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유지선 기자= 미드필더 마하지는 지난해 인천유나이티드 잔류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아닌 조연에 가까웠다. 병마와 싸운 유상철 감독은 물론, 거대한 체구로 컬트적 인기를 모은 케힌데가 마하지보다 더 주목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잔류에 미친 영향은 첫손에 꼽을 정도로 컸다. '풋볼리스트'가 만난 마하지는 축구장을 벗어났을 때도 매력적인 선수였다.

인천은 ‘하나원큐 K리그1 2019’에서 전반기 부진하며 강등 1순위로 꼽혔지만,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알짜배기 영입을 한 덕분에 K리그1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중심에는 마하지가 있었다. 마하지는 지난 시즌 인천의 잔류 스토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선수 중 한명이다. 시즌 도중 인천에 합류해 팀에 빠르게 녹아들면서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이다.

# 인천의 중원 든든하게 지킨 마하지, K리그 적응 완료

멜버른빅토리, 웨스턴시드니원더러스를 차례로 거치며 호주에서 프로 생활을 한 마하지는 지난해 7월 인천에 새롭게 합류했다. 중원에 큰 공백이 생긴 인천이 미드필더 영입에 열을 올렸고, 활동량과 투지, 수비력을 두루 갖춘 미드필더 마하지를 택했다.

1월 태국 방콕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풋볼리스트’와 만난 마하지는 “어렸을 때 아르헨티나 축구를, 프로가 된 뒤 호주 리그를 두루 경험했는데, K리그는 기술적으로 더 집중해야 하는 곳이더라. 경기 템포는 아르헨티나와 호주보다 좀 느리더라도, 패스를 할 때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6개월 동안 몸소 느낀 K리그의 특징을 설명했다.

마하지는 “강등 싸움을 경험한 것도 프로 생활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호주 리그는 승강제가 없다.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처음 인천에 합류했을 때 팀 목표가 강등당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쁘다”고 했다.

강등을 면한 건 마하지가 빠르게 한국에 적응한 덕분이기도 했다. 7월 30일 경남FC와 가진 홈 경기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첫 경기부터 풀타임을 소화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마하지는 인천에 합류한 뒤 총 13경기(교체출전 1회)에 출전했는데, 부상과 경고누적 징계로 나오지 못한 3경기를 제외하곤 꾸준히 중원을 지켰다.

케냐계 호주 대표인 '국제인' 마하지는 한국 문화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멜버른에서 뛸 때 전북현대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그 덕분에 K리그 팀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다. 호주와 한국의 문화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거주 환경이 만족스럽고,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음식도 잘 맞는다. 편하게 지내고 있다.”

마하지는 '적응력 갑'이다. 이천수 실장을 비롯해 인천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성격이 정말 좋다. 저런 외국인 선수는 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칭찬했다. 인천 고참 김도혁의 '속성 하드코어' 한국 적응 프로그램을 통과했다. “(김)도혁이와 함께 4~5명 정도 저녁 식사를 위해 수산시장에 갔다. 산낙지를 먹으라고 하는데, 낙지가 살아있더라. 처음에는 나에게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정말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것인가?”라고 되묻던 마하지는 “나도 먹어보려 시도는 해봤지만 입맛에 맞지 않더라”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 기타 연주, 심리학 공부에 푹 빠진 축구선수

그라운드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인천 팬들의 지지를 얻은 마하지는 그라운드 밖에서 더 재미있는 삶을 산다. 축구선수 중에서는 축구를 제외한 삶이 무미건조한 경우도 많다. 마하지는 다르다. 그라운드 밖을 벗어나면 기타를 손에 들고 연주하거나,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기도 한다. 지금은 심리학 박사 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축구를 하다보면 그 외 시간이 굉장히 많다. 하루 종일 축구 생각만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그것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래서 축구 외 시간들은 다른 것들로 채우려고 하는 편이다. 그것이 오히려 축구선수의 삶에 더 도움이 된다."

심리학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마하지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활동하고, 사람들마다 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 평소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축구를 하고 남는 시간에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아무래도 최종적인 목적지는 스포츠 심리학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축구와 심리학을 접목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축구를 하지 않는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는지 묻자 줄줄이 답변이 이어졌다. “기타도 연주하고, 미술도 하고, 소설도 쓰고, 공부도 한다.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하고, 시각예술에도 관심이 많다. 축구를 할 때나, 공부를 할 때, 음악을 할 때 모두 최고의 모습을 끌어내려고 한다”고 답한 마하지는 그라운드 밖의 모습을 궁금해 할 팬들을 위해 흔쾌히 기타 연주도 들려줬다. (상단 영상 참고)

인천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가장 먼저 마하지와 1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인천 팬들에겐 새로운 영입만큼 반가운 재계약 소식이었다. 마하지도 인천에서의 6개월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평가한 마하지는 “동계훈련 때 몸을 잘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새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새 시즌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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