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창원] 한국 대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리그, 돈의 액수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리그, K리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그. 모두 중국슈퍼리그(CSL) 이야기다. 중국인들의 돈봉투 너머를 보려 노력해 온 'Football1st'가 중국 축구 '1번가'의 현재 상황과 그 이면을 분석한다. 가능하다면 첫 번째로. <편집자주>

 

“이 나이에 귀신이 두렵겠어, 호랑이가 두렵겠어. 하고 싶은 말하면서 원하는 축구하는 거지. 나가라고 하면 나가면 되잖아”

 

이장수 창춘야타이 감독은 올해 환갑이다. 나이는 이순(耳順)이고,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듬성듬성 앉았지만, 열정만은 젊은이다. 연세대학교 2년 선배 조광래 대구FC 사장은 성적 이야기를 나누다 “이 감독 아직도 욕심이 많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2017시즌을 뜨겁게 준비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25일 동안 8개국을 돌며 16경기를 봤다. 직접 좋은 선수를 찾기 위해 남미와 유럽을 넘나 들었다. 비행기 기장들이 많이 겪는다는 허리 통증이 생길 정도로 비행기도 많이 탔다. 건강을 위해 체중을 거의 10kg 이상 감량하고 술도 잘 마시지 않는 이 감독이지만, 엄청난 비행은 이길 수 없었다.

 

성과도 있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 보유했던 외국인 선수 4명 가운데 3명을 교체했다. 선수 수준이 좋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왓퍼드에서 뛰던 오디온 이갈로를 영입했고, 브라질 비토리아 소속 마링요와 헝가리 대표팀 출신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던 서볼치 후스티도 자유계약으로 데려왔다. 아시아쿼터인 우즈베키스탄 대표 안주 이스마일로프는 남겼다.

 

이 감독은 쉼표를 찍지 않았다. 이 감독은 중국 쿤밍,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아부다비 전지훈련을 마치고 팀을 창원으로 데리고 왔다. 그는 “아부다비에서 유럽 팀을 상대로 우리 약점을 많이 찾았다. 한국에서는 많이 뛰는 한국 팀을 상대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요즘 축구는 서서 할 수 없다. 뛰는 게 정말 중요하다”라고 했다.

 

“연습 경기에서 골이 많이 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디가 취약한지 파악해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연습경기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반복된 실수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공격수를 눈앞에 두란 말이야! 시야에 두고 있어야 대처를 하지!”

 

사실 이 감독은 시즌이 끝난 후 두 팀에서 제안 받았다. 이 감독은 “창춘과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라며 고사했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감독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우승을 못 해본 것도 아니고 좋은 조건으로 일해보지 못한 것도 아니다. 팀을 만들어 놓고 좋은 성적을 거둬도 경질될 수 있다. 좋은 팀에서 하는 것도 좋지만, 팀을 만드는 일도 즐겁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CSL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감독 네 명 중에서 장쑤쑤닝을 맡은 최용수 감독이 가장 부담감이 클 것이라 예상했다. 이 감독은 “상대적으로 약팀을 맡은 장외룡 충칭 감독과 박태하 연변 감독은 힘든 상황이지만 압박은 더 적을 수 있다. 최 감독은 이미 부임했을 때 팀이 2위였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2017시즌 전망도 확실하다. 이 감독은 16개팀 중 9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두고 싸우고, 나머지 7개팀은 잔류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광저우 두 팀, 상하이 두 팀, 허베이화샤, 톈진췐젠, 산둥루넝, 베이징궈안 그리고 장쑤가 상위고 나머지 팀들은 하위다. 나와 장 감독 그리고 박 감독은 쉽지 않은 도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감독은 잔류를 바라봤다. 방법론도 확실하다. “우리는 지난 시즌 강등권에서 허덕였다. 8경기를 치른 상태에서 팀에 왔는데 당시 2무 6패였다. 정말 어렵게 잔류했으니 이번 시즌에는 더 잘해야 한다. 올 시즌에는 어떤 팀이든 간에 당당하게 맞붙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강하게 맞부딪히겠다. 호락호락하게 점수를 내주지 않을 생각이다.”

 

“이제 젊은 감독들이나 해야지.” 이 감독은 대화할 때마다 앓는 소리를 한다. 이미 누릴 것을 다 누린 자신은 더 바랄게 없다며 웃는다. 나이와 승부욕은 반비례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창춘에서 다른 방식으로 꿈꾸고 있다. 

글=류청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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