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동환 기자= “감독님은 하실 말씀이 없다고 하니 정리하고 들어가”

벼랑 끝에 선 축구 국가대표팀이 28일 개최되는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 시리아전 필승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대표팀은 긴장감과 비장함이 가득했다.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지동원이 대표팀을 떠났고, 대체 선수로 성남FC의 황의조가 발탁됐다. 예기치 않은 결원에 슈틸리케 감독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5일 오전 10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1시간 30분 동안 훈련을 실시했다. 24일 중국에서 귀국해 가벼운 훈련을 소화하고 25일부터 본격적인 담금질을 한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와 달리 소극적으로 훈련에 참가했다. 시작 전 간단한 전달사항을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하고, 훈련을 주로 지켜보기만 했다. 평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 도구를 직접 챙기기도 하며, 훈련 중 개입해 지시사항을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50분 남짓 그라운드 안에서 조용히 훈련을 지켜본 후 나머지 40분은 훈련장 외곽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훈련은 코치와 전력분석관이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감독이 훈련을 코치에게 맡기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이날의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코칭스태프와 슈틸리케 감독간의 대화는 거의 없었다. 훈련 내내 통역관이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전술적 이야기 혹은 팀을 위한 전략적 대화를 주고 받을 상대는 아니다. 멀리서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훈련의 모든 장면을 지켜봤다.

슈틸리케 감독의 코칭스태프는 훈련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김진수, 구자철, 기성용, 남태희 등 중국전 80분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은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의 지도 아래 족구와 스트레칭으로 시간을 보냈다. 손흥민, 황희찬, 김신욱 등 출전 시간이 많지 않거나, 아예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은 설기현 코치와 차두리 전력분석관과 함께 전술 훈련을 실시했다. 중원에서의 빌드업 작업은 차 분석관이 주로 지도했고, 설 코치는 공격 마무리 전술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골키퍼들은 차상광 코치가 훈련시켰다.

차분한 훈련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손흥민과 차 분석관 이었다. “말을 해! 말!” “머리로!” “좋아!” 서로를 독려하며 중국전에 맞지 않았던 팀의 톱니바퀴를 맞추려 노력했다. 훈련의 마무리는 설 코치와 차 분석관이 했다. 훈련장 끝에서 지켜보던 슈틸리케 감독에게 차 분석관이 다가가 한 마디 물었다. 내용은 선수들에게 전달됐다. 차 분석관은 “감독님은 하실 말씀이 없다고 하니 정리하고 들어가라”며 훈련 종료를 선언했다. 

선수들에게 말이 없던 슈틸리케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짧게 입을 열었다. 지동원의 대체로 발탁된 공격수 황의조에 대한 질문이었다. K리그 클래식에도 공격수가 많은데, 챌린지에서 득점포가 잠잠한 선수를 뽑은 이유에 대해 “익숙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발탁된 경험이 있기에, 나도 익숙하고, 선수도 팀의 스타일에 익숙하다”며 “갑작스러운 합류이지만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황의조는 25일 오후 3시 안양과의 K리그 챌린지 경기를 소화한 후 합류한다.

선수들을 대표해 손흥민도 입을 열었다. 본인이 직접 중국전에서 뛰지 못해 팬들은 물론 동료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 손흥민은 "중국전을 밖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따라서 무조건 시리아전에서는 승리를 거둬야 한다. 그 생각밖에 하는 것이 없다"며 "현재 상황은 각오조차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변명도 없다. 모두 시리아전에 집중해서 다시 국민들에게 축구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고 했다. 

대표팀과 자신의 앞날 모두 위기를 맞은 슈틸리케 감독은 생각이 많았고, 손흥민은 선수단 모두의 비장함을 대변했다. 대표팀은 오전 훈련 소화 후 훈련장에서 중식을 함께했고, 같은 날 오후 9시까지 자율외출을 실시한다. 선수들은 각자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26일에도 다시 담금질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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