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실전’을 치르는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북한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며 전처럼 베일에 싸인 상대가 아니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13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KEB 하나은행 본사에서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대회에 참가할 대표팀 23명을 발표했다. 선수들은 21일 소집돼 4월 3일부터 11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예선 대회에 참가한다.

아시안컵 예선은 원래 부담 없는 대회로 취급됐다. 다양한 선수들을 시험하며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본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북한이 예선 대회 개최국이 되면서 한국과 한 조에 편성됐다. 조 1위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보다 강한 북한이 포함돼 있다는 건 큰 부담이다. 게다가 북한의 홈 경기다. 아시안컵이 월드컵 예선을 겸하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컵 예선에서 탈락하면 월드컵 진출도 무산된다.

윤 감독은 북한이 예전처럼 베일에 싸인 팀이 아니라며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열세를 뒤집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키프로스컵(3월, 한국 최종 순위 2위)까지 동행했으나 결국 컨디션 회복에 실패한 간판 수비수 심서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혔다. 아래는 윤덕여 감독 인터뷰 전문.

 

윤 : 지난해 새로운 선수들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이젠 프랑스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아시안컵 예선이 있는데, 예상치 않았던 북한과의 경기 때문에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 위주로 선발했다. 키프로스컵을 다녀오면서 몇 명을 교체했다. 선발된 선수들이 사명감을 갖고 좋은 경기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

 

Q : 키프로스컵 이후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북한과 1위를 다퉈야 하는데 어떤 점에서 격차를 좁혔다고 보나?

윤 : 키프로스컵에서 북한 경기를 직접 다 봤다. 분석팀도 모든 경기를 담아 왔다. 북한과의 경기는 내가 부임한 뒤 매년 있었다. 사실 2013년 동아시아 대회에서 처음 경기할 때만 해도 북한에 대해 정보가 별로 없었다. 선수들도 오랜만에 상대했고, 경기 내용이 저조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선수들이 북한에 대한 적응이 됐다. 북한 스타일을 잘 인식하고 대응해 왔다. 최근 결과 보면 올림픽 예선에서 아쉽게 1-1로 비겼다. 선수들은 자신감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객관적 전력은 우리보다 위다.

 

Q : 북한을 이긴 적이 없다

윤 : 아시안컵 예선은 잘 아시다시피 평양에서 한다. 우리 선수들이 경험은 많지만 낯설고 색다른 평양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심적으로 많이 힘든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내가 느꼈던 부분을 선수들에게 이야기해줘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Q : 심서연이 빠졌는데

윤 : 우측 십자인대 부상 이후 지난해 재활을 했다. 나로선 제일 안타까운 선수 중 하나다. 따뜻한 키프로스에서 오로지 북한과의 한 경기를 위해 재활을 했고, 좋은 모습을 기대했으나 안타깝게도 의무팀과 피지컬 코치의 최종 결론은 북한전에서 100%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거였다. 선수 본인도 많이 힘들어 할 거다. 앞으로 부상에서 빨리 회복해 팀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대표팀에서도 큰 역할 해줬으면 좋겠다.

 

Q : 키프로스컵을 통해서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확인했나?

윤 : 키프로스컵에서 확인했다. 지난 U-20 월드컵 우승 멤버가 8명 정도 A대표팀에 와 있는 걸로 확인 됐다. 새로운 선수들이 팀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북한 축구는 기본적으로 체력을 중시한다. 단순하지만 체력이 받쳐줘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북한에 대비하기 위해선 우리도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훈련에서 체력이 관건이다. 북한이 잘할 수 있는 걸 우리가 최소화시키는게 문제다. 북한은 전방에서 프레싱이 굉장히 강하다. 그 문제를 우리 수비수들이 잘 해결하는 훈련, 그리고 득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잘 해결된다면 좋은 경기를 할 거라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키프로스컵에 나온 북한(대회 3위)도 자기들이 뭐가 부족한지 생각하고 있을 거다. 아마 기존 선수들이 다시 합류해서 전력을 강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홈에서 하기 때문에, 국제대회 개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이 있을 거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을 거고 새로운 선수들의 조직력이 필요할 거다. 기존 선수들의 합류를 배제할 수 없다.

 

Q : 1990년 통일축구로 평양에서 직접 경기한 경험이 있다. 당시 열기에 대한 기억은?

윤 : 북경아시안게임 끝나고 북경에서 바로 평양으로 갔다. 비행장에 내렸을 때 수많은 인파가 기억난다. 공향에서 고려호텔까지 갈 때 연도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환영해 줬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섬뜩한 기억이 있다. 능라 경기장에 관중 15만 명이 찼다. 처음 경험해 보는 박수 소리였다. 감히 표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우렁찼다. 그건 내 기억이고, 중요한 건 이번에도 많은 관중들이 있을 거니까 대비한 훈련을 할 생각이다.

 

Q : 지소연이 대표팀에 오면 부담감 때문인지 득점력이 저조해지는 편이다

윤 : 부담 많다는 것 느낄 수 있었다. 언론에서도 여자 대표팀 하면 지소연이다. 관심이 많다. 부담스러워하는 면을 볼 수 있었다. 지소연이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있고, 북한전 중요성 잘 안다. 지소연이 이겨내야 한다. WK리그는 각 팀 스트라이커가 다 외국인 선수들이다. 대표팀 입장에선 이게 문제다. 훈련을 통해 공격적인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도 그래서다.

 

Q : 김일성경기장의 인조잔디에 대비할 방법은?

윤 : 목포축구센터에 인조잔디 구장이 있다. 중국에 있는 선수들이 와서 경기장 시설이 김일성경기장과 흡사하다고 하더라. 인조구장에서의 훈련, 관중들의 함성과 응원소리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인조잔디는 그렇게 낯설지 않다. 캐나다월드컵에서도 인조 잔디에서 뛰었다고 WK리그에서도 익숙하다. 조건은 똑같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23명)

골키퍼 : 강가애(구미스포츠토토), 김정미(인천현대제철), 민유경(수원시설관리공단)

수비수 : 김혜리, 임선주, 김도연(이상 인천), 신담영, 이은미(이상 수원), 홍혜지(고베아이낙), 서현숙(이천대교)

미드필더 : 장슬기, 이민아, 조소현, 이영주(이상 인천), 이소담(구미), 강유미(화천KSPO), 문미라, 권은솜(이상 이천)

공격수 : 이금민(서울시청), 정설빈, 전가을(이상 인천), 지소연(첼시레이디스), 유영아(구미)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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