 패배했지만, 팬들에게 미안하지 않아도 될 인천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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