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18일 평창알펜시아스키점프센터 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인 강원FC와 포항스틸러스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라운드 경기가 안개를 만났다. 제대로 홈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탈출구는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강원과 포항 그리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평창 개최 오리무중....강릉 경기 불가능한 이유?
강원은 지난 11일 평창에서 올 시즌 첫 홈경기를 치렀다. 팬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 2월 중순까지 올림픽대표선수들이 스키점프대를 활용한 후 제설작업이 이뤄졌지만 잔디가 얼어 그라운드가 엉망이었다. 악취도 진동했다. 강원측에 의하면 눈이 녹아 배수로로 나가는 쪽의 잔디가 썩어 냄새가 났다. 문제는 경기장 밖에서도 발생했다. 시설 문제로 입장권을 수기로 발권했고, 주차시설과 화장실 등 팬들을 위한 편의시설 역시 미비했다. 강원의 조태룡 대표이사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 다음 홈경기까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겠다. 강원이 경기장 운영 주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기 당일 발생한 시설 문제에 대한 대처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강원의 두 번째 홈 경기는 18일 포항과 대결이다. 평창에서 경기가 불가할 경우 지난 시즌까지 쓴 강릉종합운동장을 대체 경기장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강원은 평창의 경기장 상황에 맞춰 연간 회원권을 지정석으로 판매했다. 강릉으로 경기장을 옮길 경우 연간 회원권 구매자를 위한 지정석 확보가 불가능하다. 조태룡 대표는 “연간 회원권을 지정석으로 판매했고, 그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고 했다. 경기장이 바뀌면 약속한 지정석을 할당할 수 없다. 잔디 상태 회복이 시간문제인 만큼 지금 와서 홈 경기장을 이전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이 강원의 입장이다. 

경기 일정 변경? 피해는 고스란히 포항에게 
강원에 따르면 연맹이 일정 연기를 제의했다. 연맹과 양 구단 사이에 의견이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포항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즌 초 성적 안정을 위해 경기 일정에 맞춰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된 경기 일정이 변경될 경우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누구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은 반갑지 않다.

연맹은 당사자인 양 구단이 연기에 합의하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아직 합의가 필수적이다. 양 구단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기 일정 변경은 불가능하다. 경기장 사정이 정상화 된다면 경기는 평창에서 그대로 개최된다. 일각에서는 포항의 후반기 홈 경기와 전반기 강원의 홈 경기를 바꾸어 교차 개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포항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홈 경기 개최를 준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라운드 홈 개막전에 1,8587명의 관중이 들어차면서 지난 2015년 시즌 개막전 이후 2년 만에 만원관중을 맞았다. 두 번째 홈 경기를 홍보나 준비 없이 치르는 것은 자충수다.

K리그 규정에 따른 경기 연기?
K리그 대회요강 17조 2항은 “경기장 준비부족, 시설미비 등 점검미비에 따른 홈 클럽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경기 개최 불능 또는 중지(중단)되었을 경우, 원정 클럽이 24시간 이내 홈경기로 개최할지 여부에 대해 연맹에 서면으로 제출한다. 원정 클럽이 홈경기로 개최하지 않을 경우, 상대 클럽(기존 홈 클럽)의 홈경기로 개최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맹이 평창에서의 경기에 대한 불가 판정을 내릴 경우 경기 개최 권한이 포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

연맹은 “서울과의 경기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그라운드 상태보다 악취였다.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그라운드에서 경기가 불가능할 경우다.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 개막전에 앞서서 잔디 전문가를 평창까지 데려가 함께 점검을 했다. 그라운드를 사용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연맹 '관중 안전 문제 없었다...편의시설 미비는 개선 가능'
서울전 후 팬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강원의 조태룡 대표이사가 사과에 나선 이유는 관중을 위한 시설 문제였다. 경기장 준비 부족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연맹은 18일까지 개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연맹은 “매 경기마다 경기 감독관이 경기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한다. 관중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경기를 지연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며 “서울과의 경기 후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관중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보다 편의상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운영상의 문제인 만큼 홈 팀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다”고 경기 개최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강원은 전직원이 동원되어 그라운드 안팎의 문제점을 개선 중이다. 연일 대책회의와 보완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연맹 규정상 경기 개최에 문제가 없어 포항전이 강행되더라도 어렵게 한 번 찾아온 팬들이 다시 한 번 실망감을 안고 경기장을 떠나는 경우 다시는 강원의 경기를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원과 포항 그리고 연맹이 18일 이전에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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