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수원삼성은 승격될 때까지 만세삼창을 하지 않는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2 2024 개막라운드를 치른 수원이 충남아산FC에 2-1로 승리를 거뒀다.

수원의 K리그2 첫경기였다. 수원은 지난 시즌 내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2부리그로 강등됐다. 이후 한 달 넘게 내부감사를 통해 성적 부진으로 강등당한 이유를 면밀히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인사들이 퇴직하거나 이동했고, 전력강화실이 새로 만들어지는 등 조직 개편도 있었다.

그 사이 팬 간담회를 할 만한 좋은 시기를 놓쳤다. 이에 불만을 가진 수원 공식 서포터즈인 프렌테 트리콜로는 지난주 2024년 1차 서포터 회의 결과를 공지하면서 올 시즌 만세삼창을 비롯해 염기훈 감독 콜, 카니발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K리그2 개막전에서 이 약속은 철저하게 지켜졌다. 응원석 1층을 가득 메운 수원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가로 목상태를 점검하더니 경기 내내 사실상 메들리에 가까운 열성적인 응원으로 경기 분위기를 달궜다. 그러면서도 염 감독과 관련한 응원은 나오지 않았으며, 수원이 2-1로 승리한 후에도 만세삼창은 물론 카니발도 하지 않았다.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구단도 이러한 팬들의 행동을 이해했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만세삼창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선수단도 충분히 인지했고, 승격을 확정짓기 전까지는 이러한 행동을 삼갈 예정이다. 이는 지난 시즌 한 번 승리할 때마다 지나치게 기쁨을 표현했다가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걸 반면교사 삼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수원의 목표는 오직 승격이다. 곧바로 K리그1에 복귀하는 것만이 살 길임을 알고 있다.

이번에 유니폼 발표가 늦어진 것도 이와 관련있다. 수원은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린 2월 26일에야 유니폼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29일 공식 발표했다.

수원의 모기업인 제일기획과 삼성전자가 승격에 대한 확신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수원 관계자는 “모기업은 무조건 승격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구단에 승격을 위한 청사진을 요구헀다. 박경훈 단장은 직접 모기업을 찾아가 올 시즌 승격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통해 유니폼 스폰서를 비롯한 모기업 투자 전반에 대한 개요가 짜여졌다”며 K리그2가 개막하기 전에 어렵사리 유니폼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경훈 단장(왼쪽), 염기훈 감독(오른쪽,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박경훈 단장(왼쪽), 염기훈 감독(오른쪽, 이상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구단 측에서는 염 감독이 최대한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기 내적인 요소들은 염 감독에게 전권을 주고 그밖에 부분들을 박 단장과 전력강화위원회가 관리했다. 염 감독은 팀에 자신의 전술을 입히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개막전에서 수원은 지난 시즌과 달라진 모습을 일정 부분 보여줬다. 수원은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상대를 끌어낸 뒤 빠른 전환을 통해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조직적인 전방 압박으로 상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전반 22분 뮬리치의 선제골은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수원은 후방에서 공을 돌리다 김상준이 수비 뒷공간을 향해 침투패스를 넣었고, 이를 충남아산 강준혁이 미처 끊어내지 못하자 이상민이 가로채 전진했다. 이상민은 중앙에 쇄도하던 뮬리치에게 공을 내줬고, 뮬리치는 오른발로 깔끔하게 공을 밀어넣었다.

그렇다고 경기력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정확하지 않은 패스와 터치로 위기를 자초했고, 후방에서 무리하게 공을 돌리려다 소유권을 내줬다. 특히 전반 36분 조윤상이 퇴장당한 뒤에는 충남아산 공격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만약 양형모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동점을 허용할 수도 있었다.

구단은 개막전 경기력에 만족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박 단장을 비롯한 전력강화실은 전반 중반까지 보여준 경기력에는 만족했으나 퇴장 이후 충남아산에 밀린 양상이나 이따금 선수들이 보여준 좋지 않은 버릇들에는 고개를 저었다. 염기훈 감독이 “5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수원은 지난해 12월 강등을 확정지은 이후 빠른 재정비에 실패했다. 이는 감독 선임, 선수 영입, 유니폼 판매 등 많은 부분을 삐걱거리게 만들었다. 2월 말 겨우 정상화에 가까워진 만큼 수원에 개막전 승리는 승격을 향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팬과 구단 모두 K리그2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결코 만세삼창을 하지 않을 것이다.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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