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카잔(러시아)] 김정용 기자= 상황, 선수의 의견, 전문가의 분석 모두 ‘한국이 잘 하는 축구를 하자’는 쪽으로 모인다. 파격적인 전략보다 늘 구사해 온 4-4-2 포메이션 기반의 압박 축구가 최선이라는 것이다.

27일(한국시간) 한국 대표티은 러시아 내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의 수도인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과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을 갖는다. 한국이 승리하고, 동시에 열리는 경기에서 멕시코가 스웨덴을 꺾는다면 골득실 등 다른 조건을 따져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낮은 가능성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경기 하루 전인 26일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의 준비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은 앞선 두 경기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4-3-3, 멕시코를 상대로 4-4-2 기반의 변칙 포메이션 등 승부수를 썼다. 스웨덴전은 1차전인 만큼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고, 이후 멕시코전은 5일 뒤 열렸다. 반면 멕시코전과 독일전 사이 간격은 4일에 불과하다. 새로운 깜짝 전략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신 감독은 “독일은 조 추첨 이후 꾸준히 대비해 왔고 1, 2차전도 그 틀 안에서 분석했다. 그러나 멕시코전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서 회복훈련에 하루를 쓰고, 가벼운 훈련에 하루를 쓰고, 오늘 여기 왔다. 사실 있는 대로 말씀드리면 독일을 이기기 위한 조직적인 전술 훈련은 시간이 부족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비슷한 질문에 좀 더 오래 생각한 뒤 신중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멕시코전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조금 더 세밀하게 한다면 조금 더 좋은 경기 할 수 있다고 본다.” 멕시코전 경기 내용이 독일전 준비의 토대로 적합하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손흥민은 “많이 달라지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도 너무 많은 생각보다는 최대한 심플하게, 다이렉트하게 경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역시 4-4-2에 바탕을 두고 빠르고 간결한 축구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에 가깝다.

손흥민은 “독일을 어렵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역시 전방압박 등 독일 선수들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읽을 수 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도 이날 기자들과 가진 대화에서 “현재는 4-4-2가 가장 낫다고 본다. 상대가 누구든 어쨌든 지난 경기를 볼 때 4-4-2가 가장 승률이 높은 전술이었다. 또 팀을 바꾸기보다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낫다. 다만 내 의견일 뿐이다”라며 사견임을 전제로 ‘플랜 A’인 4-4-2의 유지를 주장했다.

4-4-2는 기성용의 부재를 오히려 가장 잘 메울 수 있는 포메이션일 수도 있다. 한국이 시도하는 공수 간격 좁은 4-4-2는 미드필더 네 명 모두 기동성이 높은 선수일 때 가장 잘 작동한다. 기성용이 비교적 정적인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한국은 멕시코전에서 이재성을 공격수로 배치했다가 미드필드를 커버하게 만드는 변형 포메이션을 써야 했다. 구자철, 정우영, 주세종은 기성용에 비해 미드필더로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지만 역동성만큼은 모두 기성용보다 높다. 다른 방식으로 기성용의 공백을 메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거론되는 방안은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것이다. 이는 스웨덴전과 유사한 수비적 4-3-3 포메이션을 의미한다. 센터백 포지션에서 정신적 압박을 받느라 실수를 저질러 온 장현수를 미드필더로 끌어올려 포백의 보호자 역할을 맡기는 방법이다. 이 경우, 장현수가 역동적인 미드필더는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 전반적으로 수동적인 선수 구성을 가진 채 독일을 상대하게 된다.

한국이 가장 잘 했던 플레이를 한 번 더 시도하는 것, 그리고 전술을 자주 바꾸는 신 감독의 성향대로 독일전 맞춤 전술을 시도하는 것. 두 방안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신 감독에게 달려 있다. 독일전은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16강 진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적절한 전략으로 나가는 것이 먼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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