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호주 A대표팀의 별명이 캥거루에 빗댄 ‘사커루’인 것처럼, 올림픽대표팀의 별명은 ‘올리루’다. 올리루의 주장은 남수단 전쟁 난민에서 어엿한 엘리트 축구선수로 성장한 토마스 뎅이다.

한국과 호주는 22일(한국시간) 태국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전을 갖는다. 3위까지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4강전에서 승리한 팀은 도쿄까지 갈 수 있다. 4강 패배팀은 3위 결정전을 통해 마지막 한 장을 두고 싸워야 한다.

뎅은 남수단에서 흔한 성이다. 뎅씨(氏) 중 대표적인 유명인사는 한때 미국프로농구(NBA)의 시카고불스에서 뛰며 올스타까지 선정됐던 포워드 루올 뎅이 있다. 다만 장신이 많기로 유명한 남수단 출신답게 루올 뎅이 206cm인 반면, 토마스 뎅은 178cm에 불과하다. 남수단 출신 최장신 선수들이 종종 NBA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반면, 평범한 키의 축구선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2011년 독립하자마자 축구 대표팀을 만들었지만 2015년이 되어서야 한국인 이성재 감독의 지휘 아래 A매치 첫 승을 거뒀을 정도였다.

뎅의 부모는 내전에 휩싸인 남수단을 떠나 케냐 나이로비의 난민 캠프에 머물던 1997년 뎅을 낳았다. 뎅의 다음 행선지는 남수단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호주였다. 호주 애들레이드에 있는 남수단 공동체에 합류한 뎅은 또래들과 축구를 하며 성장했다.

난민 출신으로서 엘리트 선수가 되는 건 쉽지 않았다. 뎅은 16살 때 6부 리그부터 선수로 뛰기 시작했다.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 뒤 2부 구단 그린굴리의 유소년 팀에 들어갔고, 곧 1군에서 자리를 잡았다. 결국 18세 때 A리그(1부) 명문팀 멜버른빅토리의 유소년 팀에 스카우트되면서 본격적인 프로 경력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호주는 A리그와 하부리그 사이에 승강제가 없다. 뎅은 실낱같은 기회를 잡아가며 1부 엘리트 선수가 됐다.

이제 뎅은 멜버른의 주전 수비수다. 2016/2017시즌 네덜란드 명문 PSV에인트호번에서 2군에만 머무르다 돌아왔지만 이후 두 시즌 연속 주전으로 활약했고, 우승 주역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애들레이드에서 성장한 선수 중 뎅과 아워 마빌 등은 호주 A대표로 데뷔했다. 남수단 대표를 택한 선수도 많다. 토마스의 형인 피터 뎅 역시 호주에서 프로로 뛰면서 남수단 대표로 활약 중이다. 이들의 활약은 남수단 난민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비쳐준다. 뎅은 “남수단 출신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아주 강하다. 그러나 축구를 할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프로 선수로 뛰는 모습은 우리 공동체의 어린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뎅에게는 이번 대회가 지난 아쉬움을 풀 수 있는 기회다. 호주는 U23 챔피언십 4강 진출이 처음이다. 뎅은 19세였던 2016년 대회부터 3회째 참가하고 있다. 2016년 당시에는 현재 수원삼성 주전 공격수인 아담 타가트와도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지난 두 대회 모두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며 호주 대표 출신 선배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U23 챔피언십 베테랑인 뎅은 ‘폭스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팀 분위기가 아주 좋다. 선수들이 긍정적이다. 지난 경기 연장전은 쉽지 않았지만, 우리를 더욱 단결시키는 계기가 됐다. 다가오는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강하게 나갈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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