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 FC서울 감독. FC서울 제공
안익수 FC서울 감독. FC서울 제공

[풋볼리스트=남해] 조효종 기자= 동계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익버지’ 안익수 감독은 자식 같은 FC서울의 지속 가능한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에 부임한 안 감독은 빠르게 팀을 추슬러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전술가적인 면모가 부각됐다. 이전에 K리그 감독직을 맡았던 시기에는 수비적인 축구를 선호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강등권으로 떨어진 팀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안 감독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선문대 시절 새로이 갈고닦은 전술을 프로 무대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수비 라인을 높게 끌어올리고 상대 진영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하며 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풀어나갔다.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선수들의 움직임도 신선했다. 미드필더들은 최전방 공격수에 버금가는 위치까지 높이 전진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수비수 사이로 내려갔다. 비어있는 중원에는 풀백들이 좁혀 섰다. 유럽 무대 최고 전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전술이었다.

이상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결과가 동반됐기 때문에 더 빛났다. 서울은 안 감독 체제 11경기에서 승점 22점을 따냈다. 앞선 27경기에서 얻어낸 승점 25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안 감독 부임 이전 최하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서울은 일찌감치 강등의 위협에서 벗어나 하위 스플릿인 파이널B의 최고 순위인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FC서울. 서형권 기자
FC서울. 서형권 기자

중도 부임한 첫 시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안 감독과 서울은 짧은 휴식을 마치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 남해에서 동계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총 3차로 구성된 이번 전지훈련의 목표는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목표 달성의 첫 단계인 1차 훈련을 마무리하는 시점 '풋볼리스트'와 만난 안 감독은 "한 달 정도 휴식 기간을 가졌기 때문에 지금은 컨디션을 회복하는 단계다. 1차 때는 5~60%까지, 2차 때는 7~80%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그리고 3차 훈련 기간에는 전술, 전략적인 면을 가다듬고, 컨디션을 경기 준비 단계 수준으로 만들 것"이라고 훈련 계획을 설명했다.

안 감독이 말하는 '완성'은 '완벽'에 가까운 수준을 의미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간한 '2021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은 안 감독 체제에서 득점(19골), 점유율(56.8%), 패스 횟수(6,579회), 공격 진영 패스 횟수(1,039회) 2위, 전방 패스(1,928회) 1위에 올랐다. 시즌 중 부임해 시간이 충분치 않았고, 당장 강등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이 있던 상황을 고려하면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으나 안 감독은 2위 지표들을 1위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안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선수들 개개인의 판단 능력 향상이다. 다소 이르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1차 훈련 마무리 시점에 연습경기를 준비한 이유도 선수들이 자신의 판단 능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경기장 위에서 우리와 상대의 전술, 전략이 맞부딪히면서 90분 동안 수만 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계속 변화되는 상황에 선수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 그 판단은 상대보다 혁신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 판단 능력을 얼마나,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 선수들이 각 상황을 어떤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동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완성도가 정점일 때 안 감독의 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진영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90분 내내 상대 진영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그 중심에 우리 서울 선수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안익수 FC서울 감독. 서형권 기자
안익수 FC서울 감독. 서형권 기자

안 감독은 선문대 재직 시절 현재의 전술적인 방향성을 정립했다. 늘 결과가 우선인, 치열한 프로의 세계에서 한발 물러서게 되면서 자신의 지난 축구를 돌이켜보고 현대 축구의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축구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과르디올라 감독,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마드리드 감독 등의 축구를 참고했다.

현재 안 감독이 주시하고 있는 지도자는 랄프 랑닉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이다. 랑닉 감독은 우승 경력이 화려한 감독은 아니지만 '게겐프레싱'으로 불리는 압박 전술의 선구자 격인 인물로, 최근 능력 있는 지도자들을 다수 배출하고 있는 독일 축구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감독이다. 더 넓은 관점에서 구단의 기반을 닦는 경영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RB라이프치히(독일), 레드불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등을 보유한 레드불 그룹에서 스포츠 부문 디렉터로 일한 바 있고, 맨유 부임 전까지는 로코모티브모스크바(러시아)의 스포츠 디렉터직을 맡았다.

랑닉 감독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이유는 안 감독이 지닌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랑닉 감독은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현장과 프런트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흔들림 없는 철학에 따라 팀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는 분이다. 그분의 생각에 많이 공감한다. 프로 세계는 그런 과정보다 결과물만 중시하는데,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아마추어보다도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서울에서 이뤄내고 싶은 목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FC서울'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닦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결과만 우선시한다면 오히려 결과를 낼 확률이 떨어진다. 결과가 나오더라도 금방 다시 실패하는 팀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반면 기본이 갖춰지면 모든 구성원들이 기대를 가지고 내일을 설계할 수 있다. 당장 내가 그 결과물을 얻지 못하더라도 다음 지도자가 팀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안익수 FC서울 감독. 서형권 기자
안익수 FC서울 감독. 서형권 기자

안 감독은 지난 시즌 3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당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던 성적까지 냈다. 오랜 기간 힘든 시기를 겪었던 서울 팬들은 그런 안 감독에게 '익버지', '오직 익수'와 같은 별명을 붙여주며 칭송하고 있다.

이러한 팬들의 응원과 관심은 동력이 되고 있다. "팬분들도 자부심이나 목표,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그렇게 표현해 주시는 것 같다. 위기를 겪으면서 발산하지 못했던 것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부담과 책임감을 느낀다. 항상 게으름 없이 매진할 수 있게 동력을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사진= FC서울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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