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투헬(바이에른뮌헨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마스 투헬(바이에른뮌헨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뮌헨 감독이 ‘언해피’ 선수를 양산하면서 바이에른을 장기적으로 망쳐놓을 위험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번 시즌 성적이 아니라 다음 시즌 부활할 싹을 밟아버릴 가능성이다.

투헬 감독은 전술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개인기량으로 잘 버텼던 전반기 이후, 후반기에 급격하게 무너졌다. 후반기 두 번째 경기에서 베르더브레멘에 패배했고, 2월 중순 팀의 운명이 걸린 3연전에서 전패를 당했다. 이때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것이 확정됐다.

부진에서 벗어나려 한 투헬 감독은 라인업을 이리저리 바꾸다 김민재 없이 에릭 다이어, 마테이스 더리흐트 센터백 조합을 짰다. 이 조합으로 최근 3연승을 달리면서 승률만 보면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투헬 감독은 후임 감독에게 제대로 된 팀을 물려주려는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최근 간판 유망주 마티스 텔의 출장시간 부족이 화제로 떠올랐다. 19세 유망주 텔은 이번 시즌 순조롭게 영향력을 늘려가며 리그 5골 3도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골 1도움으로 벌써 공격포인트 10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출장시간이 한정적인 수준에 그치자 불만이 생겼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반기에는 리로이 자네가 리그 전체 최고 수준의 파괴력을 보여준 반면, 최근 자네가 무색무취한 경기력을 보임에도 텔의 기회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 영입한 브리안 사라고사는 스페인 매체를 통해 ‘투헬 감독과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화제에 올랐다. 사라고사는 전반기에 그라나다 소속으로 바르셀로나전 멀티골을 넣고, 스페인 대표로 A매치 데뷔골을 넣는 등 한창 상승세였다. 바이에른이 일찌감치 영입을 확정하고 팀 합류는 올해 여름으로 미뤘다. 그런데 지난 1월 2선 자원 부상 공백을 메워야 한다며 급히 영입하더니 정작 투입횟수는 교체 2회에 그쳤고, 감독이 선수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지도 않았다.

마티스 텔(바이에른뮌헨). 서형권 기자
마티스 텔(바이에른뮌헨). 서형권 기자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브라이언 사라고사. 바이에른뮌헨 공식 홈페이지 캡처
브라이언 사라고사. 바이에른뮌헨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구단이 다급하게 영입한 사샤 보이는 투헬 감독의 패착으로 인한 희생양이 된 뒤 자취를 감췄다. 영입 후 첫 경기에서 강호 바이엘04레버쿠젠을 상대로 레프트백을 맡았는데, 원래 라이트백인 선수를 억지로 왼쪽에 배치한 기용이었다. 그러나 이 승부수가 대실패했다. 이후 부상으로 출장기회를 잃었다. 그런데 보이를 허겁지겁 영입해 놓고, 그동안 미드필더로 뛰어 온 요주아 키미히를 라이트백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에 보이가 건강을 찾아도 여전히 자리는 없다. 키미히, 누사이르 마즈라위와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너무 희박하다.

영입 후 반 시즌도 지나지 않았는데 보이가 방출 대상이라는 보도까지 나온다. 부나 사르의 뒤를 잇는 애물단지가 될 위험이 있다. 사르는 지난 2020년 영입한 뒤 늘 경기력은 기대이하였으나 방출 시도가 번번이 실패해 올여름 계약만료로 결별할 전망이다. 바이에른 프리미엄을 붙여 수월하게 이적료를 벌었던 크리스 리차즈(2022), 라이언 흐바번베르흐(2023) 등의 사례도 있지만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특히 바이에른이 올겨울 영입할 때 3,000만 유로나 되는 이적료를 지불했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 돈을 다 회수하고 팔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민재를 배제한 것도 위 선수들과 비슷한 맥락에서 ‘미래를 버린 운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애슬레틱’ 등 여러 매체는 바이에른 센터백 4명 중 다음 시즌에도 무조건 지킬 선수로 분류된 건 김민재 한 명뿐이며 다요 우파메카노, 마테이스 더리흐트는 적당한 제안이 있으면 이적시킬 수 있고 에릭 다이어는 애초에 장기적 주전의 기량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투헬 감독은 더리흐트와 다이어를 선발로 기용하면서 김민재가 불만을 품을 만한 상황을 조성했다.

김민재가 별 불만 없이 현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 외신이 보면 이상한 일이다. 김민재가 ‘풋볼리스트’ 등 국내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주전경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외신에서 불만을 암시한 것으로 왜곡되더니 곧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이적설이 났다. 즉 선수가 불만을 품는 게 당연할 정도인 상황이다.

바이에른이 반드시 지킬 선수는 현재 기량을 볼 때 김민재와 해리 케인 등 일부에 불과하고, 잠재성과 나이 측면에서는 텔 및 사라고사 등이 있다. 두 범주에 모두 포함되는 선수는 자말 무시알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중 케인만 빼고 모든 선수가 투헬 감독에 의해 묘한 상황에 처했거나 이적설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퇴직 예정자가 장기 프로젝트를 훼방 놓는 꼴이라 당황스럽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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