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다니엘 레비 토트넘홋스퍼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과 다니엘 레비 토트넘홋스퍼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토트넘 홋스퍼를 25년 가까이 이끌어온 다니엘 레비 회장이 전격 퇴임했다. 

구단은 공식 발표에서 “레비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표현했지만,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이는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구단 소유주 측의 결정에 따른 사실상의 경질이었다.

“변화를 통한 성과 필요”… 루이스 가문 차세대의 결단

레비는 2001년 3월부터 토트넘의 회장직을 맡아 프리미어리그 최장수 경영자로 자리매김했으나, 25년 동안 리그컵(2008)과 유로파리그(2025) 단 두 차례의 우승에 그쳤다. 소유주인 타비스톡 그룹과 루이스 가문은 구단의 성과가 일관되지 못하다고 판단했고, 새로운 성공을 위해 변화를 선택했다.

특히 올해 초부터 루이스 가문은 토트넘 운영 전반에 대한 외부 감사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재정 운영 및 구단 전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달간 CEO 비나이 벤카테샴 영입, 토머스 프랑크 감독 선임, 피터 채링턴 이사회의 비상임 회장 임명 등 조직 개편이 이어졌다.

BBC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루이스 가문의 세대교체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구단주 조 루이스(88)는 의사결정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고, 그의 자녀 비비안과 찰리가 핵심 역할을 맡았다. 비비안은 최근 몇 달간 구단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손녀사위 닉 뷰처 또한 운영 참여를 강화해왔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홋스퍼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다니엘 레비 토트넘홋스퍼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팬들의 끊임없는 불만, 결국 압박으로

레비는 탁월한 협상가이자 수익 창출 능력으로 평가받았다.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10억 파운드 규모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의 이전,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2019), 프리미어리그 사상 가장 높은 영업 이익 기록 등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팬들 사이에서는 “재정적 안정만 강조할 뿐, 투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시즌 특히 비난 여론은 극에 달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7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됐고, 홈 경기장에는 “레비 아웃” 구호와 항의 현수막이 등장했다. 팬들의 불만과 루이스 가문의 새로운 경영 기조가 맞물리며, 결국 레비는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시대, 루이스 가문 2세대 체제

구단은 레비의 퇴임과 함께 이사회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회장(Executive Chairman)’ 직책은 사라지고, 오너십 아래 이사회 중심의 운영으로 전환된다. 비상임 회장에 오른 피터 채링턴은 루이스 가문의 핵심 인사로, 비비안·찰리와 함께 향후 토트넘 운영을 이끌 전망이다.

채링턴은 성명에서 “이제는 구단의 새로운 시대다. 최근 수개월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는 모두 미래를 위한 토대”라며 “우리는 비나이 CEO와 경영진을 중심으로 안정을 확보하고, 축구적 성과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비 이후의 토트넘은?

레비는 여전히 구단 모기업 에닉(ENIC)의 주주로 남지만, 토트넘의 운영에는 더 이상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BBC는 “레비가 항상 ‘한 손이 묶인 상태’에서 운영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문제는 이제 투자와 성과가 실제로 달라질 수 있는지”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이번 여름 약 1억8천만 파운드(약 3,370억 원)를 투자해 차비 시몬스, 모하메드 쿠두스를 영입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새 체제를 구축한 루이스 가문의 2세대가 토트넘을 ‘트로피를 드는 빅클럽’으로 만들 수 있을지,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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